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태기 핑계
독서의 계절을 맞이하여
독태기를 변명삼아 책을 멀리했던 나를 반성해 본다
무슨 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고,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왜 이리 힘들었던지
어느 순간 책은 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고,
야심 차게 샀던 이북리더기는
서랍 깊은 곳에서 얌전히 잠들어있게 됐다
꾸준히 나가던 독서모임도 어느샌가 나가지 않게 됐다
사실, 나가지 않게 된 건 내 고향행이 시초로 휴가를 잠시 휴가를 가지게 된 게 계기였는데,
그 이후로는 별 이유 없이 그저 귀찮아서 나가지 않게 됐다
평소에 출근시간에도 그렇지만,
주말엔 평일 그 배로 서울 나가기가 힘들어지는 경기도
어느 곳에 거주하는 터라
내 자리가 남아있을 광역 버스를 타기 위해
2-3시간 가까이 일찍 나가야 하는 것도 귀찮았고,
일찍 나가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도 뭔가 아까웠던 것 같다
휴가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자면
달라진 것이라곤 그저 내 마음,
그 한 가지뿐일 텐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을까
내 마음에 한 칸의 여유도 가지지 못할 만큼
팍팍해진 게 큰 이유인 것 같다
바뀐 마음을 다시 돌리려면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
어젯밤의 나는 귀찮음을 억지로 누르며,
책을 손에 쥐었다
이 약간의 강제성이 내 마음의 여유 한 칸을
다시 돌려줄 계기가 되길 바라며..
너무 오랜만에 읽어 그저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요 수준으로 책을 읽었지만
그래도 읽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책을 손에 쥐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책을 읽기는 읽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마음가짐도, 준비도 하지 않고
그저 작은 부분부터 다시 해나가야지
독서뿐만 아니라, 그 모든 것에서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