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 밀 프렙]
통 걷지 않으니 몸이 무거워졌다. 늘 약간은 더부룩 상태. 식욕이 떨어져 제때 챙겨 먹지 않다가 저녁이 돼서야 허기가 져 과식하는 악순환이 또 시작되었고. 소화 불량 상태가 지속되니까 잔잔한 두통이 생겼다. 이럴 때 나는 물 담은 비닐봉지처럼 울렁울렁 무겁게 축 처진다. 몸이 안 좋을 때 기어이 마음도 따라간다는, 이토록 뻔한 사실을 마흔에 가까이 와서야 알게 되었다. 이럴 때 당장에 걷는 게 좋았다. 단언컨대 걷는 거말고 더 좋은 거는 없었다. 이 무력감을 탈탈, 털어내야만 했다. 해가 식자 마자 집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왜 이리 걸음 하기가 힘든지. 운동하러 갈 때마다 드는 생각 중 하나다. 8시 반이 넘은 시간인데도 공원은 북적거렸다. 자전거 타는 부부, 게이트볼장의 노인들, 그저 털레털레 걷는 많은 사람들. 잠시 내려두고서 오로지 몸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트랙을 따라 도는 행렬에 합류해 한 시간가량 걸었다. 집에 가기 전 벤치에 앉아 잠시 쉬는데, 옆 벤치에 중년의 여성 두 명이 앉았다. 반찬통에다 싸 온 방울토마토와 옥수수를 꺼내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딱 밉지 않을 수준의 자기 자랑과 상대가 지치지 않을 정도의 남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쉼 없이 대화를 나누는 기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자꾸만 몸이 저쪽으로 기울어졌고, 한참을 엿들었다. 다양한 얘깃거리가 오가는 가운데 역시나 가장 뜨거운 주제는 건강, 누가 뭐래도 건강이었다. 누가 어디가 아파 어떻게 됐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하는 영양제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불길한 병에 대한 징후 등으로 다소 우울하게 전개되는 듯싶더니 그래도 우리 정도면 아직 괜찮은 거라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간식 자리를 사부작사부작 정리하는 것으로 담소는 마무리되었다. 등이 다 젖을 정도로 열심히 운동한 직후임에도 허리를 휙 휙 돌리는 등 스트레칭을 하며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이제야 좀 재밌게 사는 법을 알게 됐는데 건강을 잃게 되면 억울해, 더 열심히 관리하자! 와 같은 어떤 강렬한 결의 같은 게 느껴졌다.
나오길 잘했다, 싶었다. 그저 가볍게 운동하려 나온 것인데, 운동하는 이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생에 대한 의지, 그 기운을 잔뜩 얻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올려다본 하늘은 검게 달인 탕약 같아서, 나는 한 모금, 두 모금, 큰 숨을 들이마셨다. 여름의 습기와 밤바람의 신선함. 진하고 그윽한 풀내음. 불현듯 좀 더 건강하게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겨우 한 시간 운동했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내일 아침 먹을거리는 생각이라도 해두거나 챙겨 놓아야 거르지 않는다. 내일의 메뉴는 샐러드 밀 프렙. 용기에 미리 준비해 두는 샐러드로, 준비도, 먹는 법도 간단해 즐겨 먹는 아침 식사 중 하나다.
입구가 넓은 유리병 형태의 용기에 드레싱, 토핑 (무거운 채소와 닭가슴살 익힌 것, 아니면 익힌 보리 등 추천), 잎채소 순으로 넣고서 냉장고에다 넣으면 끝. 다음 날, 용기째 흔들어 먹어도 되고, 그릇에 담아 섞어 먹어도 된다. 아침에 샐러드 먹으면 좋은 거 누가 모르나. 드레싱 만들고, 채소 씻고 다듬고 써는 게 번거로워 그렇지. 그러나 저녁에 간단히 만들어두면 간단하게 차려 먹을 수 있다.
아침에 샐러드를 먹으면 속 편한 게 제일 좋지만, 그보다 몸과 마음이 싱싱해지는 기분이 든다. 건강한 에너지가 꽉 차는 기분. 그러나 몸은 더할 나위 없이 가벼운. 이보다 더 건강한 아침 식사가 또 있을까, 싶다.
샐러드 밀 프렙 간단 레시피
① 용기에 드레싱 재료를 넣는다. (올리브오일 1T, 홀그레인머스터드 1T, 발사믹식초 1T, 꿀1t)
② 토핑을 무거운 순으로 올린다. (채소(오이, 토마토, 양파 등)->프로틴(닭가슴살 익힌 것, 기름 뺀 참치, 두부 스크럼블 등)->콩이나 곡물, 씨앗 등 (익힌 병아리콩이나 퀴노아, 보리 등))
③ 잎채소를 찢어 올린다.
④ 냉장 보관한다.
tip
보관 기간은 서너일까지 가능. 두 세 끼 정도 한꺼번에 미리 만들어두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