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페스토파스타
여름이 오면 반드시 먹는 음식 중 하나. 바질 페스토 파스타. 뜨겁게 먹어도 맛이 있지만 역시 차게 식힌 면에다 비벼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바질향이 좀 더 진하게 남아 있기 때문.
페스토를 처음 만든 건 지지난 해 여름이었다. 텃밭에 심심풀이로 바질 모종 세 개를 심어 봤는데 생각보다 무진장 잘 자랐다. 이런저런 요리에 조금씩 넣는 것만으로 도무지 줄지를 않아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니까 갑자기 너무나 많아진 바질을 해치울 요량으로 처음 페스토에 도전하게 된 것. 재료는 바질과 올리브 오일, 경성 치즈, 잣, 마늘. 이렇게 다섯 가지라 했다. 전부 다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마늘을 깜빡하고 말았다. 마늘 정도야 빠져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일단 만들어 봤다. 다행히 잘 되었다. 다음에 만들 때에는 잣이 좀 비싸서 캐슈너트으로 대체해 봤다. 음, 맛있었다. 그다음은 동물성 재료를 제하고 싶어 치즈를 빼봤다. 웬걸, 가벼운 질감이 더 취향에 맞았다. 그니까 바질만 싱싱하다면 모든 재료가 다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그럭저럭 맛을 내줬다.
그때부터 해마다 여름이 오면 나는 여러 번 바질 페스토를 만들게 되었다. 레시피 따위 무시한 채, 있는 재료만으로 계량도 내 마음대로, 그저 자유롭게. 바질 대신해 다른 허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고수는 올리브 오일, 소금만으로 만든 간단 페스토 중 가장 맛있었다. 올여름은 해가 무척 뜨겁고 비도 적당히 내려주어서 무척 향기로운 깻잎을 잔뜩 수확할 수 있었다. 고민 없이 윙윙 믹서기에 갈았다. 마침 올리브 오일이 똑 떨어져 들기름을 대신해 넣어서. 거기에 캐슈너트만 노릇노릇하게 구워 더했다. 사실 별 기대 안 했는데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페스토! 너무 맛있어 나 혼자 실없는 웃음이 다 나왔다. 페스토 만드는 날은 무조건 파스타를 먹는 날이다. 바로 숏 파스타 삶아 깻잎 페스토에 버무려 먹었다. 다음 날에는 통밀빵에다 슥 발라서 먹었고, 샐러드드레싱으로 활용하기도 좋았다. 휘뚜루마뚜루 쓰임마저 다양한 페스토, 다음번에는 어떤 허브로 도전해 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깻잎 페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