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색
에스파냐 북동부 나바라주 주도인 팜플로나 모습이다. 순례길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대도시다. 이 도시엔 명물들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흥미가 돋았던 건 <카페 이루나>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겨 찾은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헤밍웨이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집필할 때 스페인에 머물며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이 카페가 문을 연 게 1888년이니 자그마치 13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내부나 일하는 사람들은 시대를 거듭하며 바뀌었겠지만 역사 속 인물과 같은 장소에 머문다는 건 어쩐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나는 밥을 먹으려고 이곳을 3번 찾아갔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자리가 없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나왔지만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도시를 구경하다 다시 찾았을 땐 '시에스타'에 걸렸다. 스페인엔 점심시간 이후 휴식시간이 있다. 이 시간엔 모든 가게가 영업을 안 한다. 이때 바에 있는 분이 알려줬다. 오후 7시 이후에 와보라고.
알려준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게에 도착했다. 그때도 이미 자리는 만석이었다. 기다렸고, 마침내 앉을 수 있었다. 독특했던 점은 모든 손님들이 서양인들이었다. 삼삼오오 식사나 하거나 차를 마시는 가운데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코스 요리를 먹었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그 분위기가 내겐 묘했다.
식사는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에피타이저와 메인, 디저트로 구성된 요리를 먹고서 커피까지 마실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오길 잘했다고 이때 생각했다. 아마 스페인을 재방문해 다시 먹을 요리를 꼽는다면 이곳은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다. 실은 그런 인상적인 맛 때문에 식사를 시작한 뒤론 헤밍웨이도 잊고 말았다.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도착했을 땐 한국인 대여섯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씻고 자리에 누워 새로 사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외국인들이 '술자리'에 대한 컴플레인을 걸기 시작했다. '시끄럽다'거나 '시간이 좀 늦지 않았냐'라는 메시지들이다. 이들이 알베르게 호스트와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몇 번의 '코리안'이 오가는 바람에 듣지 않으려 해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술자리 문화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기가 오르면 목소리가 커졌고, 종종 터지는 웃음소리는 알베르게를 뒤흔들었다. 나는 각기 다른 외국인들이 두 번째로 불만을 표하는 이야기까지 듣고 나선 괜히 마음을 졸였다. 침대 2층에 깔아놓은 침낭 속에 들어가 1층에 누운 친구와 '너는 왜 안 끼냐'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하면서. 당시까지만 해도 '패거리 문화'에 대한 안좋은 소문 대부분은 코리안들이 점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