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에 러그를 깔았다. 돌아오는 계절 대비다. 테이블에도 요를 둘렀다. 테이블 하판에는 에스워머라는 전기히터를 달아 코타츠를 만들었다. 2015년에 산 걸 묵혔다가 뒤늦게 잘 쓰는 중이다. 코타츠로 사용하기엔 테이블 높이가 조금 더 높으면 좋을 뻔했다. 전반적으로 요 안 쪽이 후끈해 기분이 좋다. 한창 추울 때 사용하면 노천탕 안 부럽다. 입에서 김 나고 하체에서 땀날 때도 있다. 월동준비는 이렇게 시작됐다.
- 전자기기도 계절에 맞게 바꾼다. 사용기간이 만 3년에 달한 아이폰6s를 이제는 놓아주려 한다. 배터리부터가 헐떡댄다. 이제 겨우 가을인데 충전선을 빼면 급속도로 죽어간다. 집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데 대략 10% 가까이 떨어진다. 사파리나 카톡을 몇 번 켰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힘겹다. 현재 배터리 용량 최대치는 새 배터리의 74% 수준이라고 나온다. 원래 용량인 1750mAh로 셈해보면 1269mAh 정도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 s9 배터리 용량이 3000mAh인 걸 볼 때 거의 1/3 수준이다. 야외 활동이 주를 이루는 내게 배터리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이 정도면 한겨울엔 갑자기 꺼지기도 한다. 작년에 이미 경험한 문제.
새 폰을 고른다고 고심했다. 블랙베리를 못 잊어 '키투' 구입창을 몇 번이나 열고 닫았다. 소니의 신형 플래그십 모델인 엑스페리아 'xz3'와 비교하기도 했다. 가격, 성능, 마감, 문제점 등 샅샅이 살폈지만 둘 다 뭔가 부족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노키아 7 플러스'다. 노키아 7 플러스는 키투나 xz3처럼 플래그십은 아니지만 최적화가 잘 돼 있다고 한다. 가격도 저렴해서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손꼽힌다. '카메라에 전화 기능이 달려있다'는 평을 듣던 과거 노키아 폰의 명성을 무난하게 이었다고. 더군다나 구글 카메라를 이용하면 품질이 상당히 향상된다고 한다. 배터리는 또 3800mAh에 달한다. 모든 게 마음에 들던 차에 결정적으로 디자인까지 예뻤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좋았다.
문제는 구입 루트였다. 마이너 하면서도 마이너 한 폰답게 국내 미출시 제품이다. 심지어 휴대폰 구매대행업체에서도 다루는 곳이 몇 없다. 검은색 모델과 흰색 모델이 있는데 흰색 제품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구매대행업체들이 물건을 받아오는 홍콩이나 중국에선 이미 흰색을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또 유럽(글로벌) 버전과 중국, 홍콩 버전 등이 있는데 차후 운영체제 업데이트 등을 위해 유럽 버전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행업체들이 다루는 제품은 모두 중국이나 홍콩 버전이었다. 이 폰을 사려는 사람들도 가능하면 유럽 버전을 구하려 애썼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휴대폰 구매대행 사이트부터 일본 직구 사이트, 북미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물품 거래 사이트를 뒤졌다. 없었다. 독일 아마존도 뒤졌다. 여긴 구입 절차와 언어가 번거로웠다. 그러다가 구글에서 영국 휴대폰 판매 사이트를 찾았다. 간단한 절차와 명료한 설명, 제품 색상부터 싱글 심과 듀얼 심 선택도 가능했다. 한국에서 주문하면 부가세도 면제됐다.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문까지 일사천리 진행했다. 그 결과 원하던 모델이 사우스햄튼에서 출발해 런던을 거쳐, 현재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또 다른 수속을 기다리는 중이다. DHL최고.. 업체는 진행 상황을 메일로 알려주며 송장번호도 첨부했다. 5일 정도 걸린다는데 화요일에 도착 예정이라는데, 영국발 택배에 이렇게 설렐 줄 누가 알았을까.
+삘이 꽂혀 구입한 뒤 각종 리뷰를 유튜브에서 검색했다. 호평 일색이다. 댓글에도 호평이 난무한다. 비록 국내 유저는 거의 없는 듯했지만 서구권에서 '노키아는 죽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했다. 구글 픽셀 3과 갈등할 뻔했으나 고민을 덜어준 노키아 디자인팀에 감사한다.
- 기프티콘으로 'BBQ 치킨'을 주문해봤다. 퇴근길에 포장해 올라가려 했는데 수수료 1,000원을 요구했다. 기프티콘은 수수료가 있다고. 출처 모를 수수료에 당황했지만 되묻거나 거절하기도 애매한 액수라 쿨한 척 돈을 지불했다. 치킨을 기다리는 동안 찾아봤더니 본사와 가맹점간 갈등 격화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기사가 몇 보였다. 가맹점은 기프티콘 수수료가 비싸 볼멘소리를 내왔는데 본사는 아무런 대책 없이 기프티콘을 판매해 수수료 부담 등으로 기프티콘 결제를 받지 않는 가맹점도 상당하다는 내용. 그 와중에 이런 식으로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방식도 늘어나는 모양이다. 갑자기 수수료를 요구받은 사람들의 불만 섞인 의견들이 블로그 등에 보였다. 안 사 먹으면 그만이라지만 업체의 일처리 방식은 참 매끄럽지 못하다.
- 취재하려다가 처음 '튕겼'다. 그러니까 어디 출입하려다가 거절당한 거다. 미디어 담당관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얘기했으나 콧바람 섞인 목소리와 함께 "기자인 줄 어떻게 알고, 안돼요." "재직증명서를 팩스로 보내주세요"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 사람은 자기 일을 한 거고 굳이 내게 친절할 필요도 없어 잘못한 게 없다. 다만 이런 일을 처음 겪는 나는 다소 민망함을 느껴야 했다. 선배들이 말한 "전과 같지 않을 거"란 말을 생각보다 일찍 겪게 된 셈이다. 이제 시작이라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발길을 돌려 나오는데 신기한 경험을 다 한다 싶었다. 그 와중에 어깨와 등에 짊어진 카메라와 랩탑은 무겁고. 명함이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 사진 하겠다며 일을 시작했다. 직장이나 직업으로의 가치, 따져야 할 근로조건 등 대부분의 기대를 내려놓자 의외로 마음이 가벼웠다.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 수 있단 건 방향성 면에서 바람직한 듯하다. 급여나 근무시간, 강도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내가 추구할 수 있는 최선/최대치와 멀어졌지만 다시 사진을 할 수 있어 좋다. 오랜만에 장비를 메고 거리로 나갔는데 괜스레 웃음이 나는 거. 만족이란 모든 것이 균형을 이뤘을 때 느끼는 게 아니라 내 시선이 머무는 곳과의 거리감에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도, 어깨도 아픈데 그날 밤 잠은 참 잘 잔 듯.
- <미스터 션샤인> ost 중 이수현(악동뮤지션)이 부른 '소리'란 노래가 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지그시 말하는 듯한 목소리 톤이 인상적인 곡이다. 드라마에서 이 노래가 등장할 때마다 뭔가 인상적인 장면을 본 탓인지 반복 재생으로 거의 하루 종일 듣고 있다. 마미손의 '소년 점프'는 하루 정도 바짝 듣고 말았는데 이 노래는 놓아지지 않는다. 군대 간 오빠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이수현의 이런 쓰임(솔로)이 어쩔 땐 악뮤보다 반갑게 다가온다. 누가 좋은 곡 좀 팍팍 줬으면...
- <스타 이즈 본>이 그렇게 좋다는데...
- 근 세 달간 무력했던 다이어리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내년부턴 전자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볼까. 좀 더 디지털한 인간이 되는 것도 가방 무게를 줄이는데 일조할 듯.
- 커튼 너머로 인화되는 햇살이 좋다. 계절, 날씨, 기온, 시간.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오늘 하루 가장 적절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