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정말 굉장했지!’ 떠올리며 웃음 짓는 저를 느끼고는 나이 든 아저씨가 됐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지난 주말 부모님 댁에 내려갔다 돌아오는 길, 어머니께서 “이제 버려도 되지 않겠냐”며 한 보따리 짐을 내어주셨습니다. 이십 대 때 듣던 CD, 구워둔 MP3 파일, 길거리에서 구매한 DVD 타이틀을 넣어두겠다고 사뒀던 케이스들입니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도록 꺼내 보지 않은 걸 아들 물건이라고 아직 들고 계셨다니...ㅠ.ㅠ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그 오랜 시간 완전히 잊고 지냈는데, 막상 보니 무척 반갑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들고 올라왔습니다.
꾸러미 속에서 ‘Musical Song Collection’을 찾았습니다. 1998년부터 2007년 사이 제가 좋아했던 뮤지컬 곡들을 모아 편집한 MP3 CD입니다. 당시 관람했던 25개 작품 65곡의 노래가 담겨 있고, 여전히 문제없이 잘 재생됩니다!!
흐르는 곡 속에 그 시절 찾아다녔던 대학로와 충무로, 장충동 등지의 수많은 공연장과 작품들이 되살아납니다. 김선경, 윤공주 등 배우들의 목소리가 정겹습니다. 함께 웃고 떠들던 그 밤들로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지도 낮고 지원이 필요했던 뮤지컬 배우들을 활용한 사업, 광고 전략 등을 회사에 제안까지 했으니, 정말 뮤지컬에 빠져 지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 제안대로 당시 조정석 등을 잡았더라면…(요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빠져있는 자의 안타까운 한탄입니다.^^).
그때의 저를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했습니다!! 역시 꼰대네요~^^
20대와 30대 사이 저는 저녁마다 곳곳의 공연장을 누빌 정도로 젊었고, 그 많은 공연을 보면서도 돈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고, 시간 들여 좋아하는 곡들을 녹음해 나만의 앨범을 만들 정도로 열정적이었습니다.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놈이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에게 나름의 조언을 마구 뿌려대는 객기도 있었지요. 그때가 제 전성기였을까요?
이따금 그 시절 추억을 함께 했던 배우들의 성공한 모습을 화면으로 마주합니다. 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찌 변했을까요? 그때보다는 성장했을까요? 적어도 아주 조금은 어제보다 괜찮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실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10년쯤이 또 지나면... 지금의 제 모습은 어떻게 기억될까 생각해봅니다. 추억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땐 정말 굉장했다”고 저 자신에게 박수 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이 시절의 새 앨범을 만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