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쓴다
1.
이직 때문에 신체검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몇 있다.
- 왼쪽과 오른쪽 시력 차이가 의외로 꽤 난다. 0.6 정도? 어릴 때 더 좋았던 왼쪽 눈이 지금은 나쁜 상황.
- 나이를 먹을수록 키가 줄어든다고 했는데 다행히 무사하다. 180과 181 사이 어디쯤.
- 최고혈압과 최저혈압 갭이 커서 놀랐다. 한 60~70 나왔다. 최저 수치가 60대라도 문제는 없는 걸까.
- 의외로 비위가 약했다. 피 뽑는 걸 쳐다봤더니 속이 메슥거렸다. 내 핀데 어딘지 아찔한 느낌.
- "몸이 크다"는 이유로 엑스레이를 두 번 찍었다. 첫 번째 촬영 때 신체 일부가 덜 나왔다고. 운동의 효과?
- 월요일부터 검진받을 거라고 밤 10시면 굶어왔다. 이후 어제까지 점심 약속이 생기는 바람에 오늘에서야...
- 소변은 받을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 진료실에서만 의사를 만나서 그런가 의사는 대체로 비슷한 느낌이다.
2.
며칠 놀고먹었더니 살쪘다. 의도치 않게 얻은 살이라 관리하기로 했다. 10년 전 62kg에 불과하던 내가 지금은 78kg까지 찌웠다. 한창 운동할 땐 56kg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무던한 노력 끝에 얻은 살이 지금은 부담이다. 땀도 많이 나고 몸이 무겁다. 평생 살을 얻어본 적 없던 나는 이 물렁한 친구를 어찌해야 할까 싶다. 그래도 '78'은 조금 많은 감이 있어 엊그제부터 감량한다. 밥을 잔뜩 먹고 가긴 했지만 △26일 78.3kg △27일 77.7kg이다. 오늘은 아마 77.0kg에서 77.2kg 사이일 거다.
예전부터 그랬다. 잔뜩 뛰고 나면 몸무게가 500g~1,000g 줄어있었다. 몸무게 56kg도 그런 기제 아래서 나온 수치다. 이번에도 유효하길 조금은 바라본다. 목표치 73kg~75kg도 블랙보드에 적었다. 모처럼 얻은 두꺼운 몸에 근육량이 증가한다면 이보다 무거워도 실은 관계없다. 다만 기존에 입던 옷들이 작아진 데다 슬림한 형태의 바지를 입기 어려워진 점이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조금 더 살을 찌운 뒤 체지방을 태워나가는 게 순서라고 들었지만 내 몸 곳곳에 덕지덕지 붙은 물렁살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여자들이 단발에서 장발로 넘어갈 때 겪는 갈등이 이런 느낌일까.
3.
세미 정장 입을 일이 늘어 다리미를 주문했다. 다리미판도 함께 했다. 이 중 다리미판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왕 살 거 물건에서 스트레스받지 말자는 주의라 동네에서 살까 하다가 인터넷 주문했다. 대략 25,000원 하는 물건인데, 20,000원짜리와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비싼 걸로 샀다. 근데 20,000원짜리가 도착했다.
업체에 문의 글을 올렸다. 오배송이니 차액을 환불해주면 그냥 쓰겠다고 말했다. 물건 자체가 4kg에 육박하는 데다 높이가 130cm에 달한다. 세우면 성인 남자 가슴 위쪽까지 올라오는 크기다. 부피상 가지고 나가 택배를 보내긴 힘들 듯했다. 택배를 불러서 보내자니 직장이 문제다. 때문에 차액 5,000원을 환불해주면 그냥 쓰겠다고 한 거다.
반나절이 지났는데 답이 안 달렸다. 내가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관련 규정이 없어 답을 못 달았다고. 반품이나 교환은 되지만 부분 환불은 안 된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하란 거지'와 같은 반발심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고객센터는 대체로 상품 배송과 무관한 이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도리가 없었다.
정리하면 '(우리가) 오배송했지만 손해 감수하고 쓰거나, (어떻게든) 물건을 돌려보내면 반품이나 교환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오배송으로 인해 상품 수령 시간이 딜레이 되는 점이나 그로 인한 수고 등을 어째서 소비자가 감수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기분이 좀 그랬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잇는 인터넷 중개사이트에 문의했다. 상황과 문제 등을 10여 개 항목에 정리해 문의 글을 띄웠다. 답변은 아직이다. 이후 해결이 안 되면 소비자보호원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다. 금액보다 업체의 대응에 기분이 상했다. 방법이 없다며 마냥 친절할 수밖에 없는 상담원을 내세운 것도 비겁하다.
'이럴 때 그냥 넘어가면 소비자를 우습게 안다'는 주변의 조언(?)도 한몫했다. '어쩔 테냐'는 반응은 분노를 넘어 실망스럽다. 심지어 판매자는 개인이 아니라 알만한 기업이다. 그 기업이 오배송한 물건은 덩그러니 집안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쓰지도, 그렇다고 돌려보내지도 못한 채. 나는 무엇을 주문했단 말인가.
4.
인스타를 시작한 뒤 간간이 짧은 글과 함께 사진을 올린다. 이제 4장 정도 올렸다. 그간 사람들 모르게 사진 연습하는 용도로 사용했던 이 계정에 지인들이 나타났다. 이어 모르는 사람들이 등장해 '팔로우'를 누르고 사라졌다. 사진이 4장밖에 없는 계정을 갑자기 팔로우하는 이들은 대체로 한 가지 경향성을 보인다. 팔로워와 팔로잉 계정이 모두 많고, 계정을 업무나 홍보에 이용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팔로워를 눌러 상대가 맞팔하면 이를 끊는 방식으로 팔로워를 늘려가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조차 팔로우하지 않고 계정을 쓰다 보니 이들에게 아무런 효용이 없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마케팅에 열심인 인스타그래머들이 계정을 찔러댄다. 어째 민망하다.
5.
일기예보가 달라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 강수확률은 0에 수렴했는데 퇴근을 1시간 30분 앞둔 시점에 비 온다는 소식을 뉴스 앵커가 전한다. 출근길 우산을 챙길까 고민하다가 두고 온 것이 이렇게 또 뒤통수를 때린다. 챙기면 안 오고 안 챙기면 온다는 그 '머피'가 자꾸만 따라붙는다. 비 오면 운동 가는 길도 어려워진다. 여러모로 계획했던 일이 틀어진다. 이러면 나가린데.
6.
집에 가는 길에 고구마와 방울토마토와 요구르트를 사야 한다. 나름 다이어트 식단이다. 건강하게 먹고 잘 싸면 그만한 다이어트가 없다.
7.
애플뮤직이 만료돼 '멜론'에 가입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해봤더니 신세계다. 그렇게 편할 수 없다. '굳이 필요할까'란 생각이 스트리밍 중독자처럼 바뀌는 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오늘 아침 멜론을 결제하는데 요금이 한 달에 990원이었다. 여름 이벤트 중이라고. 당초 2,030원 하는 이벤트 요금제가 끝나면 서비스도 끊을까 했던 생각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귓구멍 마약을 이렇게 헐값에 제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세 달 이벤트라고 하니 일단 제대로 즐겨주겠다고 다짐 중이다.
8.
동네에 생긴 코인 노래방. 이번 주에는 가고야 만다.
9.
일 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