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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르토(Porto)로

낯섦과 새로움 사이

by OIM
카페 마제스틱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한 작가 조앤 롤링의 단골 카페로 알려졌다. 유명세 탓인지 사람이 많았다. Porto Portugal /BB Key2 Ⓒ나한테있음


한 달만에 교통편을 이용했다. 편안하고 아늑했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더니 어색함은 없었다. 낯선 길들이 차창 너머로 사라졌다. 버스는 우리의 걸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우리를 다른 도시에 떨궈놓았다. 내비게이션의 점이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데 며칠을 걸어야 할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끝났구나.' 내가 소화할 수 없는 거리를 문명의 이기로 뛰어넘으며 현실의 속도감을 느꼈다. 잘 걷고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이 기쁨이던 시간은 끝이 났구나. 굳이 포르토에 발을 딛지 않아도 예감할 수 있었다. 버스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길을 달렸다.


포르토에 내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맥도널드였다. 이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 매장'으로 꼽히는 곳이 있었다. 끼니를 때우려던 우리는 간 김에 들린다는 마음으로 그곳에 당도했다. 배를 채우고 숙소에 가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인지 "예쁘다"는 말은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근 한 달간 순례길을 걸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우리의 포지션은 관광객과 여행자의 어디쯤이었고 명소에 대한 어중간한 열망과 미지근한 기대가 있었다. 다만 그런 우리에게도 열과 성의를 다해야 하는 때가 찾아왔는데, 햄버거를 보고 몰려드는 비둘기 떼가 식탁 위까지 날아와 우리의 식사는 다소 북새통 속에서 이뤄졌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보냈다. 짐과 여독을 풀었다. 같은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 속에서 보낸 한 달과 달리 포르토는 낯설고 새로운 것투성이였다. 목적의식 없는 환경이 주는 이질감도 있었다. 익숙함에서 멀어지는 일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같은 방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을 보니 이질감이 훨씬 커졌다. 그는 잘 정돈된 캐리어에 옷들을 고이 접어 가지고 다녔다. 정갈했다. 나가선 와인을 마시고 왔다. 복장은 잡지에 나오는 빈폴 광고 모델과 비슷했다. 회사에서 휴가를 받아 10여 일간 여행을 왔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의 안녕을 빌었다. 하지만 긴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나는 밤 산책 나가는 그를 보며 트레킹복 차림으로 누워 앞으로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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