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연희동 이품, 탕수육: 맛있음
역시 일하니까 글쓰기가 뜸하다.
일도 일인데 몸 쓰는 일이라 그렇다.
조금 이른 출근과 살짝 늦은 퇴근에 고단함이 쌓인다.
피로하지만 소모적이란 느낌은 없다.
하루를 태우고 다음날 다시 탄다.
고스란히 에너지를 쏟는다.
크고 작은 곁가지를 걷어내고 똬리를 튼다.
그렇게 자리를 잡아간다.
-
집에 오면 오후 8시다. 씻고 밥 준비하면 9시. 먹으면 부르고, 부르면 졸리다.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생활을 이어간다. 요즘처럼 추운 날엔 뜨거운 물이 '직빵'이다. 샤워 후 먹고 누우면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머리가 닿자마자 잔다. 랩탑을 배에 올린 채 잠든 게 두어 번. 이후 누울 땐 폰만 쥔다. 혹시 알람을 잊을까 싶어.
-
편한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란 말을 긍정 중이다. 편한 일로 돈 벌고 좋아하는 일을 따로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의미를 두지 않은 일로 돈벌이를 하는 것도 곤욕이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돌아왔다. 결국 사진 한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든다. 일종의 신고식. 받아내고 있다.
-
이 바닥처럼 종사자 수가 적은 곳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3년 전 사진을 처음 하게 됐을 때 봤던 선배들이 거의 그대로 있다. 회사가 바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안면이 있다. 인사를 하고 안부를 전한다. 예전처럼 모두가 살갑진 않지만 그마저 이 판에 돌아온 반동이라 여기고 있다. 낙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
이 과정에 상당히 불쾌한 일을 겪었다. 일단 참았는데 되새길수록 머리에서 김이 났다. 성질을 죽이는데 한참 걸렸다. 그리고 평온을 찾았다. 그래서 쓴다. 연이은 접속사는 열 받아서 꺼낸 게 결코 아니다. 어쨌든 받은 대로 돌려줄까, 앞으로 어쩔까 따위로 고민하다가 내가 나를 잃을 필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굳이.
-
비슷한 시기에 지원서를 넣었던 곳에서 연락 왔다. 회사 규모나 급여 등 근로환경은 연락 온 곳이 훨씬 낫다. 아마도. 지금 다니는 곳은 곧바로 연락 와서 합격한 뒤 입사했고, 연락 온 곳은 지난 주말 접수를 마감한 탓에 발표가 늦었다. 실기시험을 보러 오라고 했는데 고사했다. 자신 없거나 그런 것보단 그냥 내키지 않았다. 옮길 때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를 원치 않기도 했고.
-
회사를 다니다 보면 정말 싫은 부분이 있다. 없다가 생기기도 하고 뒤늦게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점은 시간이 갈수록 감내하기 힘든 요소가 된다. 직장을 점점 참아내게 되는 시기의 출발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거부감이 극에 달하면 사직서를 만지작 거린다. 그 정도로 싫은 요소가 있다. 어디에나, 여기에도, 공평하게 있다.
-
생각만 해도 거북한 그것을 어떻게 소화할까 고민했다. 아니 고민보단 물 흐르듯 받아들이게 됐다고 하는 게 적확하다. 잠시 인상을 쓰다가 '그것만 아니면'으로 사고가 전환됐다. 가령 사람이든 시스템이든 'A'가 정말 싫다고 가정할 때, 역으로 'A'를 제외한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별 거 아니란 결론에 이른다. 모든 부정이 상대적 긍정으로 치환되는 순간.
-
'A'도 싫고 'B'도 싫다면 선택의 순간이다. 'C'까지 균등하게 싫어지면 퇴사할 때가 됐나 고민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퇴사를 거론하는 사람은 의외로 퇴사 욕구가 없는 듯하다. 3년 전 내게 '직장이 뭣 같아서 다른 곳 알아본다. 비밀이다'라고 말했던 선배는 아직도 그 직장에 다닌다. '1년만 더 다니고 사업을 할 거'라던 사람도 감감무소식이다. '승진 안 되면 다른 곳 알아봐야겠다'던 친구도 조용히 회사를 다닌다. '전 직장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친구는 대뜸 '10년만 더 다니다 이직하는 게 베스트'란 말을 한다. 퇴사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닌 건 확실하다.
-
다시 돌아와 근황을 살펴보자. 하나를 쳐냈더니 또 다른 기회가 왔다. 물론 지금 직장보다 훨씬 나은 근무여건을 제공하는 곳에 일종의 추천이 왔다. 최종합까지 보장하진 않겠지만 확률은 상당할 것 같다. 다만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일의 성격이 꽤 크게 달라진다. 근무지도 차이가 있다. 이걸 주말 내 결단 내려야 한다. 결정은 늘 내리고 나면 별 거 아닌데 말이다.
-
한창 배고플 땐 아무 일 없더니 이렇게 기회는 몰려온다. 사람 일이 그렇지 뭐.
-
화두를 바꿔보자. 근황, 그래 근황. 사진을 다시 하면서 요즘 인스타에 열 올리고 있다. 능동적으로 뭔가를 이루려는 건 아닌데 브런치에 기울이던 정성의 방향을 인스타로 돌렸다. 단상을 사진과 함께 간간이 올린다. 큰 의미는 없지만 덕분에 사진을 조금 더 찍게 된다. 폰이든 카메라든 도구를 쓴다. 좀 더 발전적으로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
폰도 '노키아7 플러스'로 바꿨다. 결국 노키아에 정착했다. 비교적 저렴하고 쓸만하다. 카메라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이전에 쓰던 아이폰6s의 카메라 성능은 모르겠지만 노키아는 확실히 좋다. 듀얼 카메라라서 줌도 된다. 무엇보다 예쁘다. 깔끔하다. 다만 폰의 퍼포먼스는 아이폰이 낫다. 아이폰의 인터페이스는 계속해서 생각난다. 노키아를 쓰면서 뭔가 크게 느끼지 못한다면 다음 폰은 아이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만 어떻게 좀 해주면...
-
이건 또 다른 이야기. 어제 퇴근하면서 본 광경이다. 신촌역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빅이슈를 판매하는 아주머니가 남성 둘에게 어떤 이야길 듣고 있었다. 한 분은 예수를 믿으라며 전도하던 분이었고, 한 분은 노숙자 같았다. 뭔가, 제각각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인데 서로는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그 장면이 어색하게 낯설었다.
-
요즘 대중교통 명예기자단이라도 된 것처럼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유례없다. 그러니 대중교통에서 겪게 되는 각종 트러블에 노출되는 빈도도 늘었다. 지하철 타는 곳 중 빈 곳을 놔두고 내 옆에 섰다가 새치기하는 어르신들이라든가, 버스 자리 스틸러, 허리나 엉덩이 부근을 짚거나 밀면서 가는 아주머니/할머니들, 가방이나 몸으로 치고 가면서 돌아보지도 않는 여성분들 등. 심지어 제일 마지막 유형은 대체로 치고 나선 이어폰을 꽂아버리거나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피한다. 지나갈 때 닿지 않게 조심한다거나 가방을 앞으로 메는 행위 등이 무색해지는 순간들을 하루에도 한두 번씩 겪는다.
-
이와 반대로 창경궁 스케치하다가 어르신들을 만났다. 모녀인 듯했다. 딸이 어머님을 휠체어에 태운 채 바깥공기를 쐐러 나온 듯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드렸다. 카메라를 메고 있으면 종종 이런 부탁을 받는다. 어머님은 조금 마르셨고, 연세가 상당히 많아 보였다. 폰을 돌려드리다가 "건강하세요"라는 말이 무심결에 튀어나왔다. 그러자 딸이 어머님께 말했다. "들으셨죠? 엄마, 건강하셔야 해요" 그들에겐 일상에 지나지 않을 이 광경이 갑자기 사람을 울컥이게 했다. 딸의 말을 듣는 어머님은 이가 없으신지 오므린 입술을 느리게 움직였다. 휠체어 뒤로 햇빛이 떨어졌다. 나는 발길을 돌리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그냥, 시선이 갔다. 그들의 가을이 길었으면 좋겠다.
P.S.스벅 다이어리 받으려고 커피링을 다시 시작했다. 요즘 짐이 무거워 다이어리도 앱으로 대체할까 했지만 다이어리마저 안 쓰면 내가 (실제) 펜을 쥐는 일이 없어질 것 같다. 이 정도 사치는 하자며 프리퀀시 모은다. 그래서 지금 스벅, 집에 가려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