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쓰려 했는데 실패!
고단한 하루였다.
잠이 쏟아진다.
조금만 쓴다.
1.
기로에 섰다. 밥벌이 수단에 관한 문제다. 글과 사진을 두고 갈등 중이다. 통신사 최종 면접 결과를 기다리던 3년 전과 비슷하다. 그때도 한 종합경제지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최종 결과를 확신할 수 없었지만 필기시험에 가지 않았다. 앞서 두 달여간 진행됐던 공채 전형에 지친 탓이었다. '합격했다'는 마음보다 '합격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안 갔던 것 같다. 필기시험을 쳤다면 내 삶은 지금과 다를지도 모른다. 그때도 한쪽은 사진기자, 한쪽은 취재기자를 응시했다. 문득 기시감이 들어 기록한다.
2.
'기자'란 직업에 열의 가득하던 시절의 일. 지금은 다르다. 여러 가지 면에서 한 번 언론계 물을 먹고 나왔다. 나름 이슈의 중심에서 활동하다가 바닥을 떠나려고 결심했다. 근데 그게 잘 안됐다. 하여 돌아온 곳에서 다시 선택의 순간이다. 아마 내일, 사진기자 쪽의 결과 발표가 있다. 아침에는 완전 경제지 면접이 잡혔다. 두 군데 다 떨어질 수 있지만 내 마음은 예컨대, 이미 갈등의 장에 들어섰다는 이야기다. '경력직이니 떨어뜨리겠어?' 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건 감출 수 없다. 특히 경제지는.
3.
사진기자 자리는 묘한 불안이 있다. 면접 분위기가 괜찮았고, 내 능력도 사측이 원하는 범주에 속한다. 게다가 뽑히지 않을까 하는 암시를 회사에서 받았다. 다만 이런 순항 일변도에는 항상 뭔가 있다. 어딘가 신경 쓰이는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너무 잘 풀릴 때는 분명히...
경제지 취재기자는 사실 자신 없다.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경제부나 산업부 쪽은 접점이 거의 없다. 나는 주로 사회부에서 취재를 해온 데다 보건 쪽이나 정치 쪽에 얕은 경험이 있다. 보건 쪽도 진입장벽이 있어 초반에 취재할 때 고생깨나 했다. 그 기억이 아침 면접을 불안하게 만든다.
4.
'아, 기자 안 하려고 했는데.' 솔직한 마음이다. 다만 언론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내가 언론계에 발 들일 때 했던 노력의 1/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만한 의지도 애초에 없었나 보다. 그저 '기자 될 때 했던 노력이 있으니 그 정도 열정이면 뭘 해도 하지 않을까' 하는 나태만 덩그러니. 그래서인지 언론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노력으로 얻은 이력을 발판 삼아 재진입이 조금 수월해졌을 뿐.
5.
글을 쓰는 도중에도 틈틈이 고민했다. 아무래도 사진기자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면접을 본/보는 각 회사의 대외적 평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직업적 희소성을 고려할 때 사진기자에 마음이 더 동한다. 사진기자가 되는 길은 가뜩이나 좁은 길이 갈수록 좁아져 현재 국내 사진기자들의 수를 1,000번 대까지 넘어가지 않고도 셀 수 있을 거다. 사진기자협회에 등록된 기자로 한정한다면 그 수는 500번 대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6.
단지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뭐랄까. 조금 더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일을 하고 싶었던 내 기호와도 사진기자 일은 닿아있다. 머리나 수염을 기른다거나, 옷을 제멋대로 입고 다니는 등 시선에서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실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겉멋만 잔뜩 든 사람으로 전락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 장비도 회사에서 준다. 보통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쓰는 장비는 일반 사람들이 취미로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고오급 장비를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게 된다. 이는 '내 사진'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얘기다.
7.
참고로 이전에 일하던 언론사에서 내가 사용하던 장비들은 대략 1,000만 원이 넘었다. 질 좋은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어 좋았지만 등과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8.
취재기자가 되면 이직이 용이하다. 경제지 취재기자들은 더 큰 회사로 '점프' 뛰기 좋다고 들었다. 하지만 경제부라는 한계가 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기자들도 이전에 일했던 부서를 본다. 업무 숙련도와 취재원 확보 등을 곧 경력으로 인정받는 탓이다. 때문에 경제지에 한 번 발 들이면 아예 주니어급이 아닌 이상 다른 부서로 옮기기 힘들어진다. 경제, 특히 산업부는 모든 부서 중 내가 가장 흥미 없는 하는 분야다. 그런 이유로 경제지 기자는 내게 '최선'이 될 수 없다.
9.
일이 잘 풀린다 한들, 40대가 되어 어디 가서 "저 ㅇㅇ일보 산업부에 있어요"라고 말해도 그닥 즐겁지 않을 듯하여.
10.
오늘은 갈등을 정리하는 도구로 일기를 사용한 셈이다. 쓰다 보니 얼추 정리가 끝난 것 같다. 훗날 선택을 후회한다고 가정해도 사진기자를 선택하지 않은 일은 후회하지, 경제지에 가지 않은 일을 굳이 후회하진 않을 것 같다. 밥벌이도 그렇고 비전도 고려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적성은 중요한 법이다. 여러 곳을 돌아다녀본 결과 내가 업무를 싫어하는 만큼 금전이나 시간으로 보상해주는 회사는 잘 없다. 따라서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뚜렷하게 갈리는 지점이 없다면 더 끌리는 업무를 선택하면 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다만.
11.
고민 때문에 뒤늦게 나온 이야기다만, 면접 보러 가다가 또 '도를 아시냐'는 분에게 붙잡혔다. "바쁜 일이 있어서"라고 말했음에도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다니까요"라며 나를 만류했다. 내 바쁜 일, 뭔지 모르면서.
과거보다 몸집이 커졌음에도 붙잡히는 일은 근절되지 않는다. 오늘은 이어폰도 끼고 있었다. 당최 기준을 모르겠다. 수염이 없어서 그런가.
12.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모두에게 추운 계절이 온다. 한 누리꾼의 글에는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서로 몸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이 담겨있었다. 얼핏 봐도 떨고 있는 모양새였다. 나도 면접을 다녀오면서 검은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다. 기온 탓인지 한 마리는 내 차 밑에, 한 마리는 이웃 차 밑에 들어가 있었다. 빼꼼 얼굴을 내밀고 경계하는 듯하더니 지근거리까지 다가왔다가 다시 도망쳤다. 딱히 줄 것도 없어 다가오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처 다 자라지 않은 몸은 야윈 듯했고 어미는 20분 넘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런 방치된 생명체들을 만날 때마다 복합적인 생각에 빠지곤 하는데 그 끝엔 대부분 슬픔이 있다. 피상적이면서도 단순한 뭐 그런 슬픔들.
13.
해야만 일을 가장 덜 하기 싫을 때는 그것을 하고자 결심했을 때 같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이나 집안 청소, 이불 빨래, 운동, 자기 개발 등 미루면 늘 후회가 남고, 하기 싫은 마음도 이자가 붙는 듯하다.
...라고 끄적이며 쌓인 미련이나 후회 따위를 털어내 본다.
14.
최근 모기가 '지나치게' 기승을 부려 다이소 액상 모기향을 다시 피웠다. 이틀간 사용한 결과 '아주 효과가 없는 건 아닌가 보네' 정도로 평가를 갈음한다. 모기가 조금 덜 달려드나? 싶은 느낌적 느낌.
15.
마무리.
사진기자 떨어지면 이 글은 삭제할 예정이다.
속된 말로 쪽팔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