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부쩍 살이 쪘습니다. 당시 1년 만에 15kg 가까이 체중이 증가했는데, 사람이 찐 살을 자기 몸으로 기억하는지 10년 동안 쭉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몇 차례 다이어트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는 걸 보면 그녀의 말대로 남편이 계속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이 붓고 건강상태까지 좋지 않아져 안쓰럽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늘었기 때문인지 역대 최고 몸무게를 경신했다는 아내. 이번에는 정말 기존과는 다르게, 벌써 한 달 가까이 강도 높은 관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단 오후 6시 이후 야식을 끊었습니다. (먹는 걸 보면 유혹된다고 저도 먹지 못하게 합니다. 꼭 먹고 싶으면 봉지당 5,000원을 아내에게 내야 합니다.) 또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2만 보씩을 매일같이 걷는가 하면, 비 오는 날에는 유튜브를 따라 홈트(홈 트레이닝)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게 건강관리에 좋은가 보죠? 실내자전거가 있었으면 하더군요. 어릴 적 논두렁에 빠진 트라우마로 두발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아내로선 실내자전거가 대안이었을 것 같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집에서 운동하기에도 좋았을 테고요. 그런데 마음이 있으면 그냥 사면 될 텐데 (적어도 제겐 편했을 텐데) “절대 새 제품을 구매하진 말라”는 겁니다. ‘딱히 타지 않고 수건이나 빨래걸이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인터넷 강국의 초스피드 네티즌 사이에서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최근 1~2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쓸만한 저가 실내자전거를 살펴봤지만, ‘괜찮다’ 싶은 신규 제품이 올라오는 족족 낚아채듯 먼저 차지하는 선수들을 따를 수가 없었습니다. 시대가 변했고, 저는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지요. 그렇게 비통해하던 금요일 늦은 밤, 당근마켓이 제게 구원의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직 넌 쓸만하다’라고 말 거는 듯 다가온 실내자전거 한 대를 광클과 함께 강하게 움켜쥐었습니다. 신은 이렇게 제게 금요일의 기쁨과 평안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배달 업무를 무사히 수행한 토요일 오후, 그다지 넓지 않은 거실이 더욱 좁아졌지만 중요한 임무를 훌륭히 마무리한 듯해 뿌듯합니다. 일단 아내의 얼굴과 마음에 작은 행복을 전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고요, 이 실내자전거를 통해 꼭 아내의 다이어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건강이 계속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제 뱃살을 보니... 이거 아내만의 문제가 아니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