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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M Nov 04. 2022

221104 단상

별일 없이 산다

여의도의 정돈된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국회와 당사가 지근거리에 있어서 그런지 소란스러운 일이 벌어져도 그 안에 묘한 질서가 있는 느낌이다. 오후 5시가 지나면 점점 사람이 빠져나가는데 7시가 넘으면 스산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남아선 안 될 거리에 남은 것처럼 사람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자판을 치고 활자를 다루면서 지루한 일보다 어려운 일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루한 일에선 자기를 잃어버리고 어려운 일에선 자기를 돌아보게 되더라. 자기애 없이 사는 것보다 자기애를 세우려 애쓰는 하루가 인간적인 것 같다. 인간으로 살면서 인간적인 것을 그리는 건 어쩐지 서글픈 일이다만.


카메라를 샀다. 어쩌다 보니 이런 식으로 일이 벌어졌(?)다. 개인 장비에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한 건 맥북 이후 처음이다. 통장에서 뭉텅 돈이 빠져나가자 심장이 벌렁거렸는데 이제는 쓰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처럼 카메라를 걸고 다니는데 그게 좀 웃긴 요즘이다.


아침 기온이 서늘하다. 창문에 서리가 끼었는데 씻으러 들어갔다가 다시 뛰쳐나왔다. 내성이란 게 증발한 걸까.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편하게를 몸이 요구한다. 어떤 날은 피로를 등에 업고 침대 앞에 기대앉는다. 뻗어버릴 때보다 그렇게 휴식을 취할 때 조금 더 안정감이 있다. 마음가짐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부쩍 커졌다.


오늘은 광화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간다. 교보문고를 구경하는 것이 하나의 낙인데 짬이 날까 모르겠다. 다이어리라든가 잡지라든가 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집안일은 산더미고 공부도 해야 하지만 다른 일을 위해 당면한 것들을 미룬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을바람이 차다. 더 추워지기 전에 내일 아침 홍제천이라도 한 바퀴 달려야겠다. 그냥 조금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굳이 어떤 일 때문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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