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종로

자투리 일기

by OIM

밥 먹어야 할 시간에 쓴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막간 일기.

사람 그득한 곳에서 혼자 앉아있자니 눈치 보인다.

40분만 있다가 나갈 예정이니 몰염치한 건 아니다.

자신을 속이는 일은 때로 이렇게 유용하다.



111.jpeg 목요일쯤 되면 어깨와 허리 통증이 재발한다. 금요일은 주말뽕으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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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취재 갔다가 바람맞은 적이 있다. 모 부처 장관과 모 단체가 종로에서 업무협약을 한다고 해놓고 여의도에서 식을 진행했다. 거듭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다만 오후 2시 일정을 심지어 1시 30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여건이었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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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현장 나왔더니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었다. 10시에 한다고 해놓고 9시 30분에 시작한 거다. 지난번 법원 앞에서 한 기자회견은 시작한 지 20여 분만에 끝을 맺었다. 이번에도 언제 끝날지 몰라 가슴 졸이며 찍었다. 그랬더니 "아침부터 열심히 하시네요"라고 타사 기자가 말했다. 나는 '끝'을 모르는 행사에 대한 공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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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또 왜 이렇게 떨어지나. 이것도 챙겨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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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갔다가 명함을 받았다. 기자회견에서 책임을 촉구하는 '사측' 관계자였다. 마치 적진 앞에서 농성하는 단체들 사이에 적의 파수꾼이 자리를 잡은 듯했다. 서로의 입장이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해봐도 각 집단의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볼 때면 어색함이 가시지 않는다. 그나저나 명함을 준 걸로 봐선 보도를 의식하는 듯하다. 나를 포함해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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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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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이 머지않았다. 하여 허리띠를 조금 풀러 볼까 했으나 이번 달은 들어오자마자 빠져나간다. '스쳐간다'는 말에 거짓이 없다. 월 중순에 일을 시작하는 바람에 월급이 반토막인데, 그마저 1만 원대 단위까지 '안녕'할 예정이다. 한때 신용카드를 친구처럼 끼고 사는 지인을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는데 같은 수순을 내가 밟고 있다. 카드를 무슨 산소호흡기처럼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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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바셋 커피가 입맛에 맞다. 취향, 뭐 그런 거다. 근데 오늘도 스타벅스에 와있다. 다이어리. 그거 받으려고 스타벅스 왔다. 이제 겨우 두 장 모은 프리퀀시를 보면 다이어리를 그냥 사는 게 나을까 싶지만 간혹 이렇게 커피 마실 일이 있어 느린 걸음을 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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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엔 직장인 정말 많구나. 점점 눈치가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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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으로 이사 가야 하는데 마땅한 지역을 정하지 못했다. 어디든 상관없다는 주의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마음이 또 그렇다. 까치산도, 연희동도 그 나름의 정취가 있는데 이 두 곳보다 나은 곳을 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은 적응의 문제가 아닐까 싶지만. 물론 계약기간은 6개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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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작업을 해보려 한다. 조명 쓰는 법이나 색감 맞추는 작업 등 보정 공부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할 일은 많은데 막상 남는 시간을 쓰지 않게 된다는 건 또 함정이다만 그걸 애초에 다 활용했으면 뭐가 돼도 됐겠지 내가. 어쨌든 보도와 상업은 완전히 결 다른 작업이라고 하던데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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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만나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상대를 대할 수 있는 관계는 참 바람직한 듯하다. 변함없는 게 늘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이어갈수록 상대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건 큰 복이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오는 편안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를 느낄 때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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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나가야겠다. 급하게 쓰니 할 말도 까먹었다. 분명 뭔가 꺼낼 게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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