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으면 좋겠다.
1.
내일부터 정장을 입어야 한다. 입사 때 정장이 근무복이란 이야길 들은 적이 있는데 그동안 기피하다가 입으라는 소리를 오늘 들었다. 다른 직원들과 근무지도 다른 데다 하는 일도 복장과 큰 관계가 없어 마음대로 입어오다가 드디어 말이 나왔다. 하루에 기껏해야 마주치는 인원은 부서 사람 2명이 전부라서 안이하게 생각했다. 어쨌든 정장이 지정복이라고 하니 따르는 게 맞다.
2.
정장을 매일 같이 입으려면 유지비가 많이 든다. 세탁도 그렇거니와 다림질도 필수다. 이전엔 드라이를 맡겼더니 생활비가 너무 깨졌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엔 입고 벗은 뒤 바로 빨아야 한다. 일하기 위해 소모되는 비용(교통비*8+점심 식대*16+정장 유지비*4)이 점점 커지는 건 달갑지 않다. 따져보면 점심을 제공하는, 집에서 가까운 직장에 대략 300~400만 원 덜 받고 다니는 것과 차이가 없다.
3.
정장을 입으면 구두를 신어야 한다. 구두는 대체로 불편하다. 맞춤형 구두를 사서 질을 들이면 또 모르겠다만 그 가격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여러모로 불편함이 가중된 모양새에 입이 댓 발 나오려는 걸 집어넣고 있다. 아픈 구두를 신고 매일 3시간가량 출퇴근 길에 나서는 것도 고역이다. 환승 구간이 중간에 낀 데다 어중간한 역에서 타기에 지하철에서 앉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어째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른다.
4.
상황이 이런데 날씨도 흐리니까 기분이 꿀꿀하다. 소나기가 쏟아진다는데 우산이 없다. 이런 날은 꼭 퇴근할 때 맞춰서 비가 내린다. 오늘은 어떨지 지켜봐야겠다. 랩탑도 가져오지 않아서 근처 카페에 죽치고 있기도 애매하다. 밖을 보니 비가 오지 않을 순 없는 날씨인데, 타이밍이 결국 관건이다. 흰 남방에 흰 티를 입은 오늘 비까지 맞으면 정말로 이직하고 싶은 기분이 들 것만 같다. 비가 조금만 천천히 내려도 좋으련만.
5.
몸에는 울긋불긋 피부가 부풀었다. 밤새 모기에게 시달린 흔적이다. 미처 잡지 못하고 잠들면 알기 힘든 부위에 상흔이 생긴다. 가려지는 부위는 그나마 다행인데 팔뚝이나 손에 물리면 답도 없다. 워낙 여러 군데 뜯기다 보니 집에 모기가 상당히 많은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 잡고 보면 한두 마리에 그친다. 내가 굉장히 많이 물린 다음날은 대체로 배가 불러 비행을 힘겨워하는 모기들을 잡게 된다. 얘들은 그렇게 '먹고 죽은' 귀신이 된다.
6.
타인과의 소통 과정이 가끔 어색할 때가 있다. 말을 돌려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 직설적인 것과 무관한 표현방식의 차이 같다. 가령 이런 식이다. "프로텍터 씨" (네?) "프린터가 안 돼요" (...??) 또는 "프로텍터 씨" (네?) "제 거, 포토샵 실행이 안 되는데" (...??) 나도 순수 문돌이에 프린터기를 안 만져봤다. 컴퓨터 고치는 일은 내 업무, 심지어 능력 밖이다. 대뜸 저런 식의 대화를 걸어오곤 반응을 보일 때까지 쳐다본다. 도대체 어떤 맥락일까.
7.
스타벅스의 초콜릿 바나나 블렌디드를 흉내 내 봤다. 인터넷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한 거다. 일전에 가서 먹어보고 맛있어서 재료를 사뒀다. 덕분에 초파리도 함께 사게 됐지만 어쨌든 만족스럽다. 방법은 이렇다. 바나나 1개 + 코코아(제티) 2스푼 + 꿀(설탕) 1스푼 + 우유 200ml를 믹서기에 넣고 돌리면 된다. 스푼은 배스킨라빈스에서 주는 기본 스푼을 사용했다. 제티와 설탕은 스푼 가득 넣었다. 바나나는 얼려둔 걸 사용했다.
바나나 당도에 따라 맛 차이가 생긴다. 나는 제티를 썼으나 코코아 종류에 따라 맛도 조금 달라질 듯하다. 또 설탕을 썼으나 꿀을 쓰면 좋다고 한다. 바나나 크기와 우유 양에 따라 걸쭉한 정도가 달라진다. 200ml를 넣었을 때 걸쭉한 셰이크 같은 상태로 나왔다. 소금 미량을 넣으면 더 맛있다고 해서 천일염을 반 스푼 정도 넣었다. 소금 맛은 없었다. 스타벅스 음료 맛에 흡사하다. 취향에 따라 얼음을 넣어도 좋다.
다음은 음료를 처음 만들어먹은 뒤 기록한 감상.
얼린 바나나 1개
우유 200ml (유동적, 셰이크처럼 된다)
제티 2스푼 (배스킨라빈스 수저)
설탕 1스푼 (같은 수저)
——————-
맛있다. 스벅과 비슷한데 살짝 다르다. 무슨 차이?
믹서기 의외로 잘 씻김. 물에 슥삭.
바나나가 잘 안 갈리는 줄 알았는데 몇 번 '윙윙' 거렸더니 다 됨.
경제적. 재료값 12,900원에 최소 7잔. 제티와 설탕 가격을 고려하더라도 잔 당 1,800원 정도.
바나나 1 손(7개, 3000원)+우유 1800ml(3900원)+제티(00/2스푼, 4000원)+설탕(000스푼, 2000원?)
양에 맞는 컵이 필요함. 의외로 꽤 많이 나옴.
커피를 넣는 조합도 가능할까 궁금. 먹고 나서 '충공깽' 할까 봐 차마 시도는 못 해봄.
믹서기는 훌륭한 기구임.
치즈케이크 등과 함께 먹으면 음료의 단맛이 약해짐.
여름철 초파리 걱정 없이 바나나 다 까서 얼려놓으면 ok.
8.
다음 웹툰 중 이은재 작가의 <TEN>이라고 있다. 수작이다. 딱히 일기 중 끼워 넣어 쓸 내용은 아니었지만 지난주 웹툰이 종료돼 쓴다. 웹툰은 종료되면 곧 유료화 되는 탓에 그전에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 굳이 따지자면 '주호민'류다. 스토리가 탄탄하다. 그림에 대한 연구도 돋보인다. 만화지만 소설을 보는 기분이다. 일본 식의 화려한 만화체는 아니지만 어색함이 없다. 늘 한 주 한 주 기다려서 읽어오던 만화가 종료돼 아쉬움이 크다. 조만간 웹툰에 대해 글을 쓸 생각이다. 이런 작품은 알려야 한다.
9.
최근 읽은 책: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 박선영 저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저 /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저
최근 본 영화: <버닝>, 이창동 감독 /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최근 본 드라마: <나의 아저씨>, 연출 김원석, 극본 박해영
*볼드체 추천. 붉은 볼드체 두 번 추천.
**이와 관련해 쓸 거리가 많은데 게을러서 못 쓰는 중.
10.
일 좀 하고 또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