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도 반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by OIM


서울중앙지법 앞이다.

따뜻한 라테를 주문했다.

감기약을 먹기 위해서다.

배를 채울 무언가를 대신해 공복 기를 없앴다.


40여 분 후엔 법원에 올라간다.

지인의 말마따나 "세상 억울한 사람 다 모인 곳"이 오늘의 일터다.


현장 마감을 마치면 사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여러모로 의무감 충만한 하루다.

바깥 일만 실수 없이 처리할 수 있길.




스타벅스 프리퀀시 9개나 모았다. 커피 마실 일이 생기면 스타벅스를 찾았던 것 같다. 충성 고객도 아니면서 다이어리 철이 되면 이렇다. 카드 충전도 벌써 두 번째다. 덕분에 무료 쿠폰 하나가 생겼지만, 커피 가격을 생각하면 상술로 이해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지금도 스타벅스 안이다. 이맘때면 흘러나오는 캐럴이 한창이다. 적당히 따뜻한 공기가 커피숍 안을 맴돈다. 따뜻한 공기에 따스한 커피가 졸음을 부른다. 통유리 밖으로 행진하는 집회 행렬이 아니었으면 잠들었을지도 모른다. 조금씩 감기는 눈꺼풀을 의지로 걷어올려 본다.



매일 식사보단 커피를 먹고, 현장에선 땀 흘리며 뛰었더니 체중이 줄었다. 한때 '이대로 계속 찌면 바지도 힘들겠는데?' 싶던 허리둘레가 바지춤보다 작아지기 시작했다. 공복엔 허리띠도 헐렁하다. 샤워 전 거울을 보면 쉴 때보다 부쩍 왜소해진 몸뚱이가 거울에 비친다. 살도, 근육도 빠진 결과다. 집에서 쉴 땐 괜스레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다 보니 몸을 불렸다. 운동 카페를 찾아보고 보충제를 구입했었다. 그 흔적들은 고스란히 컴퓨터와 집안에 남았는데 내 몸은 한껏 줄었다. 여유가 없는 건지, 흥미가 없는 건지 요즘의 난 그렇다.




KakaoTalk_Photo_2018-11-13-12-23-41.jpeg 아플 조짐이 보이면 물리적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엄청 깐 귤.


가을 감기가 독하다. 며칠 전 집 앞 커피숍까지 밤마실 나가면서 맨투맨만 입었더니 고뿔이 단단히 났다. 나름 기모 소재라 방심했던 게 이유 같다. 목은 감기가 들어오는 입구 같은 데라 해서 목도리도 둘렀건만 소용없다. 나는 이렇게 질병 초기 단계에 약을 챙겨 먹는다. 종합감기약은 물론 쌍화탕을 주기적으로 복용한다. 쌍화탕의 효과를 명확히 모르겠다만 심리적 보상을 느끼게 해 준다. 환절기만 되면 1년 치 쌍화탕을 몰아서 복용하는 듯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전기장판은 컨디션 난조의 결과다. 11월에 장판은 이르지 않은지 몇 번 생각해 봤는데 아파서 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첫날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잠들었다. 이불과 베갯잇을 빨아야 할 정도다. 꿉꿉하지만 당분간 별 수 없어 주말에 빨래방에서 세탁할 계획이다. 모처럼 겨울 이불도 꺼내고 숙면을 준비했다가 폭 잠을 '때릴' 거다. 전기장판을 꺼낸 뒤 매일 아침 조금만 더 자길 염원하는데,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어제는 처음으로 지각했다. 그 결과 오늘은 20분 일찍 도착. 느슨하면 꼭 사고 친다.



올해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어느 하나 손에 쥐지 못했다. 가시적인 성과나 뚜렷한 수치를 목표로 하지 않아서일까.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성과나 보상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못했던 것 같다. 막연한 계획은 언제나 뜬구름이고, 그 결과 연기처럼 사라져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잘못 끼운 단추로 무엇을 바라겠나. 어느새 11월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연말'이 어울리는 시기가 다가왔다. 연말연초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될 테고, 파도에 휩쓸릴 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올 연말은 어쨌든 직장과 함께 하니 달달한 귤이라도 까먹고 말 테다.



크고 작은 일들과 별개로 해외에서 폰을 직구했더니 액세서리류를 구하는 게 일이다. 워낙 마이너 한 제품이다 보니 국내에서 판매하는 보호필름마저 없다. 직구 사이트를 이용하려니 배송기간이 문제다. 14일에서 38일 정도 소요된단다. 이마저 저가 상품은 배송 사고로 취소되거나 물건이 더 늦어지기도 한다고. 광군절까지 겹쳐 배송과 관련된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그래서 거의 생폰을 쓰다시피 하는 중인데 언젠가 액정에 흠집이 난다면 조금 슬플 것 같다. 알리 발 액보 필름은 2,000원 남짓인데 버리는 셈 치고 주문 넣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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