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ven Lim Jun 13. 2020

오라, 젊어진 노년층이여!

<욜드 이코노미> 욜드 세대가 이끄는 경제 부활

초등학생 시절 20~30대 선생님은 한참 어른이었습니다. 훈련병 시절 병장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죠. 신입사원 땐 부장님은 거성처럼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 듯했던 그 시간이 참 빨리 흐릅니다. 어느새 그 꿈(?)만 같던 나이에 다다랐는데, 정작 자신만 모르고 있습니다. 재작년었던가요? “매니저님은 제게 엄청 높으신 분이에요!” 달인이나 장인 대하듯 저를 바라보는 신입 매니저의 말을 듣고서야 ‘아,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구나’ 깨달았습니다. (마흔 넘으면 서럽다고 하더니만, 정말 그렇더군요.)

이렇게 ‘중년’이란 걸 마음으로 인정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아마 시간은 또 쏜살처럼 흘러갈 겁니다. 그리고 곧 쉰, 예순이 되겠지요. 나이 먹는 게 서글픈 걸 보니 정말 제대로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보통 60대 이상 분들을 일컫는 ‘노인’, ‘어르신’ ‘실버’, ‘시니어’ 등 용어를 접하면 뭔가 짠합니다. 사람에게 주어진 육십갑자 인생을 마무리하고 생의 마감을 향해 가는 것 같달까요? 사회활동을 접은 이후 몇 년은 애써 거부하지만, 4~5년이 지나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그건 옛날얘기입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노년층이 예전 노년층이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안티에이징 효과인지 몰라도 노년층이 확실히 젊어졌습니다. 사실 끝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나이대입니다.

<욜드 이코노미>는 바로 이 65세부터 79세까지 인물들의 소비 트렌드와 성향, 관심사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본 책입니다.     


‘젊어진 노년층을 사로잡는 자가 미래경제지도를 획득한다’는 표지의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이 책은 1954년생을 필두로 만 65~79세를 욜드(Yold, Young old) 세대라고 지칭합니다. 연령으로는 노인에 속하지만, 체력·정신 등 모든 면에서 아직 젊어 노인으로 보기 힘든 이들이란 것입니다. 여전히 40.1%의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고 경제적 독립성을 소유한 것은 물론, 점점 더 증가해나갈 이 세대를 우리나라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계층으로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욜드 세대 관련 시장 트렌드와 성장 방향을 예측하고, 욜드 세대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의 변화 방향성에 대해 차근차근 어렵지 않게 풀어나갑니다.      

아직도 팔팔한 1954년생, 만 65세 분들입니다! 이분들 말고도 많다네요~^^

(선배분들께 죄송합니다만) 부쩍 나이 들었다는 것, 또 금방 더 늙을 것이란 게 실감이 되어서 그런지 남 이야기로 생각지 않고 마치 내 얘기인 양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류세력이 될 욜로 세대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편견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전제가 와 닿았습니다. ‘나와 남’, ‘아군과 적군’, ‘흑과 백’ 등 이분법에 익숙한 저흰 ‘쓸모있는 자와 쓸모없는 자’, ‘건강한 자와 병약한 자’, ‘부양자와 피부양자’, ‘신세대와 쉰세대’ 등의 프레임으로 사람을 나눈 뒤 6579 욜드 세대를 열위 계층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래서 힘없고 사회와 자녀 세대에 민폐를 끼치며, 창의력 떨어지는 이들이라고 인식하게 되지요. ‘일할 자와 쉬어야 할 자’로 구분해 “쉬어야 할 노인들이 취업률이 높아져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정작 둘의 직종은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음에도 말입니다. 오해 섞인 인식을 걷어내고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게 분명 필요합니다. (‘세대 프레임’ 관련된 내용은 전상진 교수의 서적 <세대 게임>에 잘 나타납니다. 읽어봤으면 하는 사회학 도서로 추천합니다.)    

전상진 교수의 <세대 게임>(문학과지성사, 2018). 세대갈등의 역설을 읽을 수 있는 서적입니다.

욜드 세대의 소비 성향을 다룬 ‘욜디락스(Yoldilocks) 10대 트렌드’에서는 IoT로 진화하는 욜드 용품에 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티콘사가 개발한 히어링에이드(보청기)를 중심으로 IoT를 적용해 집안의 모든 기기를 한데 묶는 내용이었지요. 노인들을 대표하는 물건이자, 그저 청력을 조금 더 좋게 해주는 정도의 용품이었던 보청기에 디지털 기술을 연결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또 IoT 제어 장치, 인공지능(AI) 비서 등의 기능은 고객이 상시 지니거나 이동범위를 커버하는 제품에 구현하는 게 효과적이란 측면에서, 휴대전화보다 보청기가 가까운 해당 연령층의 니즈를 제대로 잡아낸 점이 뛰어나 보였습니다. 고객을 깊이 있게 탐구해 내면의 Pain point를 찾아내고, 앞선 기술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사례라고 생각 듭니다.

IoT 기반의 홈 네트워크와 AI 서비스, 그리고 로봇 관절 등 복합 기술을 통해 그냥 ‘백세인생’이 아닌 ‘심신이 건강한 백세인생’이 만들어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욜드 이코노미>가 뽑은 욜드 세대 10대 소비 트렌드

“I read somewhere that musicians don't retire. they stop when there's no more music in them. Well, I still have music.”

영화 <인턴> 속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한 말입니다. 저는 이 작품 최고의 명대사로 기억합니다. <욜드 이코노미> 말미에서도 언급하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음악이 남아있는 한 뮤지션은 현역이고, 욜드 세대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는 이 시대에 필요합니다. 그들의 경제력과 소비력 또한 중요하고요. 그리고, 뭣보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곧 그 세대가 됩니다. 우리는 남이 아니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존재입니다.     


나아가, 발간사의 표현대로 ‘욜드가 주도하는 이상적 경제상태를 뜻하는 욜디락스 구현을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국클럽에 진입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이란 이름의 장편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