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은 지가 대략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조금은 달라졌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받은 결과지에 나는
여전히 그대로, 아니 조금 더 나빠진 상태였다
그게 뭐라고,
그냥 아, 상태가 더 안 좋아졌네
그럼 더 나아지게 해 봐야지
이러고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는데
나는 또다시 생각의 꼬리를 물고
혼자만의 작은 구덩이로 들어간다
끝없는 자기 비하와
끝나지 않는 생각의 꼬리를 붙들고
나는 다시 그 작은 구덩이 안에서
내 생각들을 가득 채운다
그 생각들이 내 무릎을 덮고,
내 어깨를 덮고,
내 머리를 덮을 때까지
자책의 끝은 어디일까?
티끌 하나에도, 모래 한 알에도
내 마음은 힘들어하고
그런 내 모습에 난 또 지쳐만 간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내 우울과 슬픔은 외면하고
괜찮아지고 있다고만 나를 세뇌시킨 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오래된 고립, 은둔 생활이 문제인 걸까?
아니면 그걸 부끄러워하는 내가 문제인 걸까?
아니면 그걸 들키고 싶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서 살고 있는
내가 잘못된 걸까?
이렇게 얼굴도 보이지 않는 작은
내 글 쓰는 공간 안에서도
나는 내 고립, 은둔 생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매번 상담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멀쩡해 보이고 싶었다
정상성이 뭔지,
나는 아직도 제대로 정의 내리지 못하지만
그 실체도 없는 정상성에 매달려
나 자신을 구기고 구겨
그 정상성에 맞추려고 했다
은둔 생활을 극복하고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며, 책을 보며
나는 그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내 얼굴을 드러내고 그런 얘기를 할 용기도 없고
내가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는 이 기억을 내 치부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니면 족쇄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이라
나는 도저히 그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데
그래서 결국 나는 인정해야만 하는데
나는 인정도, 숨기는 것도,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계속 이곳에서 머물러 나를
깨고 또 꺠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다 더 깨질 내가 없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