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때마다 "께딸!"이라고 해서 처음엔 못 알아듣다가 "무이비엔"까지 답하게 됐다. 이 장면은 같이 걷다가 콜라 사먹으려고 멈춰서... /Ricoh GR3 @Spain
수비리에서 처음 만나 걸으며 종종 인사를 나눴던 친구(오른쪽)다. 차림새부터 로컬의 냄새를 풍긴다. 내가 드라이핏 티셔츠와 등산바지, 패딩 등을 준비한 것과 달리 이 친구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걸었다. 스틱도 없이 걷다가 어느 마을 상점에서 지팡이를 팔길래 하나 샀다고. 가방은 봇짐처럼 든 게 거의 없다. 대학생 때 내 친구가 저런 차림으로 풋살장에 갔다. 가방에 축구화와 반바지 정도 집어넣어서.
이 친구는 스페인 사람이다. 걸음이 빠르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말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다른 말론 쾌활하다. 스페인 사람들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있다는 걸 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친구를 두고 너스레를 떨었다. 말이 많다거나 술이 세다는 식이다.
실제로 그럴 게 이 친구 이후 몇몇 스페인 사람들과 알베르게에서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는데 식사 시간 내내 이야기를 했다. 입에 빵을 넣는 시간을 빼곤, 때로 입에 빵을 넣고도 말을 했다. 그랬더니 또 다른 스페인 사람, 그러니까 알베르게 호스트가 식사를 마치면서 나한테 스페인인이라서 그렇다며 씨익 웃었다. 말이 많다고.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쉬지 않는다.
술은 또 어떨까. 한밤중까지 술을 마시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걸을 준비를 하는 애들이다.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은 독일 친구 하나가 그랬다. 스페인 사람들은 술을 얼마나 마셔도 다음날 새벽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어나 걷는다고. 나는 이런 성질이 스페인의 (비교적) 저렴한 생활 물가 덕분인가 생각해봤다. 애주가들에게 스페인은 가히 천국에 가까울 정도로 술값이 싸다.
여담이지만 술값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프랑스인 친구와 저녁을 해 먹으려고 마을 상점에 장 보러 나간 길이었다. 그곳에서 8년 된 와인을 2유로에 팔고 있었다. 3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와인을 파는 거다. 심지어 이런 가격대의 와인이 수두룩 했다. 동네 마트에선 1만 원 안쪽에서 고를 수 있는 와인(술)의 종류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프랑스 친구가 우리에게 와인을 보여주며 혀를 찼다. "huh... 2 euros.." 술의 가치가 너무 저평가 되는 거 아니냐며...
애석하게도 나는 술을 거의 못 해서: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