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되었다.
30분 내 작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것을 목표로 쓴다. 투박하고 성긴 글이라도 할 수 없다. 퇴근을 미루고 쓰는 글은 원래 그렇다. '집에 갈까'와 '하나만 쓸까'가 대립하면 이런 식이다. 요즘 좀 안 쓰기도 했고.
여의도 어느 스타벅스에 앉았다. 여의도만 오면 유달리 여의도스러움을 느낀다. 각 잡힌 정장, 정갈한 모습에서 여의도의 정체성을 본다. 아무도 못 보는데 내 눈에만 보이는, 고정관념이 베이스랄까.
취재를 했는데 기사를 안 썼다. 안 써도 되는 환경인데 안 쓰는 게 맞는 건 아니다. 쓰면 좋은데 다니던 출입처가 아니라 한참 공부 중이다. 세상에 새로운 아이템은 없고 나는 늘 늦다더니 이 무슨 가혹함이람.
얼마 전엔 기사 하나 쳐내는데 한나절이 걸렸다. 그래서 결국 애플워치를 샀다(?). 시간관리의 필요성을 느껴서다. 시계가 없으니까 불편함이 컸고, 의욕을 살리고자 할부도 질렀다. 욕망은 명분이 섰을 때 채우는 법.
빨빨거리고 돌아다닐 조건은 갖췄는데 아웃풋이 안 나온다. 출입처 바꾸면 눈물 난다더니 늘그막에 이게 웬 고생이람. 그럴듯한 기획 하나 뽑으려 했는데 업계 용어도 못 알아듣는다. 운다 진짜.
오랜만에 돌아오니 편한데 돌아오는 게 맞는지 의문도 인다. 그렇다고 다른 데 갈 생각도, 여력도 없지만 말이다. 일단은 글밥이 가장 편하고 여러모로 이질감이 적은 점도 장점 중 하나다. 개미굴ㅇ
취재한 만큼 결과물이 안 나오고, 퇴근 후 활자를 덜 읽게 된 건 분명한 단점. 하필이면 최근 구입한 책들 대부분이 전자책이다. 퇴근도 없이 눈알을 혹사시키면 밤 10시쯤 눈알에서 즙이 줄줄 나온다.
볼거리와 쓸거리의 과잉 속에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할 텐데, 집에 가면 유튜브 뭐 보지?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먼저 든다. 아, 솔직한 직장인의 마음이란 퇴근까지 결코 이어지는 법이 없다. 집에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