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한 듯
계획을 세우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일이 마음먹은 대로 안 풀릴 때가 그렇다. 내 경우엔 직장 생활이란 게 그런 식이다. 제법 당황스럽다.
탈언론을 선언하고 잡은 사실상 첫 직장이 어긋나는 중이다. 출근 이틀만이다. 조건 대부분을 포기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급여는 시민단체 수준이다. 업무는 루틴에 가깝다. 별다른 자기 발전 없이 근무할 수 있다. 업역을 바꾼다는 일념으로 이 모든 것을 감수했다.
직장에서 제시한 근무환경은 이러하다. 주 5일, 하루 7시간(점심시간 제외 6시간) 근무가 조건이다. 다른 일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을 듯했다. 재정절벽이지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출근 첫날부터 휴일에 근무했다. 업무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번은 그렇다 치자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 야근까지 하게 되며 의아함이 차올랐다.
이틀째 출근했더니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사람이 퇴사했단다. 나보다 한 달 먼저 들어온 사람이다. 함께 퇴근하던 날 "근무 환경이 들었던 것과 다르다"라고 말하던 내게 "그럼에도 장점이 있다"라고 말한 그가 돌연 출근하지 않았다. 그럴 만하다 싶으면서도 한숨이 나왔다.
출근을 하루 앞두고 면접날 알려준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라는 이야길 들었다. 퇴근 시간도 "별 일 없으면 (예정된) 그 시간에 퇴근한다"는 이야길 들었다. 싸했다.
주말에 일이 몰려 평일을 유연하게 활용하라는 이야기도 출근하고 나서 들었다. 어떻게든 주 5일을 맞춰준다는 면접 당시의 이야기는 어디론가 휘발됐다. 정해진 시스템 없이 근무스케줄을 자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도 절망을 더했다.
내가 원한 조건은 딱 하나였다. 정해진 시간 내 근무에 하루 7시간, 주 5일. 그 외 시간을 다른 공부에 쏟을 계획이었다. 이 하나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출근 이튿날째 직간접적으로 확인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월급의 1/3 가량을 포기해가며 옮겨왔건만 옮긴 보람도, 의미도 없게 돼 버렸다:(
아이고, 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