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m Mar 24. 2020

코로나와 셀프 관찰 일기

외노자의 불안 그리고 슬픔 

9일 동안 무엇을 해볼까 하다. 올해는 정말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다이어트를 이어가기로 했다. 코로나가 심해지기 2주 전까지는 꼬박꼬박 헬스장에 갔는데 이제 헬스장도 문을 닫았으니 유산소 운동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습관적으로 보던 소셜미디어 대신 명상을 했다. 블랙커피를 마시고 30분 정도 뛰다 걷다가 들어와 수란을 처음으로 만들어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하니 스스로가 뿌듯해졌다. 

그때였다. 뿌듯함과 좋은 날씨를 만끽하고 있는데 하우스 메이트가 갑자기 "나 내 나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라고 하는 게 아닌가. 전부터 최악의 상황에서는 대만으로 돌아가야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난 믿고 싶지 않았고 얼마나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알기에 별거 아니게 들었는데 목소리가 심상치 않은 거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셰프로 일하고 있는 호텔 Food section  전체가 최소 3개월 동안 문을 닫는다고 메일을 받았다는 거다. 5월이면 비자가 만료되어 10,000불을 들여 학생비자로 돌리려고 했는데, 수입이 없으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렇게 한 통의 메일로 내 친구는 실업자가 되었다. 


자국민은 실업 급여나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나라에 살면서 똑같은 세금은 내지만 받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는 외노자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정부의 방침에 사업장의 결정에 이렇게 휘둘린다. 


말도는 안 되는 농담을 하며 친구는 그렇게 마지막 일터로 나가고 나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아 사태가 불안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허망했으며 서글퍼졌다. 침대에 몇 시간을 누워 자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우울해져 있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 저녁 먹기 전 달리기로 했다. 


그렇게 오늘의 하루는 아침과 저녁 두 번의 달리기를 했다. 세끼를 건강하게 챙겨 먹고 간식도 야무지게 먹었다. 퇴근하는 친구를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나 고민하는데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호주 정부에서 내일부터 상향조치를 한다는 거다.


하아... 완전 봉쇄가 멀지 않은 것 같다. 


3주 전만 해도 지금 이상황은 생각도 못했지


이전 14화 영어가 다가 아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