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기록

좋은 기억을 공유하다

by OIM


KakaoTalk_20171122_084940964.jpg :: 김이 모락모락 나면 입에 넣고 싶어 안달이 난다.


1. 오뚜기 컵밥을 먹었다. 꽤 좋아하는 맛이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황태국밥 짱이다. 다른 종류는 먹어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황태국밥은 정말 괜찮다. 상업적이면서 자극적인 게 조미료 맛이 일품이다. 나는 이런 맛에 길들여져 있다. 다만 국밥을 먹을 때마다 입안이 까지는데, 맛을 보느라 뒤늦게 깨닫곤 한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 보글보글 끓는 국밥을 호호 불어 먹는 맛이 일품이지만 내상을 감수해야 한다. 이걸 한 그릇 하고 나면 든든하고 좋다. 라면이나 간식과 다르게 밥을 먹었다는 기분도 산다. 그렇게 아침을 해결.




2. 입안 내상과 관련해 아랫입술 안쪽에 거슬리는 통증이 있다. 내피에 난 상처나 짓무른 거라고 추정 중이다. 어제도 이 느낌이 들어 알보칠을 바를까 했지만 미뤘다. 오늘 밤 아마 승부를 볼 것. 어제는 기분이 너무 좋아 망칠 수 없었다. 알보칠이 상처에 닿는 통증만으로도 생채기가 날 것 같은 완벽한 저녁. 딴에 저녁 있는 삶을 오랜만에 만끽하고 있어 그게 너무 좋다. 저녁 있는 직장인이라니. 얼마 만일까.




3. 요 며칠처럼 날이 추우면 차로 출퇴근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차 몰고 가는 일이 별 건 아닌데 이럴 때마다 공영주차장을 알아본다. 오늘도 아침 먹으면서 주차장 정보를 뒤졌는데 월 주차비가 10만 원에 달했다. 차비와 비교해도 조금 비싸다. 그렇게 차량 출근을 포기하는 과정에 이르는데 이런 패턴이 늘 반복된다. 알면서 매번 반복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4. 정치 이야기를 할 때 추구하는 지향점이 달라도 감정적으로 각을 세우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 같이 젊은 축은 대체로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데 그 친구는 꼿꼿이 보수색을 고집했다. 그런 환경 탓인지 말을 할 때도 어디선가 데이터를 가지고 와 뒷받침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게 퍽 신뢰를 줬다. 때로 사안에 대해 다른 친구들과 대립하면서도 다른 이와 감정적인 소모를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그런 면에 있었던가 싶다. 신기했다. 요즘은 한창 웹상에서 혐오주의 관련 글을 보고 있는데 마침 그게 떠올랐다. 주장을 하면서 남을 무시하거나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을 수 있는 친구의 능력(?)이 다시 생각난 거다. 학생 땐 몰랐는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꽤나 유용하고 유익한 능력이 아니던가. 닮고 싶지만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겠지. 그것도 성향인가.



:: 커피를 간식처럼 먹을 날이 머지 않았다.


5. 새로 입사한 회사는 정시 퇴근 경향이 높다. 눈치도 안 보는 듯하다. 직급의 고하에 관계없이 상대를 부를 때 '님'이나 '씨'를 불인다. 이런 상호존중 문화가 내게는 소중하다. 호칭 탓인지 큰소리가 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바쁠 때는 사람들이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별 다른 충돌도 없었다. 근무환경도 그렇다. 야근이나 특근을 하면 수당이 나온다. 연차도 쓸 수 있다. 당연한 권리지만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아 이마저 소중하다. 사무실도 부서별로 분리돼 있는데 내 자리가 있는 우리 사무실은 파티션이 아니라 따로 방처럼 돼 있어 독립성도 좋다. 그 안에서 대략 4명 정도가 일하게 된다. 물론 사람들이 드나들지만 위치가 전체 사무실 중에서도 제일 안쪽이라 괜찮은 편이다. 출근한 지 며칠 안 돼 아직은 불합리의 강도를 가늠할만한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도, 일도 더 겪어봐야 할 테다. 본격적인 일은 며칠 내로 시작할 예정이다. 글과 사진은 뭘 하든 해낼 자신이 있다. 결론적으로 잘 온 것 같다고 생각 중.


추신 1. 회식도 드물고 술 붓는 문화도 아니라 하니 그도 마음에 들었다.

추신 2. 이 정도로 순조로우면 조금 불안한데...




6. 주말마다 공사현장에서 일을 할 계획이다. 노가다를 말한다. 인력사무소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부탁해 일자리를 봐달라고 했다. 안전화를 지참하고 교육을 받은 뒤 일하러 가면 된다. 일정 정하는 일이 남았는데 가능하면 바로 시작할 생각이다. 일당이 10만 원 정도라고 하니 카메라 살 돈을 모으려면 꾸준해야 할 듯.




7. '사진'을 버리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기계를 다루는 기술이나 세상을 보는 시각도 발전시켜 나가기로 다짐했다. 인스타그램에 포폴을 쌓으며 대외적으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다큐 사진이나 상업사진이나 상업사진풍의 다큐 사진 등 다양하게 시도한다. 어차피 정규 사진학 교육을 받은 게 아니라 주류란 것에 얽매일 이유는 덜하다. 많이 찍고 보정하며 노력할 예정. 그래서 장비를 사야 하는데 사진기자 할 때처럼 고가는 무리다. 적정 선에서 타협을 봐도 대략 3-4달은 일해야 한다. 차차 장비를 마련해나가더라도 투잡을 감수해야 할 듯.


추신. 노가다를 시작하면 그 일지를 이곳에 기록해보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일하러 나가며 매일 하는 생각과 목적을 눈앞에 두고 하는 돈벌이에 대한 단상 정도가 될까.




8. 뭘 하든 고민할 시간에 치고 나가는 게 좋은 것 같다. 추진력이란 거다. 의지가 충만한 사람 중에도 실행하는 사람이 얻게 되더라. 주변 사람들을 통해 배우지만 좀처럼 학습이 안 되던 ‘습관’ 같은 점이다. 이 부분이 삶의 질이나 방향성에 크게 기여하는 듯해 노력을 기울여보기로 했다. 이 생각을 어제 했는데 전기장판 켜고 잠시 누웠다가 그대로 꿈에 빠졌다. 그래서 오늘 기록해둔다.





KakaoTalk_20171122_084941260.jpg :: 오늘의 커피 의존도는 '상'이다.


9. 어중간하게 잠들어 오늘 새벽 두 시에 깼다. 더 자려고 했으나 어쩐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는데 너무 따뜻했다. 그 기분을 3시간 정도 더 만끽하다가 오전 7시까지 회사 근처 스타벅스로 갈 생각이었다. 일찍 나서면 출근길도 덜 붐비는 데다 카페에서 글도 쓰고 계획도 세우려 했다. 근데 아침 먹고 갈 생각에 컵밥을 돌렸다가 너무 뜨거워서 먹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스타벅스는 못 갔는데 이 글이 이제야 나오는 이유도 거기 있다. 카페에 앉아서 쓰려고 했던 이 일기는 오가는 길 틈틈이 아이폰에 기록한 걸 컴퓨터로 옮긴 내용이다. 부지런하겠다는 생각만으로도 긍정의 시그널이 머릿속에 뜨는 듯하다. 비가 내릴뿐더러 졸려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지만 오늘은 어쩐지 좋은 아침이다.




10. 아참. 어제는 회사서 잠시 미적대다가 퇴근했다. 오는 길에 신촌에서 볼펜심도 사고 다이소도 들렀는데 오후 8시도 안 돼 집에 도착했다. 바야흐로 대 저녁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생각에 헤벌쭉 웃었다. 즐거움이란 게 참 별 거 아닌 곳에서 오는데 그런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계기는 여유가 없으면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어제 같은 기분은 매우 소중한 편이다. 이걸 적어두고 싶었다.




11. 고타츠를 만드려고 에스워머라는 전기난로 부품을 주문했다. 원래 있던 걸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번 겨울에 써보기로 했다. 에스워머를 살 당시 겨울을 앞두고 난방비를 아껴보고자 했었는데 그해 겨울 기자 공채에 합격하면서 경찰서 기자실에서 자는 생활을 하게 됐다. 몇 번 켜지도 못 한 제품을 이제 개시하는 셈이다. 고타츠 만들 생각에 좀 신났다. 이것도 기회가 되면 만드는 과정과 결과를 기록할 예정이다.


추신. 고타츠가 완성되면 담요 속에 파묻혀 귤 까먹으면서 책 읽을 거다. 러그 위에 올려두고 아주... 생각만으로 따뜻하다.




12.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일과 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고 한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일이란 말이다. 이 거리를 깨닫고 둘 사이를 좁힐 수 있다면 자신을 좀 더 다채로운 세상에 풀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아는 형'이나 '어떤 책'으로 지칭되는 애매한 곳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거나 본 것 같은데, 출처도 불명확한 이런 이야기가 드문드문 떠오를 만큼 나는 지금 긍정적이다.




13. 목도리를 하면 목에 자꾸 뭐가 난다. 겨울철 고질병 중 하나다.




14. 부쩍 스팸 전화나 문자가 많이 온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다. 시간이 흘러 얼마 전 안 쓰는 메신저 앱(라인, 텔레그램 등)을 깔았는데 나를 추가해놓은 친구에 성인용 광고 이미지를 띄운 사람들이 다수 떴다. 아마 그런 쪽이려니 했다. 내 번호가 이미 공공재의 영역으로 넘어갔는가 보다.




KakaoTalk_20171122_085037837.jpg :: 집으로 가는 나름의 지름길. 길고 완만한 언덕보다 선호하는 편.


15. 정시 퇴근을 하고 퇴근 후 직장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꽤나 정신적으로 충만한 저녁을 보낼 수 있다. 이게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으나 어제 하루 겪어본 결과 생활의 질이 대폭 향상된 기분이다. 이런 사이클이 보장된다면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게도 과거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큰 듯하다. 사람한테 여유란 거,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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