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축에게 떡을.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신촌역으로 향하는 길에 짧은 터널이 있다. 차량 통행이 없어 굴다리로 볼 수 있는 이 길 아래 노숙자 한 분이 잠을 자고 있었다. 각종 가전제품 포장재로 울타리를 만들어 잠자리를 확보한 그는 사람들의 통행에도 미동이 없었다. 제 키를 살짝 넘긴 크기의 울타리에는 '라이언' 캐릭터 풍선과 작은 트리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가 덮어쓴 낡은 이불과 대비를 이뤘다. 나는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그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이 작은 터널에도 성탄은 오는구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구세군 종 소리나 "메리크리스마스" 같은 말에 지지 않는, 저 나름의 연말을 저 분은 맞이했겠구나. 내 단상은 짧은 터널과 함께 끝이 났는데 막상 돌이켜 보니 떡국도 못 먹은 건 나 자신이었다. 연말 자정까지 본의 아니게 일을 붙잡고 있던 나지만 내게도 새해 떡 정도는 대접해야겠다고 출근길 걸음에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