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팟퐁 볶음밥
만약 할 줄 아는 요리가 열 개 정도 된다면 스무 가지의 요리를 할 수 있는 셈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그니까, 볶음밥만 할 줄 안다면.
처음 태국 음식점에서 푸팟퐁 커리를 먹었을 때의 일. 사실 여태껏 먹어 온 카레와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커리였다. 일단 달았다. 거기다 커리 안에 웬 게살과 계란이 들어가 있었다. 그 때문에 식감도 몽글몽글. 그러나 전혀 어색하거나 이질적이지 않았다. 그저 맛이 있었다. 집에서 만들어 보고는 싶은데 실패할까 봐 선뜻 시도해 보지 못했다. 그러다 푸팟퐁에 들어간 재료는 모두 다 알고 있으니 볶음밥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볶음밥이야 간단하니까. 잘게 썬 양파와 게살, 흰 쌀 밥을 코코넛 오일에 볶다가 카레 가루를 더 했다. 마지막으로 계란 스크램블 넣어 모든 재료를 골고루 섞는 것으로 마무리. 그렇게 푸팟퐁 카레의 맛과 향을 그대로 머금은 볶음밥이 완성되었다.
그때부터 생소한 음식을 접할 때,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유심히 보게 되었다. 레시피, 전혀 몰라도 재료의 조합을 아는 것만으로 집에서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게 됐으니. 그니까 볶음밥만 할 줄 안다면 말이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 그런지 매운 게 자주 당긴다. 마라탕, 사 먹는 거보다 직접 만들어 먹는 거 참 좋아하는데 이런저런 재료 준비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마라 소스에 밥을 볶아 먹는다. 육류나 해산물, 숙주나물, 버섯 종류 아무거나 더 해서. 그것만으로 얼얼한 마라향,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기름에 볶아서 맛 없는 음식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좋아하는 요리에 들어간 재료에서 힌트를 얻으면 좀 더 취향껏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푸팟퐁 볶음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