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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Lim Jun 03. 2020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기다리는 믿음으로

6월을 맞아 날씨가 무더워졌지만, 출근길에 나서기 전까지는 제법 선선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몸에 바람이 맞닿아 더욱 시원한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올해 처음 자전거에 10분 이상 몸을 맡긴 날 우연히 깃든 행운일 수 있으니, 제 말을 너무 믿지는 마세요!^^)

오랜만이라 그런지 30분 정도 움직였을 뿐인데 지칩니다. 강변의 한 편의점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는 중, 옆에 계신 한 어르신의 전화 통화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전해져옵니다.


“어디야? 언제 나올 거야? 오늘은 내가 온다고 얘길 안 했지... 아, 오늘은 못 나온다고? 그래 알았어.”


아마도 아침 운동을 하다 자주 만나시는 사이인 듯합니다. 오늘도 그럴 줄 알고 기다렸는데 상대방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 당연히 나올 거라 생각하고 미리 약속도 하지 않으셨겠죠. 자리에서 4~5분 정도를 강과 들꽃을 바라보고 계시다가, “어이구” 하시며 허리를 잡고 일어서선 자전거에 올라타 길을 떠나셨습니다.


전화를 끊고 자리를 옮기시기까지 그 분이 왠지 10년은 더 나이 드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기다림과 바람맞음의 연쇄작용 때문일까요? 간절히 만남을 원했던 사람을 결국 보지 못하는 것, 당초 기다렸던 희망까지 슬픔으로 변해 더 아픈 법이지요. 기약 있는 만남도 상대가 늦으면 짜증나고 지치는데, 기약 없는 기다림은 정말 외롭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왕이면 기다리게 하는 사람보다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저 때문에 외로이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제 몫이었으면 합니다. 어차피 노안이라, 혹 바람 맞아도 더 늙어 보일 염려도 없고요! 혼자일지 모를 외로움을 즐기다가, 만남으로 이어질 벅찬 마음까지 덤으로 즐기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짜 제가 그럴 수 있을까 살짝 의심은 듭니다~^^)


사실, 기다림은 기쁨입니다. 

먼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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