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로맨틱한 눈을 장착하고 날 안아주며 말했다.
“자기는 진짜 의느님께 감사드려야 해”
“아니. 우리 할머니께 감사드려”
우리 가족은 나를 제외, 모두 예쁘고 큰 눈을 가졌다. 사실 큰 눈뿐만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를 탄 우리 형제 중 동생을 보고는 “어머 아들이 너무 잘생겼네요”
나를 보고는
"…………딸도 귀엽네”
라고 말을 해주면 다행이지. 너무 정직하셔서 일까 아무 말 안 하는 어른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그 침묵이 얼마나 거북하고 기분 나쁘던지. 어려도 알 거는 다 안다 말이다! 예쁘다는 말만 들어도 모자랄 나이에 난 타인을 통한 외모 객관화를 당했다.
예쁜 엄마 바라기였던 왜 난 엄마 안 닮았어? 왜 내 눈만 이렇게 작아? 라고 물으면 항상 돌아오는 답은
넌 할머니 닮아서 그래
엄마를 닮지 않아 아쉬웠지만, 할머니를 많이 좋아했기에 그 말이 썩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큰 눈이들 사이에서 나와 할머니만 편먹은 느낌, 그 동질감과 유대감이 있었달까.
그래서 사춘기 시절 엄마, 아빠가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는 거냐!라고 소리치면 나도 소리쳤다.
난 할머니 닮았어!
행동력 끝장이신 할머니는 아주 오래전 어느 날 쌍꺼풀수술을 하고 나타나셨다고 했다.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이니 쌍꺼풀 수술의 역사가 아주 오래되긴 했다.
본인 주장 강하신 할아버지 옆에서 할머니는 평생을 잔소리를 못 이기고 따르셨는데 할아버지가 찬성할리 없는 쌍꺼풀 수술을 그냥 해버리고 나타나신 거다. 보통 용기 가지고 하신 건 아닐 터. 아마 슬쩍 이야기 꺼냈다 할아버지 역정을 듣고 고민도 많이 하셨을 것이다. 싫은 소리 듣을게 뻔한데도 하셨다는 건 그만큼 하고 싶었던 마음이 훨씬 컸던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내가 대학교 입학 후 할머니는 나와 엄마를 불러 본인이 돈을 낼터이니 쌍꺼풀 수술을 하라고 하셨다. 옆에서 큰 눈이 할아버지와 아빠는 뭘 또 수술을 하냐. 그냥 생긴 대로 살아라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단호하셨다.
하고 싶으면 해라!
역시 큰 눈이들은 모르는 동지끼리만 알 수 있는 그 느낌적 느낌을 할머니는 아신 것이다. 역시 할머니는 내 편이구나.
할머니 왈 내가 뿌린 것이니 내가 고쳐주겠다.
든든한 머니 파워 덕에 1학년 여름방학, 나는 수술대에서 옆 수술방에서 들리는 뼈 깎는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뼈 깎는 수술은 안하리라 생각하며 수술을 받았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힘드니 살이나 빼자라는 마음에 생애 첫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방학 동안 10킬로를 빼고 눈째고 나타난 나를 보고 뒤에서 턱도 했다더라 코도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니 나름 변신이 성공적이긴 했나 보다.
그 후 쌍꺼풀이 자리 잡고는 큰 눈이 가족들도 인정했다. 하길 정말 잘했다. 안 했으면 어쩔뻔했어.
이렇다 보니 남자가 “너 눈 진짜 예뻐”라는 말을 들으면난 할머니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아. 물론 썸 타는 중에는 잠깐 참았다가 나의 멋진 할머니 이야기는 나중에나 꺼냈지만 말이다.
“이 눈 사실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