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책 산책 시켜주는 사람

by 이미리미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를 때는

잠깐 보는 그 책 몇 장이 너무 재밌어서

집에 가서 금세 그 책을 다 읽을 것만 같아

신나게 대출 버튼을 눌러 책을 빌려오는데

집 현관문을 열고 넘어오는 순간,

마법같이 그 재밌던 책들을 읽기가 싫어진다


현관문을 넘는 그 새에 무슨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인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을 것만 같던 책들은

식탁 위에 놓아두고

반납일이 될 때까지 장식품이 된 것처럼

내 식탁 위를 꾸며주고 있다


반납예정일을 잊지 말라고

알려주는 카톡이 오면

부랴부랴 한 페이지라도 넘겨서

급하게 한 권이라도 다 읽어서 반납을 하거나,

아니면 한 장도 넘기지 않은 채

그대로 책을 반납하기도 한다


그냥 도서관의 책에게

바깥바람을 쐬어주고,

산책시켜주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아예 안 읽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빌릴 때 한 두권 씩이라도 읽게 되니

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온다

이번엔 책 산책시키지 말고,

꼭 읽고 반납해야지 하며..


오늘도 그런 다짐을 하며

책을 빌리러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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