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포르투갈 편
길었던 여정이 끝났다. 26일, 그 정도 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30일에서 40일 정도를 예상했지만 그보다 일정을 앞당겼다. 동행이 없었다면 3주 만에 끝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길 위에서 일어난 모든 것들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고 걸으면서 생각했다. 비우고자 걸었고 걷는 내내 비웠다.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여유가 있었다면 좋을 뻔했다. 이제야 하는 생각이다. 늦은 생각은 대체로 부질없다지만 그 시간을 떠올리는 것마저 추억이고 행복이다. 어떤 일에 후회가 묻으면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상처가 벌어진단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 틈은 좀처럼 여물지 않는다. 아쉬웠고 조급했다. 좋아했고 좋아한다. 그때를 어제처럼 그려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난날에 대한 감정이 하해와 같아서 언제나 말과 글이 궁하다. 사진을 빈곤의 들러리로 세우는 점을 이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