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 일기를 시작하며
연휴기간 폰 알람이 '띠링' 울렸다. 디데이를 설정해놓은 어플의 알람이었다. 지난해 이맘때 나는 순례자의 길을 걷고 왔는데 그 시작을 알리는 종이 1년 뒤에 다시 울렸다. 정확히 1년이 지났다는 알람이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기능은 어플에 없다. 일단 설정한 날이 지나면 '-'가 '+'로 바뀐 채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그러면 이 알람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어플을 다시 보니 설정 시간이 변경돼 있다. 무던히도 기다리던 지난해 그 시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차마 이 날을 지우지 못한 것이다. 그때의 난 아마 이 날을 지우는 대신 1년 유보하기로 마음먹었을 테고, 그게 실수든 아니든 산티아고를 상기시키는 데 일조했다.
알람을 계기로 나는 지난 사진을 뒤져봤다. 추억이나 그리움으로 부를 수밖에 없는 그때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마음이 아렸다. 언제든 갈 수 있지만 이제는 가지 않을 곳이라 그런 걸까.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기록을 남기리라 결심했다. 흘러간 시간에 대한 기억을 사진에 의존한 채 추상적인 감상으로 끝내기엔 아쉬웠던 탓이다. 때마침 시간도 있고 말이다.
이번 기록의 콘셉트는 스냅(Snap)과 스낵(Snack)이다. 스쳐가며 찍은 즉흥적인 사진을 이용해 부담 없이 써보기로 했다. 순례길을 걷던 당시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교차했지만 모든 것을 풀 수는 없다. 사진을 매개로 살아있는 기억을 타고 나오는 말처럼 풀어내기로 한다.
쓰는 이에게도, 읽는 이에게도 부담 없는 기록을 모토로 삼고 완결까지 달려본다.
순례길 완주 1주년 기념, 의식의 흐름대로 따라가는 산티아고 편[자축의 장]을 시작한다.
* 폰으로 찍은 사진과 그 사진에 얽힌 기억을 풀어냅니다.
**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포함하면 3천 장이 넘는 관계로 '사진으로 만나는 산티아고'(가제)는 별도 진행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