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IM May 24. 2022

사람이 온다는 건

진심을 다 할 일

평택역. 2022.05.15


얼마 전 친구 둘과 강원도 홍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20살 때 만난 친구들이니 알고 지낸 지는 한참 됐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다가 몇 년 만에 자리를 함께 했다. 오랜만이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우리 셋은 여행 경비로 60만 원을 모았다. 20만 원씩 각출했으니 따지고 보면 좀 많은 편이다. 혼자서 20만 원을 쓰면 서울 시내에서 호캉스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행이란 무릇 기회비용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은 돈의 1/3을 한우에 몰았다. 나머지 1/3을 장보는 데 쓰고, 마지막 1/3로 밥을 사 먹었다. 이틀 동안 60만 원을 쓰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사라, 사라", "더 사라, 더 사라"였고, 그 계획성 없는 소비가 딱 20살의 우리를 떠올리게 했다. 그 바람에 나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참을 옛일에 젖어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마음은 붕 떴는데 몸은 예전 같지 않아서, 대체로 그것만이 아쉬운 이틀 간의 여행이었다.


여담이지만 젊은 날의 정서를 공유할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 같다. 누군가 내 어린 날을 기억한다는 사실만으로 위로를 받는 순간이 있다. 상대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도 말이다.


사람이 사는데 추억 뜯어먹고  것은 아니겠지만 추억 없이   있을지도 나는  모르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제고 나이대에 맞는,  마음이 맞는 사람을 사귀는  진심 진력을  해야  일이 아닌가 말미에 조그맣게 끄적여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 외식하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