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단상

별일 다 있다

by OIM

취직과 구직을 반복하던 지난해는 반쯤 일하고 반쯤 쉬었다. 재정적으로 궁핍한 날들일수밖에 없었다.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며 생활보다 생존에 힘썼다. 원하는 직업에서 오는 실망은 직업을 가지게 됐을 때의 성취감만큼 실망을 불러왔다. 이후 밀려오는 허탈감이 의욕을 앗아갔다. 딱히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무엇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한 해였다.


이후 구직 활동은 뚜렷한 기준 없이 진행된다. 회사 규모에 목매지 않고 매체 파워를 염두하지도 않았다. 그만둔 회사보다 좋은 회사를 간다고 다른 환경을 기대할 순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좋은 회사'에 기대를 걸기엔 들이는 품이 너무 컸다. 토익, 한국어, 시사상식, 논술, 실기, 면접 등 일말의 기대로 치러야 하는 전형은 지난 회사를 준비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전만큼 '무엇'이 되자는 각오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시작됐다. 고민은 구직과 병행했다. 그래서 취직과 퇴직이 잦았다. 회사가 소규모일수록 시스템이 부재한 곳이 많았다. 시스템이 미비하면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문제가 생기는 빈도가 높다. 업무 외 소모적인 일이 종종 보였고, 그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급여나 근무환경에 비해 일의 불합리성을 높게 체감했다.


수습 때는 그랬다. 6개월간 수습을 돌았는데, OECD 국가 중 연간 평균 노동시간으로 1~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의 근로자 1년 평균 노동시간을 6개월 만에 채웠다. 그럼에도 일에서 의미를 찾기 어려웠으니 이후 의욕이 샘솟을 리 없다. 따라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 생각으로 구직활동에 들어섰지만 오산이었다. 급여는 '적당히(라도) 주는 곳'이 드물었고 업무는 '적당히 시키는 곳'이 드물었다.


군대 갈 때 어른들이 그런 말을 했었다. 무엇이든 적당히 하라고. 눈에 띄면 더 시킨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게 사회에도 통용되는지 몰랐다. 언론사를 나오고 비로소 알게 됐는데, 이력이나 능력을 확인한 회사들은 어떻게든 능력을 활용하려 했다. 설령 다른 회사에서 두 사람의 전문직 인력이 소화하는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이유는 일을 몰아주기 쉬운 구실로 작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급은 200만 원 남짓인데 노동량은 조금씩 늘어났다. 회사마다 달랐지만 취업했던 회사 대부분에서 '역량'이 '노동량'을 결정했다. 기자인데 포토샵을 할 줄 안다면 자료 취재하고 그래픽 작업해서 카드 뉴스 만들자는 식이다. 사진기자를 했다면 취재기자 업무를 기본으로 하되 사진기자 역량이 필요한 일도 소화해달라는 식이거나. 기사는 기사대로 쓰고 틈틈이 자료용 사진을 찍어오라는 지시도.


불합리 이면에 업무 유연성을 발휘해줬다면 불합리를 체감하는 수준이 높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쉽게도 그런 곳은 없었다. 사람은 사람대로, 조직은 조직대로 피로를 키웠다. 사진과 취재를 동시에 시키면서 기존 구성원보다 많이 일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거나, 180만 원 정도 주면서 사진과 취재, 영어, 편집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저평가되는 사회인지 고민하는 계기였다.


다만 비교적 높은 연봉을 제시한 곳도 있다. 호봉을 따져 3400만 원을 기본으로 잡은 뒤 연말에 성과급 명목으로 수백만 원이 더 붙었다. 그러니 3천대 중후반의 연봉으로 시작하는 일인 셈이다. 이 곳에선 면접과 입사 과정에 "좌파냐"는 말을 세 번 들었는데 알싸한 느낌이 입사 후에도 이어졌다. 모 신입사원이 젓가락질을 다르게 한다는 이유로 한 임원이 직원 면전에서 가정교육을 운운하거나 묘한 위계를 고집했다.


'남자'를 강조하며 대낮부터 소주를 부어댔던 곳은 또 어떤가. 그곳에선 성별로 대표되는 동질감을 내게 요구했다. 이게 선배들과의 술자리로 이어졌다. 오후 2시부터 마시기 시작해 셋이서 소주 7병을 비웠다. 오후 4시쯤엔 다른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5시가 넘어 다시 맥주를 마셨다. 소주를 반 병 이상 마시면 머리가 아픈 체질로선 고역이 따로 없다. 정작 일은...


사축. 시키면 하라는 사고방식으로 직원들을 주무르던 곳의 기억. 회계팀 직원의 공백으로 전산팀 직원에게 회계 업무를 시키고, 야근하는 직원들에게 '따라오라'는 식의 갑작스러운 회식이 있었다. 대표가 방에서 하는 흡연으로 사무실엔 담배냄새가 가득했고, 퇴근한 직원을 회식에 참여하라고 다시 부르기도 했다. 다른 직원에겐 주말에 식물 물 주러 나왔다 가라고도 했다고 하니 비상식이 상식인 바닥이다.


콘텐츠 에디터로 일할 땐 공무원을 상대해야 했는데 문자 그대로 그런 '진상'이 없었다. 고객이라는 위치를 십분 이용했다. 가령 내가 '오뚜기' 직원이라면, 행사 현장에서 회사 직원들에게 "오뚜기! 오뚜기!!"식으로 불러대는 거다. 오후 5시 30분에 업무를 넘길 때도 있다. 야근을 '예고'하는 날도 있었다. 목요일쯤에 갑자기 주말 행사 진행을 통보하기도. 압권은 300만 원짜리 외주 제작 업무를 돈 안 드는 선에서 해달라는 생떼.


말해 무엇할까. (다 풀어놓고) 지난 일이거늘. 다만 회사의 특징은 면접 때 구직자를 파악한 뒤 회사 입장에서도 좀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회사도, 구직자도 헛걸음 안 하게 하는 법률 마련이 시급하다. 급여가 밀린다거나, 4대 보험을 안 내주는 이야기. 또는 입사 후 2년간 고의성을 막론하고 회사에 피해를 끼칠 경우 이를 배상할 연대보증인을 적으라거나 말이다. 모두가 다른 회사 이야기다. 별별 회사가 다 있잖은가?


이처럼 다양한 군상을 여러 조직에서 겪은 뒤 올해는 적정 선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배는 고프지만 좋은 결실을 기대하며 아슬아슬 줄타기를 한다. '이 정도면 상식선이지'라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노동과 급여의 비를 맞추며 사회에서 지극히 개인으로 살고 싶다. 직함이나 직장이 말해주는 자신 말고도 친구를 만났을 때 할 말이 가득한 유쾌한 생활로 채우고 싶달까.


부디.





1. 월요일 오후에 발표난 회사에 떨어졌다. '경력상' 적임자를 찾지 못해 채용을 보류한다고.


2. 오늘(수) 면접을 앞둔 회사가 있다. 구글링 할수록 정체가 모호하다. 기자를 뽑는데 사이트 검색에 걸리지도 않는다. 신생인가? 조직 구성원이 특이하다. 비언론인 2명에 언론사 경험자 1명이다. 조직 구성도 특이하다. 대표를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특정 학교로 묶인다. 데스크가 없는 것 같다. 역시 신생이라 그런가 하지만 기사 질이 무척이나 아쉽다. 한마디로 '뭐지?' 싶은데 연봉이 높은 듯하다. 갈까 말까 하루 종일 고민했는데 일단 가기로. 면접이라기보다 가도 될 회사인지 조사차 가본다.


3. 구글링 하면 어지간한 건 다 나온다. 탐사보도 수업을 좀 더 충실히 들었다면 구글을 더 잘 썼을 텐데.


4. 합격한 회사의 지난해 채용 공고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연봉이 1,800만 원이다. 다른 면접을 가보는 EU.


5. DAUM에 브런치 아이디를 검색했더니 '브런치 추천작가'라고 떠서 놀랐다. 알고 보니 회원은 다 뜨는 듯.


6. 기사 쓰기 시험 후 어디 가서 '글 쓴다'라고 말하지 않기로. 기자 한 것도 굳이 꺼내지 않을 생각. 쪽팔린다.


7. '급여가 밀리는 회사'의 마지막 달 급여가 밀렸다. 연기 여부를 문자로 문의했더니 씹었다.


8. 쿠팡 로켓 배송 대박 빠르다. 야간에 주문하고 다음날 낮에 받았다. 티몬은 결제방식 번거로워 탈락!


9. 이디야 비니스트 오리지널 처음 구입했다. 카누보다 부드럽다. 쓴 맛이 덜하다. 가격은 비슷한 듯.


10. 카페에 가면 '아이스 먹어야지' 하다가 따뜻한 음료 시키고 '아이스 먹을 걸' 한다.


11. 김생민의 '영수증'은 보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재밌다.


12. 한 사이트에 한 달치 건물 임대료 수익에 대한 세금 신고 방법을 묻는 글이 올라왔다. 자그마치 1,870만 원이란다. 다른 세상이다.


13. 사진기자는 이제 (지원조차) 안 하기로 했다. 두 번이나 기회가 있었지만 그만뒀다. 더 이상 명분이 없다.


14. 오전에 면접 보는 곳에서 연봉 많이 줬으면 좋겠다. 쿠헨브로트 빵 먹고 싶은데:p


15. 미드 이야기. <아메리칸 갓>, <루시퍼> 비추. <The 100> 보는 중. 로스트와 느낌 비슷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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