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다녀왔습니다

손바닥 '호호' 불며

by OIM

앞선 상황으로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적어보는 근황.



1. 면접 보고 왔다. 멀지만 멀지 않다. 2호선을 이용할 수 있어 교통편이 나쁘지 않다. 면접관의 인상이 유했다. 질문을 하고, 질문을 받았다.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줬고 업무환경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 일해봐야 알겠지만 느낌은 그랬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급여는 기자 할 때만큼 받을 수 있을 듯하다. 그렇게 요구했고, 채용한다는 전제 아래 말이다. 기사라든가 관련 콘텐츠를 전담해야 하지만 현장 마감이 드문 만큼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잘 하면 스튜디오 사진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영상은 요 근래 관심사이기도 해 건드려볼 기회가 있으면 해 볼 생각이다. 주말에 일하면 대휴도 준다고 하니 합리적이다. 사측이 요구하는 업무 범위는 내 능력 안쪽에 있었으나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개인장비가 없는 것과 그쪽이 구인공고에 제시한 연봉보다 높게 불렀다는 점이다. 두 가지를 감수한다면 아마 연락이 올 거다. 발표는 17일.



KakaoTalk_2017-11-16-14-36-14_Photo_9.jpeg :: 종종 이런 허드렛일을 하며 며칠간 일하지만 돈을 못 받는 곳이 있다.

2. 동시간대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다. 1번 회사의 결과 발표보다 면접 일정이 먼저 잡히면 여기도 면접을 본 뒤 두 곳 가운데 선택할 예정이다. 이곳은 집에서 가깝다. 날씨가 좋은 날은 걸어갈 수 있다. 대신 업무가 많다. 야근하는 사진을 SNS에서 봤다. 이런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 듯하다. 마케팅 회사의 특성이 그런가 싶다. 대표에 대한 평이 갈린다. 다만 면접 경험은 불쾌했다는 사람이 비교적 많았다. 젊은 기업 같다. 클라이언트는 대기업이 대부분이었으며 어쩐 이유인지 연예인들도 가끔 사무실에 드나들었다. 급여는 동종업계 대비 나쁘지 않은 편이라는 평. 업무강도 대비 맞는 말인지는 모른다. 워라밸이 심각하게 무너질 지도. 그런 우려들을 회사 후기를 보며 짐작해봤다. 일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면 업무 이즈 뭔들.




3. 두 곳 다 붙는다는 가정 아래 끄적였으나 김칫국 마시면 대체로 결과가 안 좋더라. 가령 언론사 공채 붙었을 때도, 본사 공고가 나기 전 한 지역본부(심지어 직영도 아니다)에 이력서를 넣었다가 서탈했다. 당연히 붙을 거라 생각해서인지 충격이 컸다. 이력서 넣으면서 시험 일정 나오면 내려갈까 말까 고민했으니 말 다 한 셈. 서탈 후 '이런 곳(?)도 떨어지나' 했지만 이후 본사 공채를 간신히 뚫는다. 사람 일이란 그런 것.



:: 연희김밥에서 조금 초과해서 구입해온 날. 많아도 맛있다고 다 먹은 건 함정.

4.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를 주문할 때 "우유 공간 남겨달라"라고 말하면 조금 공간을 준다고 들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그걸 보고 똑같이 주문했다. 사이즈도 일부러 벤티 시켰다. 그랬더니 직원이 "우유는 뒤에 있는 곳에서 넣으셔야 해요"라고 했다. 어리둥절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오늘의 커피 아이스로, 벤티 사이즈 부탁드립니다. 우유 공간 조금 남겨주시겠어요?"

"우유는 뒤에 있는 곳에서 넣으셔야 해요"


이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우유 공간을 남겨줄 테니 뒤에 있는 컨디션 바에서 넣으면 된다' 그런데 커피를 받아 든 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커피를 꽉 채워서 빨대를 꽂는데 넘칠 만큼 담아줬다. 점원은 오늘의 커피를 시키면서 우유 좀 넣어달라고 이해했나 보다. 덕분에 나는 아메리카노보다 더 쓴 오늘의 커피를 벤티로 먹게 됐다. 거의 울상으로 몇 모금 한 뒤 우유를 넣고, 다시 몇 모금 뒤 우유를 더 넣고 하는 식으로 원하는 음료를 만들어나갔다. 우유를 아무리 넣어도 원하던 맛은 없었다. 배합이 잘못된 걸까.




5. 상경계열도 아닌 이쪽 바닥은 심하면 1600~1800만 원대 연봉부터 2400만 원도 수두룩하다. 3000만 원 주면 잘 받는 거라는 말도 나온다. 언론계에선 특히나 그렇다. 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경제지나 종편을 포함한 방송사, 일간지 몇 개 정도는 이를 상회한다. 개중 몇 개 사는 대기업에 육박한다. 급여 수준은 반드시 매체 인지도와 비례하진 않는다. 이런 언론사에서 한 해 공채로 뽑는 인원이 직군당 적으면 0명에서 많으면 10여 명 안팎인 걸 고려할 때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고액 연봉을 받기는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얘기를 왜 꺼냈냐면, 근래 전기전자 계열을 전공한 친구가 이직하는데 연봉이 2000만 원 가까이 오른다. 그쪽은 인상 폭도 컸다. 일반화는 어렵다. 다만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비교해보고 기사의 물질적 가치를 고민해봤다.



KakaoTalk_2017-11-16-14-36-16_Photo_96.jpeg :: 하늘을 보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인데 좀처럼 의식하지 않으면 쳐다볼 일이 없다. 그렇게 사는 걸까.

6. 가끔 글이나 말하는 걸 보고 저 사람은 나와 가치관이 참 다르구나 느낄 때가 있다. 정치색이나 선별적 가치 판단보다는 가치에 대한 태도나 그 반대급부를 대하는 자세에서 대체로 그런 점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나는 누군가가 '기레기'라고 말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웹상에서 흔히 굴러다니는 표현이야 규제할 이유도 없고 규제돼서도 안되지만 언론계에 종사한 사람이 '기레기'라는 말을 쓰며 자신과 타인을 구분 짓는 건 어쩐지 슬프다. 화자의 위치를 고려할 때 말의 함의를 짐작할 수 있는 탓이다. 업계 상황을 알면서도 '기레기'란 말을 쓴다면 분야를 떠난 자신을 그곳에 있는 이들과 구분 짓기 위한 수사적 표현으로 그 말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잘 모르면서 '기레기'란 말을 쓴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섣부르다. 물론 현직에 있는 사람들도 자조적으로 이 말을 쓴다. 다만 그 상황은 다소 경우가 다르다.


나는 언론계를 떠났다. 다시 돌아갈 마음도 없다. 지금으로선 그렇다. 그럼에도 그 바닥에 남은 애정은 식지 않았다. 동기나 동료, 선후배들이 '기레기 짓'을 하게 됐을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그들의 고민을 지켜보며 간접적으로 상황을 공유한다. 심지어 기사가 잘린다거나 톤다운되는 등 일반적인 독자들은 눈치채기도 힘든 일을 당했을 때도 그들은 특히 괴로워한다. 이에 항의하다가 부서 이동을 당하거나 이를 테면 좌천되는 기자의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관련해서 자신을 비관하는 글을 올렸다가 이마저 고치면서 내면적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언론에 '고시'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문이 좁은 이 바닥, '언론고시'를 어렵사리 통과한 그들이 이런 상황에 내외적으로 저항하며 몸부림친다. 이런 그들의 기사를 무료로 혹은 그에 준하는 가격을 지불하며 대중이 소화하는 와중에 그들을 향해 언론인의 소명의식만을 강요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대중이 어째서 언론인에게 이토록 냉정하고 가혹한 잣대를 손쉽게 들이댈 수 있었던 건지. 심지어 그 바닥을 겪었다는 사람들조차 신조어로 자신을 구분 짓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물론 좋은 마케팅 수단이고 자극적인 글감이긴 하다. 그럼에도 외부의 시선처럼 내부 환경을 모르는 양 손쉽게 부를 수 있는 호칭은 아닌 듯하다. 적어도 그 바닥을 거쳐온 나는 그렇다.


단적인 예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좋은 기자'는 '좋은 사람'인가. '좋은 기자'는 '훌륭한 기자'일까. '좋은/훌륭한 기자'는 어떤 '사람'인가/이어야 하는가. 어느 쪽도 필요충분 관계에 있지 않았다. 애초에 둘 사이에 어떤 상관성이 있을까 싶다. 단지 기자를 꿈꾸거나 기자를 선망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이상을 기자라는 직업군에 투영할 뿐. 따라서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난 기자들이 과도하게 욕을 먹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이해와 나 자신의 고민까지도 눙쳐서 '기레기'란 말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묻는다면 나는 좀 힘들 듯.




7. 컴퓨터 폴더나 바탕화면 아이콘이 정리 없이 쌓일 때나 설거지 거리가 쌓일 때, 책상 위가 지저분할 때 대체로 내 머리도 복잡하다. 뭔가 두서없이 생각을 늘어놓거나 생각 없이 살 확률이 높다. 근래 이런 일을 반복한다. 쌓이고 치우고 쌓이고 치우고. 뭔가, 생활의 바로미터.




8. 일이 꼬였다. 방금 받은 따끈한 연락. 1번 회사 발표 이후 2번 회사 면접 날이 잡혔다. 고로 1번 회사에 합격하면 2번 회사는 면접도 볼 수 없다. 반면 1번 회사 탈락하면 2번 회사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물론 다른 회사에 지원해도 되지만 이제 구직에 수고로움을 쏟기 싫다. 어디든 열심히 일 할 생각.



KakaoTalk_2017-11-16-14-36-20_Photo_24.jpeg :: 한솥에서 파는 와사마요 소스를 다 넣으면 코로 눈물 쏟는다. 와사비 마니아 축에 속하는 나도 그랬다.

9. 내일과 주말이 다음 주나 크게는 연말을 결정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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