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도 지옥에 가나요?"

작가전: 주호민이 최규석을 만났을 때

by OIM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재미있게 봤다. 예상보다 잘 뽑아낸 드라마에 기분이 좋았다. 웹툰을 정주행 했던 만큼 작품에 애정이 있었다. 망하지 않길 바랐고 그만한 성과가 나와서 기뻤다.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얘길 들었을 땐 걱정했다. <부산행>은 둘째치고 <반도>에서 나가떨어진 적이 있어서다. 내가 견딜 수 없는 세계관이 탄생하는 건 아닌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했다.


<지옥>은 비교적 원작을 잘 이식한 드라마에 속한다. 그림 작가인 최규석 작가도 그렇게 평가했다. 방송에서 아쉬운 부분을 언급하긴 힘들겠지만 장점을 짚는 표정에서 즐거움이 드러났다.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과 비교해도 <지옥> 쪽이 내 취향에 맞았다. 나는 서사의 개연성을 중요하게 보는데 그런 면에서 작품의 짜임새가 훌륭했다. 어떤 상황을 현실에 대입했을 때 합리적인 추론이 수월한 이야기를 바랐다.


최 작가도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만화와 영상의 차이에서 오는 구어체・문어체 설정이라든가 초자연적인 상황을 설정한 뒤 말이 되게 풀어나가는 작업을 해야 했다고. 나는 창작자의 이런 노력들이 작품에 잘 반영됐을 때 독자나 관객으로 희열을 느낀다.


다음은 최 작가가 주호민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상한 상황에 대해서 서로 대화를 나누잖아요. (주: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죠.) 저는 굉장히 사실적인 설정 내에서도 서로의 대화가 논리적으로 주고받아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성격인데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놓고 둘이서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하는 거죠. 어떻게 하면 황당함이 느껴지지 않게끔…. (주: 어떻게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이상한 식재료를 가지고.)


이런 이야기들이 주 작가의 유튜브 채널에 담겨있다. 근래 작품과 관련된 인터뷰를 주로 연 감독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 작가의 이야기는 귀한 편이다. 인터뷰어로 주 작가가 나선 점도 재밌는 포인트다. 둘의 티키타카를 관전할 수 있다.


나는 어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기 분야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타인의 열정 같은 것을 거부감 없이 관찰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주 작가와 최 작가의 대화에서도 그게 보였다. 가벼운 분위기와 그렇지 못한 메시지들이 매력적이다.


드라마와 달리 인물 인터뷰에 이렇게 몰입한 적은 오랜만이다. 좋은 콘텐츠라 생각해 링크를 남긴다. <지옥>을 재미있게 본 사람은 한 번쯤 시청을 권한다. 영상은 48분짜리다.


https://youtu.be/pMQyPgmpZ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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