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바쁘게 살다 보니:)
주말이 왔다. 긴 시간 지나고 다시 주말이다. 매주 오는 주말이지만 매번 기다린다.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벌써 하루가 다 갔지만 여전히 주말이 만든 섬에 있다. 부유하듯 시간을 향유한다. 간섭도 방해도 없이 방바닥을 굴러도 이 시간이 좋다. 고구마를 삶고 남은 피자를 데웠다. 주스도 마셨다. 발 닿는 대로 나왔다. 날이 쌀쌀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목도리를 했다. 걸었다. 그것대로 좋았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주중에 휴식이 부족하면 주말을 쓰게 된다. 온전히 즐기려는 노력과 달리 쉬는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의지는 체력을 안배하지 않으면 곧잘 무너진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주는 무리했나 보다. 낮잠을 조금 잤다. 아마 며칠 전 하늘공원을 걸어서 오른 탓이다. 미세먼지 찍겠다고 갔다가 설레발을 쳤다. 한 선배는 말했다. "잘 찍어야 할 것과 아닌 걸 구분해야 해. 그렇게 혹사하다간 죽어"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금 더 잘 찍게 될 때 여유도 부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이나 직장과 관련해 할 말이 많지만 오프라인엔 풀지 않기로 했다. 몇 번 말한 적 있지만 이 바닥은 종사자 수가 손꼽힐 정도로 적다. 말도 잘 돌고 쉽게도 돈다. 오해를 사기도 쉽다. 겪은 일을 서술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인간관계란 의도대로 흐르지 않을 때가 많다.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때가 오면 '그땐 그랬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머리가 굵어진 뒤 사람들을 만나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나 상대방이 윤리적으로 나빠서라기 보다 서로가 걸어온 길이나 성향이 눈에 띄게 다르면 그렇다. 거기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자신의 생각을 앞서지 못하면 주장은 그대로 아집이 되어 상대방을 공격한다. 대체로 사람 사이에 척을 지는 일은 이렇게 생기는 듯하다. 이런 사이에서 곤란한 건, 대화 주체의 한쪽이 대부분 강성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한쪽은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또는 굳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참는다. 비생산적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옛말이 있지만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회적 윤리는 때로 개인적 희생의 명분을 만든다. 이해 가능한 삶이 언제나 우선이다.
관계란 걸 배운다. 누가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다. 수사처럼 쓰이는 '살다 보니'란 말이 어울리게, 그렇게 배운다. 낯선 이를 바라보는 방법이나 성가신 상대를 마주하는 요령, 악의적 감정을 누르는 타이밍, 드러내도 좋을 자신의 범위 등이 포함된다. 사회에서 맺은 관계들 모두를 사실상 '좋은' 관계라고 할 순 없어서, 그렇다고 '필요한' 관계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워서 이런 방법들이 필요해지나 보다. 어떤 이는 누군가의 겸손에 올라타 선생이 되려 하고, 어떤 이는 누군가의 인내에 발을 올려 완장질을 하려 한다. 요즘 들어 '곁'을 내어주지 않는 일이 의외로 중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게서 오는 미약하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동물들에게서 위로받는다. 웹에서 강아지 영상을 찾아본다. 인스타는 강아지 밭이다. 그곳에서 주인을 향한 시선을 언제나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시선엔 늘 애정이란 게 담겨서 무관한 나까지 영향을 받는다. 집 근처에 사는 길고양이도 내겐 큰 위로다. 맨날 어느 주택에 드나드는 걸 봐서 길고양이가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얘도 심리적 반려묘에 가깝다. 오늘도 외출한 내 앞에 와 야옹야옹 울어댔다. 내가 앉자 몸을 비비러 다가왔다. 꼬리를 잔뜩 치켜세우고 살금살금. 예전과 달라진 점은 배가 조금 나온 건데, 출산의 여파인지 또 새끼를 밴 건지 알 수 없다. 그러고 보면 고양이는 추울 때만 되면 살갑게 구는구나. 참 효율적인 관계 아닌가.
스타벅스 다이어리 받으려고 프리퀀시를 모은다.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스타벅스에 드나드는 이유다. 최근 충전한 카드 금액을 모두 소진했다. 오늘 다시 충전해 케이크와 커피를 마셨다. '굳이?' 하면서도 이곳으로 온 건 다이어리에 대한 약간의 강박이 작용한 듯하다. 내 의지에 반해 몸뚱이를 지배하는 무의식 같은 건 딱 질색인데 그런 낌새가 온다. 책을 읽거나 특별히 만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프랭클린 같은 거나 샀으면 이런 일도 없을 것을. 마케팅이 이렇게나 중요하다고 또 한 번 무릎을 탁 치고 간다.
예전에 영화로 봤던 <땐뽀걸즈>가 드라마로 나오나 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 외 특별할 것 없는 다큐를 꽤나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흡입력 있는 구성과 캐릭터가 그곳에 있었다. 몇 년 사이에 봤던 이야기 중 인상 깊은 작품으로 남았는데 그걸 드라마로 리메이크한단다. 나는 영화 <신과 함께>를 보고 근래 크게 실망한 적이 있어 <땐뽀걸즈>는 부디 좋은 연출을 보여줬으면 한다. 다큐에서 느꼈던 여운과 또 다른 감상을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