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자로 돌아가기에 앞서.
소소하다 못해 작은 이야기.
오늘 하루.
- 입사 서류를 뗐다. 주민센터와 알파에 들러 이것저것 마련했다. 입사 절차를 여러 번 거치다 보니 준비 과정이 익숙하다. 서류뭉치는 파일에 넣어 책상 위에 올려뒀다. 준비물을 챙긴 초등학생처럼 마음이 들뜬다. 설렘이 쉽게 가시지 않을 듯하다.
- 스벅에 왔다. 소이 라테를 주문했다. 머그컵 가득 채운 커피가 넘치지 않게 조심스레 계단을 올랐다. 한동안 방문이 뜸한 카페를 오늘은 와야 했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진정시킬 길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 내일을 기다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보다 적합한 길이 스벅에 있었다.
- 랩탑을 펼치고 앉아 안부를 돌렸다. 선배들과 친구들에게다. 언론계에서도 사진 쪽은 종사자가 워낙 적어 사람이 들고 나는 게 금방 티가 난다. 만나기 전 미리 인사를 한다는 의미보단 나를 가르쳤던 선배들에 대한 예의 같은 차원이다. 선배들은 축하로 안부 인사를 갈음했다.
- 고맙게도 쓴소리 해주는 선배도 있었다. 묵묵히 견디며 열심히 찍으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안부인사와 함께 시건방을 떨었던 나에 대한 질책이다. 사람 사이의 정 같은 걸 찾기 힘들어지는 요즘 이런 사람은 부쩍 귀하다. 덕분에 균형 없이 휘청대던 자세를 곧게 바로잡을 수 있었다.
- 선배와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참 쉽게 교만해지는 사람이란 걸 느꼈다. 누군들 그런 면이 없겠냐만은 자신의 단점을 직면하는 일은 달갑지 않다. 알면서 고치지 않는다는 점을 또 한 번 마주할 때 상처는 곯아간다. 자신이 어떤 인간이란 사실은 때로 이렇게 쓰다.
- 앞으로의 생활은 당분간 업무 스케줄을 겪어봐야 알 듯하다. 상대적으로 긴 근무시간이나 주말 근무 등도 달갑게 받아볼 생각이다. 기자 일이란 게 그렇고 사진기자 일이란 게 또 그렇다는 낙관으로 '나인 투 식스'는 포기하기로 했다. 갑자기 "글 쓰는 일 하면서 나인 투 식스 찾는 건 어폐가 있지 않아요?"라던 한 면접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 이제 폰 교체도 미룰 수 없다. 블랙베리, 블랙베리 노래를 불렀지만 선택을 앞두고 망설이게 된다. 3년 전 언론사 입사를 앞두고 블랙베리를 쓰다 아이폰으로 바꾼 전례가 있다. 업무 중 폰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혹여라도 생길지 모르는 기계적 결함 따위가 신경 쓰인다. 선뜻 '키투'를 주문하지 못하는 이유다.
-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6s도 배터리만 교체하면 한동안 무리 없이 쓸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진동 센서가 고장 나기 전까진 그랬다. 매너모드가 좀처럼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벨 모드로 바뀌며 수시로 벨이 울린다. 지금도 진동모드에서 벨 소리가 3번이나 울렸다. 이건 좀 곤란하다.
- 수리를 알아보니 공식 센터에서 리퍼 비용은 38만 원 선이란다. 사설 업체에 맡겨도 최소 5~10만 원 선이다. 대략 15만 원 선에서 고쳐 쓰려면 못 쓸 것도 없지만 욕망이 앞선다. '3년쯤 썼으면 바꿀 때도 됐잖아?' 싶어 후보군을 살핀다. 여전히 눈에 안 차는 '갤럭시'군과 아른거리는 소니/블랙베리/구글 제품들. 200만 원짜리 폰은 내키지 않는지라 아이폰은 제외한다.
- '마지막 휴일'이라며 휴식 의지를 불태우다가 종이에 손을 베였다. 유혈은 면했지만 금방이라도 피가 나올 것 같은 상처가 일자로 생겼다. 희한하게도 고통보다 '오, 오랜만이네!' 생각이 먼저 들었다. 흔치 않은 일들이 이어지는 걸 보니 뭔가 바뀐다는 실감이 든다.
- 일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불만이 생긴다. 선배도 그랬다. 사직을 고민하는 시기도 분명 다가온다고. 안다. 알지만 물러서지 않는 것이 이제는 중요한 시기다. 객관적 기준에 더해 주관이 판단 요소로 크게 작용하는 분야인 만큼 잘 찍자는 의지를 다진다. '기본 이상'을 해내고 무탈한 하루를 보내기보다, '최선'을 다했다가 깨지는 쪽을 택하련다. 담금질 '오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