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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혜영 Sep 10. 2022

이뇨제는 다이어트 약이 아닙니다

심부전과 신부전 치료제

내 몸에서 그나마 가장 얇은 부위라서 마음대로 양말을 사서 신을 수 있었던 발과 발목이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올랐다. 나는 내 하체가 통나무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받아들였다. 가끔 지인들을 만나면 오래 앉아 있거나 서있어서 생기는 하체 부종 때문에 고민이라는 푸념을 듣는다. 나도 지병인 심장질환이 악화되어 하체 부종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약을 처방받아먹고 있다고 대답하면 지인들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나도 그 약 먹으면 괜찮아 질까?"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나는 심장도 멀쩡한데 뭐하러 그 약을 먹냐며 걸어 다니라고 한다. 내가 먹는 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먹으면 살이 빠지는 다이어트제가 아니라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한다.


무슨 차이 일까? 짧게 말하면 다들 갸우뚱하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부종이 생긴 다리를 마치 시장 매대 위 생선이 싱싱한지 확인하려고 검지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듯 발목을 눌러본다. 신선한 생선을 누르면 바로 생선 살이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잡은 지 오래된 생선은 푹 들어가는 것처럼, 부종이 심한 내 발목은 누르면 바로 나오지 않고 움푹 들어가서 한참이 지나도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다리가 하체비만처럼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한  7개월 정도 지난  병원에 찾아가서  다리를 주치의에게 보여주었다. 부종이 심해서 양말 자국이 생긴  발목을 확인한 주치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뇨제를 처방해주었다. 심장판막질환이 심해지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쉽게 확인되는 것은 발과 발목의 부종,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다.  가쁨은 없는지 물어서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때문인지는 몰라도  쉬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처방받은 약은 이런 증상을 조금은 개선시킬  있기에 아침마다 시간을 맞추어 빼놓지 않고 꼬박  챙겨 먹는다.  시간 늦게 먹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숨이 가쁜 증상도 심하게 부어오른 발목도 고스란히 내가 감당해야 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처방받은 이뇨제를 꼬박 잘 챙겨 먹으면서 심했던 발목의 부종이 80%는 개선되었다. 이뇨제는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가야되는 번거로움은 있다. 그래도 약을 복용하니까 가슴 위에 물에 젖은 솜뭉치를 올려놓은 듯한 답답함도 조금 개선되었다. 이뇨제는 쉽게 생각하면 소변으로 체내에 있는 수분을 배출시키는 약이다. 그래서 부종을 완화시킬 수 있다. 나처럼 심장질환이 심해진 환자들에게는 소량 사용하면 부종과 숨찬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다. 또한 고혈압 환자나 신부전 환자들에게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 그러나 어떠한 약이든 정상인에게 쓰면 문제가 생긴다.


지인들이 부종으로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사 먹고 있다는 말을 한다. 나는 가끔 시중에 판매되는 다이어트제에서 이뇨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기 때문에 잘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는 잔소리를 붙인다. 잔소리의 이유는 이뇨제를 과량 복용하면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뇨제를 복용하면 정상인이라 할지라도 체내 수분이 빠지면서 체중이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체지방이 감소되는 것이 아니고 수분만 빼내서 탈수, 저혈압 또는 전해질 불균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혹시 몸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난 부종이라면 의사와 상의해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야겠지만, 생활 습관이나 자극적인 식단(짠 음식)으로 인한 부종이라면 철저한 식단관리와 운동으로 부종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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