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에게 관심이 없다. 자세히 정확히 말하자면 남과 내가 무엇이 다른지 무엇이 잘 났고 무엇이 못났는지 비교하고 깎아내리고 후려치기 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이런 일에서 즐거움과 희열을 느끼지 못한다.
타인이 새로운 옷이나 가방을 샀다면 그것이 잘 어울리네, 타인이 승진을 하고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성공을 했다면 잘했네 축하해하면 내 관심 표현은 거기에서 끝난다.저걸 얼마에 샀는지 왜 샀는지 운이 좋아 기회를 얻은 것이지 막상 잘 난 것 없다며 남을 욕 할 거리를 찾기 위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친한 사람이 무언가 변신했거나 축하할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관심을 표한다. 안 친한 사람의 변화에는 괜한 오지랖과 참견일까 봐 입을 다문다. 이것은 남에게 관심 없는 것이 아니다. 남이 죽든 말든 관심 없는 무정하고 차갑고 자기만 아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남을 욕하고 자기가 그 위로 올라서기 위해서 남에게 갖는 관심은 지양하기 위해 타인을 향한 관심 레이더를 차단한다. 내 레이더는 나를 향해있다. 내가 무얼 잘하고 못하는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지, 어떤 걸 원하는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파악하기 위한 관심을 둔다.
이렇게 내 안으로 향한 관심 그리고 타인에게 적당한 수준의 관심을 유지할 때 난 비로소 내 자신을 온전하게 찾을 수 있다. 나를 알아야 남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나 남이 세운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다.
내가 발 디딘 땅에 깊게 뿌리내리기 위해서, 단단하게 뿌리내린 나무가 흔들림 없이 자라는 것처럼 나는 오늘도 천천히 나에게 시간을 준다. 나에게 초점을 맞추며 나를 다져간다. 내가 아름드리나무처럼 잘 자라야 그 그늘 밑에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남에게 주는 과한 관심은 자신을 모르게 되고 타인에게 맞추어진 시선은 남을 오히려 떠나가게 만드는 관심인 것이다. 내 삶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이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