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설 명절이 다가온다. 그저 쉰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몽글댄다. 잠을 많이 잘 수 있겠지. 집에 가면 그런 기대가 있다. 이상하게 졸음이 쏟아지기도 한다. 장거리를 이동이 피로해서 일 테고 침대도 편하다. 집에 가면 엄마가 주로 이용하던 작은방 작은 침대를 내가 쓴다. 한 명이 누우면 꽉 들어차는 크기의 1인 침대다. 한때 엄마가 그곳에 몸을 누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좀 더 편한 잠자리도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괜히 침대 얼마냐고도 묻고 언제 샀냐는 둥 딴청을 피웠다. 시몬스 침대란 걸 알기 전까지는.
- 티브이에 뉴스가 나온다. 사무실에 하루 종일 보도채널을 틀어놓다 보니 라디오처럼 듣는다. 설 명절 교통 상황을 예상하는데 15일 오전 고향길 정체가 절정에 달할 거란다. 15일 오전 10시 30분 차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가는 나는 대략 7시간으로 예상했던 소요시간을 슬그머니 30분 더 늘린다. 버스를 7시간 타는 일은 고역이다. 기사님이 하는 일에 비할 바겠냐만, 몇 번을 자다 깨도 고속도로 위라는 점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1년 전 명절이 그랬다. 심지어 일반 고속버스를 타고 7시간 10분 걸려 고향에 갔었다. 마치 벌을 선 듯 몸이 쑤셨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두어 시간 서있더라도 KTX가 낫다는 거다. 근데 또 버스를 탄다. 입석도 구하지 못한 내 탓이오.
- '미투 운동' 관련 자료를 찾다가 그런 기사를 봤다. '예쁘다'는 말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 주요 내용을 풀기 위해 사례를 끌어온 건 알겠지만 공감을 사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댓글창엔 "앞으로 여자에게 말도 걸지 말라"는 내용이 압도적인 추천을 받으며 상위에 올랐다. 간단한 해프닝으로 그땐 그랬다.
오늘 기사를 보다가 "여권 태워버려"라는 누리꾼의 말을 인용한 기사를 봤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남자 선수의 SNS에 한국 누리꾼들이 남긴 애정 어린 표현이었다. 캡처된 화면에는 한국에 머무르라는 내용과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있었다. 기사만 읽고 동일선상에서 보면 무엇이 더 폭력적인지 생각하게 됐다.
성폭력 판단 기준을 수용자의 주관에 두다 보니 맥락 없이 기다 아니다 단정하긴 힘들다. 안다. 그럼에도 웹에서 생산되는 성 담론들은 종종 결과만으로 판단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커뮤니티는 전쟁터가 되기 일쑤다. 지금 전쟁을 불사하는 '페미' 문제도 사실은 서로의 의도를 잘 알지 않던가.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했으면 이런 생뚱맞은 생각도 안 들었을 텐데.
- 어제 몸살 났다. 춥고 떨렸다. 삭신이 쑤신다는 말을 경험했다. 점심도 거르고 자려 했건만 밥 먹고 자라는 상사의 말에 곰탕을 먹었다. 곰탕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추위로 떨며 괜히 나왔다 후회했다. 근데 곰탕이 너무 맛있는 거다. 양이 많지도 적지도 않았고 고기도 부드러웠다. 국물도 적절히 소금간이 된 것이 입맛에 맞았다. 무엇보다 국물이 있는 음심점의 인상을 판가름 짓는 김치의 맛이 좋았다. 아픈 것도 잊고 허겁지겁 먹었다. 먹다 보니 배가 고팠나 싶었다. 아픈 티를 내면서 한 그릇을 비우자 민망했다. 속은 든든했지만 괜히 멋쩍었다. 그렇게 어제는 그랬지 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입 안이 다 까졌다. 어지간히 정신없이 먹었다.
- 블랙베리 키원이 갖고 싶다. 오랜만에 욕망이 들끓는다. 지금 쓰는 아이폰6S도 계속 쓰면 1~2년 더 쓸 수 있어 욕구가 더 커지는 듯하다. 가질 수 있는 현실과 가지면 안 된다고 판단한 양심이 뒤엉킨다. 이러다 '폰 2년 넘게 썼잖아'라는 생각이 강해지면 키원 최저가를 뒤질 테다. 내가 언제부터 2년 주기로 바꿨다고 이런 합리화를 하는지 모르겠다. 모토로라 레이저를 쓰던 당시만 해도 버튼 각인이 지워지고 키감이 불편해질 때까지 썼다. 그게 근검절약 따위인지 인식도 못한 채 그냥 썼다. 아직 잘 되는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아이였는데...
- 어제 나름 각오를 적었다고 밤에 선방했다. 무려 늦잠을 자지 않았고 덕분에 허튼짓도 덜 했다. 사실 몸이 안 좋아 핫팩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에 폰을 쥔 채 잠들었다. 저녁에 할 일을 잔뜩 가져와놓고 책상 앞에서 아프네, 춥네 하다가 폰 충전하러 이불 뒤에 있는 코드로 가서 쓰러졌다. 컴퓨터를 덜 만진 점도 칭잔할 만하고 늦게까지 누워서 폰 가지고 놀지 않은 점도 훌륭하다. 시작은 미미하게, 하지만 꾸준하게 가는 거라는 말을 믿어본다. 그나저나 가디언 기사 2개, 보사연 리포트 1개, 스크랩한 글 2개, 읽으려던 책은 고스란히 오늘의 몫으로 남았네. 이를 어쩐다.
- 글이 어디로 퍼져나갔는지 모르겠는데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한 번씩 사람들이 들어온다. 진지한 주제로 써서 그런가.
- 연희미용고 이슈는 나름 팔로우한다고 협의체 회의도 지켜보고 있는데 별다른 변화는 아직 없다. 이 문제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존속을 결정짓는 상징적 사건이 될 듯하여 좋은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