6월을 맞아 날씨가 무더워졌지만, 출근길에 나서기 전까지는 제법 선선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몸에 바람이 맞닿아 더욱 시원한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올해 처음 자전거에 10분 이상 몸을 맡긴 날 우연히 깃든 행운일 수 있으니, 제 말을 너무 믿지는 마세요!^^)
오랜만이라 그런지 30분 정도 움직였을 뿐인데 지칩니다. 강변의 한 편의점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는 중, 옆에 계신 한 어르신의 전화 통화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전해져옵니다.
“어디야? 언제 나올 거야? 오늘은 내가 온다고 얘길 안 했지... 아, 오늘은 못 나온다고? 그래 알았어.”
아마도 아침 운동을 하다 자주 만나시는 사이인 듯합니다. 오늘도 그럴 줄 알고 기다렸는데 상대방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 당연히 나올 거라 생각하고 미리 약속도 하지 않으셨겠죠. 자리에서 4~5분 정도를 강과 들꽃을 바라보고 계시다가, “어이구” 하시며 허리를 잡고 일어서선 자전거에 올라타 길을 떠나셨습니다.
전화를 끊고 자리를 옮기시기까지 그 분이 왠지 10년은 더 나이 드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기다림과 바람맞음의 연쇄작용 때문일까요? 간절히 만남을 원했던 사람을 결국 보지 못하는 것, 당초 기다렸던 희망까지 슬픔으로 변해 더 아픈 법이지요. 기약 있는 만남도 상대가 늦으면 짜증나고 지치는데,기약 없는 기다림은 정말 외롭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왕이면 기다리게 하는 사람보다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저 때문에 외로이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제 몫이었으면 합니다. 어차피 노안이라, 혹 바람 맞아도 더 늙어 보일 염려도 없고요! 혼자일지 모를 외로움을 즐기다가, 만남으로 이어질 벅찬 마음까지 덤으로 즐기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진짜 제가 그럴 수 있을까 살짝 의심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