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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Lim Jul 04. 2020

회사생활 속 공존의 양지 찾기

<균형 일터> 노사, 대립에서 공감으로

2년 전 경영진과 함께 중국 출장을 떠나기에 앞서 ‘현지 기업 분들과 대화 나누는 소재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중국 X사의 휴대폰을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내심 폰을 구매한 다른 사유도 있었는데, 해당 폰이 듀얼 유심을 지원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더 나은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던 때였고, 여러 화두 중 하나가 ‘Work & Life Balance’ 였거든요. 회사에서 사용하는 휴대폰 유심을 퇴근과 함께 꺼두고, 회사와 분리된 생활을 하는 게 가능한지를 테스트해보고자 했습니다.

경영 보좌 조직이란 특성 때문에 진짜로 유심을 꺼두진 못했지만, 그때 구성원의 처지에서 여러 방안을 마련하려 애썼기에 그래도 지금까지 계속된 변화가 이어졌다고 자기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CEO께서는 ‘상호 경어 사용’, ‘업무시간 외 메시지 금지’, ‘일하는 공간·시간 혁신’ 등을 실천하며 시대에 맞는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계십니다.)

     

회사와 구성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구성원 없이는 회사가 존재할 수 없고, 회사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굳이 <그릿> 같은 책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일하는 구성원이 많을수록 회사와 조직의 생산력과 성과는 좋아집니다. 그 때문에 기업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려 노력하고 있고, 제가 속한 그룹에선 기업의 목적을 최근 ‘구성원의 행복’으로 명확히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대놓고 ‘구성원 행복’을 외치는 것 자체가 ‘회사에서 구성원은 행복하지 않다’는 실상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다양성과 유연성이 점점 중시되는 사회 안에서 기존의 전체적이고 획일적인 HR 제도 운영은 여러 다른 상황에 있는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보다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감성적인 면을 두루 갖춘 균형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7월 첫 토요일에 만난 <균형 일터>는 이 같은 격변의 세상 속에서 회사와 구성원이 서로 도움이 되는,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커피와 책은 잘 어우러지는 짝입니다. 균혀있는 콤비라고 할까요?

<균형 일터>는 공인노무사로 HR 컨설팅과 볍률 자문을 수행하고 있는 저자가 회사 내 경영자와 구성원, 구성원과 구성원 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라곰 일터’로 향해가는 방법을 제안한 서적입니다. 

라곰은 스웨덴어로 ‘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 등을 뜻하는 말로, 동양철학에서의 ‘중용’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노사나 노노가 서로 상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투는 차원을 넘어, 모자라거나 지나침 없이 정반합의 균형을 이룬 일터로 진화하는 방법을 270여 페이지의 책에 담아냈습니다.     


이 책은 먼저 구성원이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기 어렵고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며 상대평가가 강화되는 등 노동환경이 최근 10년 새 급변하며 노사관계에 균열이 생겼으며, 이 가운데 기존 관계 중심의 문화가 계약 중심의 문화로 변했음을 짚어줍니다. 그리고 시대가 변했기에 구성원과 회사 간의 노동협약도 기업별 환경에 맞춰 새롭게 개정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어 구성원, 경영자 각각의 입장에서의 회사에 대한 균형적 인식을 둬야 할 부분을 서술하고, 노동법 관련 노사 간 상반된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협의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평가 보상안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 균형을 맞추며 인간성과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지속 이어가는 모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인철 교수가 서적, 신문 등을 통해 언급한 '행복의 4대 보험'. 간단한 듯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한쪽으로 쏠려있지 않습니다.

경영자도 구성원도 결국 ‘사람’임을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표면에 드러난 문제와 갈등 아래엔 서로 간의 신뢰가 깨졌다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을 일깨워주고,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양극단이 아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으려는 노무사의 노력이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노사나 구성원 간 관계에 있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화학적 통합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에 공감됩니다.     


사실 책에 담은 내용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저 같은 어중이떠중이에게도 친근한 내용인 것을 보면 HR·기업문화 관련 부서에서 일하거나, 경영·전략 관련 서적과 신문 등을 자주 본 회사원에게 대단한 새로움을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책에서 다루는 최근의 노동환경이나 법규 변화, 노사 갈등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인지·이해하는 것은 물론, 어쩌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대안까지 마련한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순순한 제 느낌입니다만) 이 책의 가치가 절대 낮지 않습니다. 노무 전문가가 서술한 노무 관련 서적이지만, 단순히 관련 법규만을 알려주거나 판례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선 더 큰 관점에서의 고찰이 담겨 있습니다. 더불어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접하며 인사이트를 쌓을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행복한 일터, 균형 일터가 무엇인지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으로 일터에 서야 하는지에 대해 독자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미처 몰랐던 사실들(‘근로’란 말이 일본제국주의 및 군사독재시대에 사용된 단어여서 ‘노동’으로 바뀌었고 헌법의 의무에서 ‘근로의 의무’가 삭제됐다는 것, 2017년부터 프랑스의 근로계약법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가 생겼다는 것 등)을 알게 됐고, 인상적인 부분이 많아 꽤 많은 페이지를 접어두기도 했습니다. 명언처럼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몇 되는 것 같습니다.     


장마다 세부주제마다 제 회사생활을 돌아보면서 공감하고, 때론 다른 입장을 떠올리곤 하며 많은 상념에 젖었습니다만, 그건 나중에 다뤄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의 경험과 제 경험이 어우러지며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책으로써 의미 있고 참 좋았습니다.

신입사원 이직의 근본원인은?(175쪽). 경영자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을 찾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다만 노동 관련 법규를 다룬 뒷부분은 상당히 깔끔한 데 비해, 최근 일터에서 나타나는 균열 현상, 구성원의 균형 잡기를 다룬 1장과 2장에서는 오타나 영문 대소문자를 잘못 표기한 용어들이 조금 있는 편이어서 도서 편집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 최근 동향에 관한 내용을 업데이트해 앞부분에 수록하는 과정에서 마무리 편집과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게 아닌가 생각 듭니다.     


균형 일터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운 좋게도 저는 상당히 균형감을 갖춘 일터에서, 좋은 경영층과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는 환경을 바라보지 않고 “나 때는 말이야”만 찾다가 어느 순간 모자라거나 지나치게 될지 모릅니다. 제게 맞는 균형감을 유지하려 애쓰며 행복과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하루하루 나아가겠습니다.     




“다양성은 구성원(노동자) 간 균형, 유연성은 노사 간 균형이 중요하다.”(42쪽)

‘대표자의 인격 = 기업의 가치’(58쪽)

“근로조건(임금, 근로시간 등)은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지만, 근로환경(인간관계, 조직문화 등)은 회사를 다니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만든다.”(60쪽)

“퇴사가 유행하는 이유는 퇴사할 자유는 있어도 퇴근할 자유는 없기 때문이다.”(87쪽)

“80년대 직장생활을 경험한 대표자가 90년대 경영방침과 인사제도를 가지고 21C 노동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145쪽)

“회사가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일하면 됩니다. 그러나 진짜 놀이터가 되면 안 됩니다.”(151쪽)

“회사 입구에 걸린 시계와 출구에 놓인 시계는 동일해야 합니다.”(161쪽)

“개별 구성원은 Work & Life Balance가 중요하고 중간자는 Worker & Employer Balance가 중요하다.”(230쪽)

“나는 나의 일을 통해 일터 내 구성원들에게 작은 울림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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