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붙이는 것도 일이네:(
1.
서초동 주민센터 입구에 반려동물 쉼터가 보였다. 투명한 물품 보관함 같이 생겼다. 그 속에 애를 넣어두는 방식인가 보다. 캐나다에서 지낼 땐 마트 앞에 가면 종종 개들을 볼 수 있었다. 특별한 쉼터 없이 철제 봉 같은 것에 목줄을 메어놓고 주인들은 장을 보러 갔다. 개들은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따금 가게 안 쪽을 바라보며 주인을 기다리는 눈치도 보였다. 오가는 누구도 개를 만지지 않았다. 반려견에 대한 문화가 비교적 잘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우리나라도 같은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2.
어느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뉴스에도 나왔다. 키우던 개가 사라져 찾으러 다닌 주인 이야기다. 이웃주민부터 동네 여기저기 전단지를 나눠주며 수소문했다고. 주인은 결국 개를 찾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아래층 살던 아저씨가 죽여서 음식으로 만든 뒤 다른 사람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
경찰은 아저씨에게 '재물 손괴' 혐의를 적용했다. 재물손괴란 타인의 재물 ·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반려견을 '재물'의 범주에 둔 거다. 한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정도를 처벌 수위로 한다. 난센스다.
'개와 사람이 같냐'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다. 나의 기준으로 너의 소중함을 재단하겠다는 이해의 부재다. 그 날이 타인을 향할 때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가 된다. 고로 '개는 개'라는 입장을 반려동물 가족에게 내비칠 때, 그것은 시비를 떠나 대화를 단절하겠다는 출발 신호가 된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생물이 가지는 의미를 깡그리 무시한 비극적 선언.
<토이스토리>라는 미국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처분하며 애틋한 감정을 표현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추억이 담긴 물건을 떠나보내기가 여간 쉽지 않은 거다. 이 장면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며 꽤나 유명한 장면으로 영화팬들에게 남아있다. 장난감이 이 정도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 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가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오랜 시간 써오던 일기장이나 취미로 모아 오던 프라모델이 될 수도 있다. 일기장과 프라모델은 사람이 아니라서 덜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게 중요해서 가족이나 연인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 단순한 애정을 이해해야 서로는 대화의 벽을 넘을 수 있다.
3.
이직. 의도치 않게 필기를 보고, 실무진 면접을 본 뒤, 임원 면접까지 보게 됐다. 전형이 번거로운 걸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텐데 결과는 다행히 좋게 끝났다. 최종 합격 자리에 온 사람들과 예기치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 바닥을 찾는 사람의 단면을 엿봤다. 글로 밥벌이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 직장에선 기대가 큰 듯하다. 거쳐온 회사와 대학원 덕분일 테다. 의외로 다른 영역에 있는 전문가가 우리 학교를 알고 있어 놀랐다. 출신들이 잘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는데 어디서 누구에게 들은 건지 모르겠다. 글과 사진을 다 하는 이력과 공채를 거친 경력, 대학원 후광 등에 힘입어 어렵지 않게 이직하는 것 같다. 심지어 임원 면접마저 호의적인 분위기. 근래 본 면접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잘 본 듯. 운이 따랐나 싶기도?
4.
준비할 서류가 산더미다. 거친 회사 중 가장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 것 같다. 지금 직장을 이번 주 금요일에 퇴사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이니 사실상 이직 느낌보다 이전 느낌이 강하다. 나름 워라밸을 챙길 수 있고 재정이 빵빵한 데다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길다고 하니 슬슬 뿌리내릴 때가 온 건지도. '김칫국'은 거의 필패 조건이라 뭐라 단언할 수 없다만 아직까진 순풍에 돛 단 듯 술술 진행 중.
5.
면접 때 살짝 쫄아서 희망연봉을 생각만큼 부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직장과 같은 액수를 불러버렸고, 이는 내 서울생활의 마지노선 급이다. 이직하는데 급여를 올리지 못한 이 바보 같은 상황에 조금 분노가 치밀어 한동안 꿍해있었다. 그래도 내규에 따라 (높여) 주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를 다시금 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행복 회로를 돌리는 중인데 첫날 계약서를 쓰면서 지을 표정이 나도 궁금해진다. 아마 지금보다 줄지는 않겠지만 다소 비대해진 액수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부디.
6.
세탁기 고장 났다. 우여곡절 끝에 작동시켜 빨래는 도는데 탈수가 안 된다. 물 먹은 옷을 꺼내 손탈수 하는데 베란다에 물이 한 바가지 쏟아진다. 하나하나 짜고 널고 반복했지만 다음날 상태를 보니 '쿰쿰 꿉꿉'이 따로 없다. 모조리 다시 싸서 세탁방에 가져가야 할 판. 주인아저씨는 이번 주나 다음 주 내 세탁기를 바꿔주겠다는데, 이마저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서비스센터의 설명을 첨부해 약속을 받게 됐다. 오래된 집의 단점을 고스란히 겪는 중이랄까.
추가) 주말에 세탁기를 바꿨다. 아저씨 두 분과 4층 집에서 세탁기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이후 1층에 있는 다른 세탁기를 다시 4층으로 들어 올렸는데 은근히 무게가 나갔다. 이 역시 10년은 족히 된 듯한 외양을 갖추고 있었다. 통돌이 세탁기는 '대우'라는 말을 들었는데 고장 난 건 삼성, 이건 LG다. 이사 전까진 버텨줬으면 하는데.
7.
예산이 펑크 났다. 저축액을 잡고 나머지를 생활비 등으로 분류해 쓰는 식인데 생활비가 바닥났다. 원인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기치 않은 지출이 많았다. 자동차세(13만)가 그렇고 주말에 구입한 안경(18만)이 그렇다. 게다가 근래 세미 정장을 입게 되면서 구입한 다리미(3.5만)와 다리미판(2.5만) 등 40여만 원이 그냥 나갔다. 아직 6월이 5일 남은 상황에 유달리 쪼달리는 느낌이 강해서 지출목록을 살폈더니 살짝 위기다. 이미 카드 사용액도 평소보다 20~30만 원 오버했다. 이러면 다음 달도 쪼들리는데... 연봉이 올라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8.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평일에 도저히 시간이 안 난다. 보건소는 평일에만 운영한다고 하니 저렴한 가격(5천 원)으론 받지 못하나 보다. 잠시 검진받자고 연차나 반차를 쓰는 것도 어딘지 이상하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이용 가능한 일반 병원을 알아봤더니 비용이 4만 원이란다. 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5천 원과 4만 원은 어딘가 갭이 큰 듯해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 외 방법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9.
출근길 또다시 누군가 내게 적의를 보였다. 만원 지하철에서 옆구리를 팔꿈치로 치고 간 건데, 작은 여성 분이었다. 사람으로 붐비는 곳에서 나름 자리를 만들어주려고 몸을 비튼 나를 찍고 갔다. 사람 사이를 '1'자로 비스듬히 지나간 것도 아니고 팔꿈치를 옆으로 펼쳐 몸을 'T'자로 만들어 치고 갔다. 왜.
몇 달에 한 번 이런 식의 일을 겪는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적반하장으로 돌아온다. 그 대상은 예외 없이 할아저씨거나 할아주머니거나 체구가 왜소한 여성이다. 지난번 버스에서 '몸통 박치기'를 하며 나를 밀고 간 사람도 키 155 정도의 작은 여성이었다. '설마 내게 어쩌겠어?'라는 생각을 하는 걸까.
특징적 이게도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당한 사람은 억울함에 가해자를 돌아보지만 가해자는 재빠른 속도로 자기 길을 가버린다. 버스나 지하철 내에 자리를 잡으면 이어폰을 꽂고 앞만 보거나 눈을 감아버리는 식이다. 아침엔 이게 꽤나 기분이 나빴는데 거듭 이런 일이 생기니까 조금 마음을 놓았다. 어쩔 수 없는 일로 나쁜 기분을 티 내기 싫은 데서 오는 일종의 체념인 셈이다.
10.
일기도 묵혀뒀다 쓰니까 쓸 말을 까먹는다.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