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스프
우리의 죽이 그러하듯이 수프도 만드는 과정에 있어 보통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 수프가 양파를 볶는 거부터 시작하는데 어설프게 볶았다가는 수프에서 양파의 풋내가 너무 진하게 난다.
되도록 갈색빛이 날 때까지 충분히 볶아야 한다.
볶다 보면 지루하기도 하지만 팔이 다 아프다.
와중에 대충 볶으면 또 안 된다.
버터가 잘 타기 때문.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채소 볶다가 우유나 물 붓고 푹 익힌 후 그것도 모자라 모자라 곱게 갈아주기까지 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것이다.
정성을 들였으니까 당연히 맛은 있다.
자주 해 먹을 엄두가 안 나서 그렇지.
그러나 다 된 밥 물 넣고 약불에 푹 끓이면 그럭저럭 죽 비슷하게 되듯이 어쩌면 수프도 정석을 따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프의 기본이지만 가장 귀찮은 버터에 양파 볶는 일부터 생략해 봤다.
그저 수프에 들어가는 채소를 몽땅 삶은 후 두유를 더 해 믹서로 갈았다.
냄비로 옮겨 모든 재료가 잘 어우러지도록 끓이며 소금/ 후추 간만으로 마무리.
버터라던지 우유나 생크림, 치즈와 같은 유제품을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부드러운 수프가 만들어졌다.
거기다 수프를 먹고 난 후 더부룩한 느낌과 텁텁함 같은 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입맛에 잘 맞았던 것이다.
이토록 쉽게 만들 수 있는 데다가 맛까지 있으니 아침에 입맛 없을 때 자주 해 먹게 되었다.
이런저런 재료로 시도해 본 결과 역시 전분이 많은 채소가 크리미하게 잘 만들어졌다.
감자나 고구마, 밤, 옥수수, 단호박 등.
전분이 많이 않은 채소 수프를 할 때에는 감자와 같이 맛과 향이 진하지 않은 재료를 더 해 질감을 살리면 된다.
감자완두콩표고버섯수프
그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