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라 Nov 12. 2024

샐러드 데이

[가장 만들기 쉬운 김밥, 샐러드 김밥]

중학교 1 학년 때의 일. 


영어 시간이었다. 한 친구가 숙제를 안 해왔다. 선생님은 맨 뒤로 가 서 있으라 했다. 그 애는 쭈뼛 거리며 일어나 뒤로 나갔다. 그런데 그 아이의 실내화 소리가 문제가 되었다. 질질 끄는 소리. 영어 선생은 그 애가 일부러 그런 소리를 내며 걷는 거처럼 들렸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시절, 중학교 1학년 짜리들 대부분 교복도 자기 몸집에 두 배나 큰 것을 입고 다녔고, 가방도 거북이 등껍질처럼 매고 다니고 그랬다. 실내화 또한 한 사이즈 큰 것을 사 신어서 덜컥거리는 것이었는데, 아무튼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애처로운 오해가 생긴 것이다. 선생님은 그 애를 복도로 나가라 한 후 거기서 때렸다. 그때는 그래도 되는 때였다. 그 아이는 한참을 얻어맞다가 그만 때리라 울부짖으며 날아오는 선생의 손을 팔로 쳐냈다. 그런데 하필 손끝에 선생의 안경이 닿아 그것이 툭,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교실 안 모든 애들이 복도로 난 창을 통해 그 장면을 숨 죽인 채 지켜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안경을 줍더니 그 애를 교무실로 데리고 갔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그 애는 거기서 좀 더 맞았고, 한달음에 달려온 그 애 부모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그 같은 수순으로 사건이 마무리된 것이 다행인 걸까. 적어도 퇴학을 당하진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 애는 학교에, 아니 온 동네에 선생님을 구타한 패륜아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그 모든 과정을 본, 그니까 진실을 알고 있는 아이들마저, 그 애를 껄끄러워했고, 학부모들도 그 애를 위험한 아이라 여겨 제 자식을 그 애와 어울리지 못하도록 단속시켰으며 선생님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그 애를 경멸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시험을 잘 봐도 별 다른 이유 없이 내신 성적은 엉망이었고, 학교에 안 좋은 사건-이를 테면 집단 폭력이나 따돌림 같은-이 일어나기만 하면 아무 상관없는 그 애부터 불려 나갔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 애를 힘들게 한 건, 영어 선생의 말 한마디였다. 생기부에 네가 저지른 일을 다 적어 놓을 거니까 너는 대학에 갈  꿈도 꾸지 말라고. 그니까 너는 평생 동안 벌을 받아야 한다는 바로 그 말. 


그 친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거처럼 점점 변해갔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갓 입학했을 때, 낯선 교실 안 서른여 명이 넘는 많은 아이들 중에서 그 애는 튀는,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애였다. 목소리가 엄청나게 컸으니까. 목젖이 다 보일 정도로 호탕하게 웃으며 잘 모르는 애들이랑도 금세 섞여 대화를 나누던, 하여튼 시원시원한 성격이라는 게 저런 거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녀석이었다. 사실 나는 내성적인 편이라 그 같은 성격을 가진 애에게 그다지 호감을 느끼지 않았다. 저쪽도 마찬가지. 친하게 지내자! 그러며 웃으며 말해도 사늘한 표정으로 묵묵부답인 나 같은 인간과 가까이 지내고 싶을 리가. 나에게 그 애는 같은 반 애 중 가장 목소리 큰 애였고, 그 애에게 나는 자신이 유일하게 다가가기 좀 어려운 애 정도였던 거 같다. 어쨌든 그랬던 아이였는데 점점 말수가 줄었고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랑도 잘 어울리지 않게 됐으며 학교를 마치면 곧장 집으로 가는 것인지, 통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그 애를 만났다. 마침 엄마랑 있기도 했고, 또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니니 어물쩍 모르는 척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엄마가 그 애를 알아보고는 불러 세웠다. 나는 좀 긴장이 되었다. 혹여나 엄마가 그날에 대한 얘기를 꺼낼까 봐서. 그 애는 애써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어머, 미연아. 네가 이렇게 착한데, 그랬을 리 없어, 라고. 사실 당시에 나는 그 애가 선생님을 때린 거는 아니었다고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엄마에게 몇 번이나 말했던 터였다. 엄마는 내 말을 듣고서 그 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던 걸까. 어쨌든 그 애는 온 세상이 자신에게 차갑게 등돌리던 때 누군가 따뜻하게 돌아봐 준 그 찰나의 경험을 참 오래도록 잊지 않았다.


그 후로 그 애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늘 도와주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마음을 무겁게 하던 일까지. 그렇게 친해진 우리는 삼십여 년 가까이 우정을 유지한 채로 지낸다. 여전히 다른 성향 탓에 투닥거릴 때도 많기는 하지만. 


그 애는 엄마가 해 준 그 말을 마치 어제 들은 거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반해, 정작 당사자인 엄마는 자신이 한 말을 전혀 기억 못 하고 있다. 내가 그랬나? 그러며 그저 너털웃음. 엄마는 다만 학창 시절, 그 애가 우리 집에 놀러 와 식사를 할 때마다 엄마가 해 준 음식이 맛있다 그러며 참 잘 먹었던 것만이 기억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심지어 소풍 갔을 때에도 너네 엄마가 싸 준 김밥이 제일 맛있다, 그러며 잘도 뺏어 먹었고 엄마를 마주칠 때마다 김밥 맛있단 얘기만 했다. 사실은 "아주머니, 그렇게 말해주어서 감사했어요" 라는 말을 대신한 거였다는 사실을, 엄마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 애는 잘 살고 있다. 완벽주의자에다 자기 검열이 심하고, 타인의 시선이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그 애를 또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언젠가 그 애가 술에 취해 이렇게 말한 있다. "나는 아직 그 복도 위에서 사는 거 같아" 라고.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던 것이었기에 나는 나는 아무 대꾸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엄마처럼 섬세하지도 손이 야무지지 못해서 김밥 같은 메뉴는 1년에 한 번 쌀까 말까 하지만 언젠가 신학기처럼 따뜻한 봄날에 김밥을 정성스럽게 싸서 그 애에게 말하고 싶다. 뛰쳐나가자, 복도 밖으로. 바깥에 봄이 온 지 오래됐으니, 이제는 나가자, 라고.  




샐러드 김밥 간단 레시피 

① 믹싱볼에 마요네즈 5T, 디종 머스터드 1T, 꿀 1T를 섞는다. 
② 채 썬 야채(당근, 오이, 양파)와 게맛살, 참치, 새우 등을 ①에 넣어 섞는다.  
③ 김 위에 밥 깔고 깻잎이나 상추를 올린 후 ②를 올린 후 돌돌 만다. 

tip 
디종 머스터드 대신 허니 머스트를 사용해도 된다. (꿀 빼고)




 













이전 23화 추운 계절이 오면 마녀 스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