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로 느린 걸음을 옮기는 그는 82살(올해 84살)의 바르샤바다. 우산 2개를 지팡이 삼아 길을 걷는 그는 30대의 내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는 느렸지만 자기 속도가 있었고, 장비는 허술했지만 부족함이 없었다. 낯선 이에게 친절함을 베풀 줄 아는 여유도 있었다.
나는 이 셋이 어떤 사이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길에서 겪은 일을 메모해둔 자료를 찾아보면 나올지도 모른다. 다만 사진을 뒤적이다가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선 배경과 관계없이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길 위에서 다시는 그를 만나지 못했다. 앞으로도 아마 그럴 거다. 그럼에도 굳이 그를 꺼내 소환하는 이유는 나이와 무관하게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젊은 날의 내게도 매력적인 색채로 비쳤기 때문이다. 훗날 내게도 늙음이란 저런 모습으로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그를 사진에 담으며 생각했었다.
길 곳곳에 스낵카가 있다. /Ricoh GR3 @Spain
자연스러움은 상대가 요구할 수 없는 최고의 포즈 같다.
'리코(단렌즈)로 달을 찍을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사진을 자르고 잘라 달의 형상을 찾았다. 원본에선 불량화소처럼 찍혀있다. /Ricoh GR3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