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08 사는 이야기

언제나처럼 평범한.

by OIM
연희동에서도 내가 사는 동네는 골목을 따라 조금 오르막을 타야 한다.

"형, 불 있어요?"


새벽 1시에 헬스장을 나서는데 말소리가 들렸다. 바로 뒤였다. 설마 내게 하는 말일까 의심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소리가 가까웠다. 골목에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그 사람은 내 시야각 밖에 있었다. 낯선 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뜸 말을 걸어오는 일이 얼마만인가. 나이는 또래로 보였고, 퇴근길인 듯 가방을 메고 있었다. 살짝 기성용을 닮은 외모와 체격이었는데 조금 불쾌했다.


딱히 외형 탓은 아니었다. 시간과 공간을 고려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형"이라며 불쑥 나타나 말을 걸어 놀랐다. 전경 시절 뒤에서 갑자기 군홧발로 발길질을 해대는 선임들을 겪은 뒤 사각에서 등장하는 이들을 경계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귀 바로 뒤에서 '형'이라는 말이 들렸을 때 반사적으로 팔이 나갈 뻔했다. 그만큼 골목은 어두웠고, 내게 말을 걸 확률은 없다고 생각했다.


"형"도 그렇다. 초면에 형이라니. 친화력이 좋은 건지 이상한 건지 구분이 안 간다. 어차피 알 일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어진 말도 희한했다. 불 없다고 답하자 "담배 안 피워요?"라고 물어왔다. 불도 없고 담배도 안 피우는지라 곧이 곧대로 그렇다고 답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의아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불'이 없는 이유가 궁금한가. 대뜸 물어온 것에 비해 말투는 딱히 공격적이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입장이 살짝 애매해졌다.


'위험'은 대체로 눈치채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인스타를 사진 연습 겸 기록용으로 사용 중이다. 리코로 찍고 라룸이나 포샵으로 건드린 뒤 올리는 식이다. 뭔가 사진을 완전히 놓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보정 연습도 한다. 거기에 짧은 감상을 더한다. #감성 #소통해요 #맞팔환영 같은 건 적지 않는다. 팔로잉 해준 분들도 생겼는데 맞팔이란 걸 해야 할지 고민이다. 딱히 인스타로 교류를 할 의도는 없었던지라 고마운 한편 역시 애매하다.


예전에는 닥치는 대로 책을 사봤다. 구도라든가 '크롭' 방법, 인물사진 잘 찍는 방법 등을 두루뭉술하게 설명한 책 등 사진기자가 되고 난 뒤 광화문 교보에서 7권을 구입했다. 그중 몇 권은 새 책으로 본가에 가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애석하게도 그런 것이 필요한 직업은 아니었다. 어쨌든 요즘은 인터넷으로 프리셋 설정법이라든가 효과에 따른 설정값 등을 공부 중이다. 그중에서도 한창 필름 느낌을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직업적인 면에 기력을 쏟을 일이 사라지면서 생활에 열정을 쏟고 있는데 개중에 사진은 투자가치가 있는 편이다. 취미로도 좋고 부차적으로 글과 함께 하면 좋은 쓰임새를 보여준다. 더불어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면 어설프게나마 돈벌이도 가능하다. 플래그십을 다룬 경험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요즘은 아무래도 '기자'가 아니다 보니, 남들이 쳐다보면 카메라를 돌린다거나 의식하는 일이 잦다. 20대엔 좀 더 뻔뻔했었는데 말이다.


이제 3장 올렸다. 어제 3번째 사진을 올리면서 연속해 2장을 넣었다. 'like it'을 누르러 사람들이 왔는데, 대체로 관련 업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가령 카페 사진을 올리면 해당 카페 대표가 와본다거나, 특정 지역 가게를 올리면 상권이 비슷한 지역의 사업자들이 왔다 간다. 그 밖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들렀다 가는데 그 수가 조금 늘었다. 다큐 사진은 아직도 시도하기 어려운데, 이게 가능해질 때 포스팅이 조금 더 활발해질 듯하다.


그나저나 사진업계 선배들이 보는 계정에 사진 올리기가 여간 멋쩍은 게 아니네.






어제 점심으로 판메밀을 먹었다. 작은 그릇에 얼음 육수가 나왔고, 판 위에 메밀 두 덩이가 함께 준비됐다. 앞뒤 안 가리고 먹으면 두 젓가락에 해치울 양이었는데 동행이 있어 천천히 먹었다. 빨리 먹으면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양이 적었기에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식사 후 커피를 먹는데 어쩐지 금방 배가 꺼질 것 같았다. 원래 면은 그런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그럼에도 너무 빨리 허기가 돌아왔다.


퇴근길 버거킹에 들렀다. 어지간하면 가지 않는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치즈버거를 사 먹었다. 메밀이 만든 공백이 의지를 짓누른 탓이다. 그나마 세트를 주문하지 않고 버거 하나에 그친 건 칭찬할 만하다. 앞사람이 세트를 받아 든 걸 보고 한참 고민했다. 이성은 생각보다 굳건하다는 걸 치즈 버거 받아 들며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매장에 앉아 버거만 씹어먹는데 그렇게 꿀맛일 수 없었다. 한 5개도 먹어치울 수 있을 정도로.


집으로 오는 길에 바나나와 방울토마토를 샀다. 아침저녁으로 먹는 식량 대용인데 마침 다 떨어진 참이다. 연희동 삼거리 쪽에 과일가게가 하나 생겼는데 이곳 과일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바나나와 방토를 각각 3,000원에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땀으로 젖은 몸을 찬물로 씻어내고 방울토마토도 찬물에 담갔는데 어쩐지 촉감이 흐물 하다. 잎 색이 바래 있는 것이, 전과 달리 죽기 직전의 토마토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작은 실망과 함께 토마토를 입 안에 욱여넣었다.


좋은 가게라도 상품은 살펴보고 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주인아저씨도 친절하고 가격도 저렴한 게 상품도 좋다는 믿음 아래 아무 거나 집어왔더니 이 모양이다. 덕분에 빨리 해치워야겠다며 토마토를 정량보다 많이 먹었다. 물론 배가 고파서 그러기도 했다. 허나 토마토로 배가 차면 나는 아마 식물에 가까울 게다. 허기를 유지하며 스벅에 가서 커피로 나머지 위장을 채웠다. 이 공복감은 자기 전까지 계속됐는데, 메밀이 불러온 후폭풍은 다음날로 이어졌다.





천장을 보고 누웠을 때.

요즘 머리를 베란다 통유리 쪽으로 두고 잔다. 어느 쪽으로 자나 어차피 북쪽은 아니다. 그래서 유리 쪽에 머리를 두고 자다 보면 새벽 5시가 넘어 잠을 깬다. 남향인 베란다로 해가 들어오는 탓이다. 오늘도 그런 이유로 잠에서 깨 아침을 먹고 사전투표를 하려고 각을 잡았다. 투표소를 확인하고 채비를 하는데 책상 위 공보물이 보였다. 밀봉된 그대로다. 공약 정도는 보고 가야지 싶어 자리에 앉았다. 선거 때야말로 노력형 시민이 필요하다.






월급날이 다가오자 신내림이 온다. 누구나 받는다는 지름신이다. 블랙베리 키원과 티브이가 사고 싶어 쩔쩔매는 중이다. 하지만 2년 7개월 전 구입한 아이폰6s는 고장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동과 벨 모드가 가끔 오류를 일으키지만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른바 명분 없는 뽐뿌라는 건데, 그래서 섣불리 지를 수도 없다. 티브이도 마찬가지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무탈하다. 이 같은 이유는 결제를 막는 안전고리가 된다.


지난달에는 조금 무리해서 카메라를 샀다. 원래 저축 통장에 들어갈 돈으로 자신에게 선물했다. 말이 좋아 '선물'이지 지르고 이름을 갖다 붙인 셈이다. 이번 달에도 무엇인가 구입하면 두 달 연속 선물을 하게 된다. 이 정도면 중증 나르시시즘으로 가는 도입부나 마찬가지.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통장을 꿰맨다. 적당히 쓸 금액만 두고 나머지는 저축통장에 몰빵.


사실 이런 결정 이면에는 부지런함과 거리가 먼 성향도 한 몫했다. 티브이를 구입하면 방송서비스도 신청해야 하고, 공과금도 그만큼 늘어난다. 또 블랙베리 키원은 후속 기종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나 내년 초쯤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번호이동이 번거로운 탓도 있다. 한동안 인터넷으로 가입조건 등을 뒤지고 있었다만 무사히 욕망을 끊어냈다. 지금은 소강상태에 가깝달까.






변비가 있는 사람들은 참고하면 좋다. 바나나와 유산균 (떠먹는) 요구르트를 함께 먹으면 대장 운동을 활발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둘을 먹은 뒤 변기 위에 앉았을 때 신체 장기 빼고 다 쏟은 걸까 싶을 정도로 활발한 장운동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결과물의 양을 보고 '흠칫'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다. '몸이 가벼운 느낌'이란 걸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요구르트의 정확한 제품명은 떠오르지 않는데, 무설탕 맛과 플레인 맛 등이 있었다. 무설탕은 레알 無맛.






린넨 셔츠를 입고 다닌다. 이것 외 대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입고 벗어 빨고 다시 입는 패턴을 반복한다. 옷의 주름이 자꾸만 늘어나는 기분이다. 린넨 소재 자체가 구김이 가는 성질이라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많아도 너무 많아' 보인다. 마치 집에서 옷을 바닥에 깔고 자다가 나온 것일까 궁금할 정도로 구겨져 있는데, 다리미가 없어 별다른 방도가 없다. 몇 달 전부터 산다던 것을, 늘 후회를 바닥에 깔고야 실행에 옮긴다. 이번에 꼭 사기로.






바닐라크림 콜드브루, 스타벅스 연희 DT.

스타벅스 프리퀀시 4개만 더 모으면 돗자리를 받는다. 애초에 모으려고 시작한 건 아닌데 무료쿠폰 타이밍을 맞추다 보니 충전액과 프리퀀시 수집량과 쿠폰 받을 타이밍이 거의 일치하게 됐다. 그런 이유로 돗자리가 생기면 어디 한적한 곳에 나가 그늘에 돗자리를 펼쳐놓고 책이나 읽어볼까 한다. 돗자리를 얻으면 장소를 찾는 일이 또 과제가 돼 버리겠지만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올여름 안에 쓸 일이 생기지 않을까.






오늘 밤은 심야영화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을 보러 간다. 부디 큐레이터들이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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