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밀프렙
보울에 샐러드가 수북이 담겨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다. 그 푸릇함을 한 입 가득 넣으면 내 몸 안에도 싱싱한 기운이 깃드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자주 먹기는 또 쉽지만 않았다. 일단 여러 가지 채소를 준비해야 한다는 게 다소 부담이었다. 특히 잎채소라면 3일을 못 가고 시들 거리기 때문에 영 손이 안 갔다.
드레싱도 마찬가지. 샐러드 드레싱, 오일이며 이런저런 소스나 말린 허브 등 어느 정도 갖춰야만이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주로 시판 제품을 이용하고는 했는데 이 또한 유통기한이 짧아 다 먹지 못하고 버릴 때가 많았다.
다른 무엇보다도 샐러드라면 곁들여 먹는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터라 메인 메뉴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빵 먹을 때나 육류 요리에 곁들여 먹을 때 모처럼 만드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히 해결되었다. 샐러드 밀 프렙을 알게 된 후부터 말이다.
샐러드 밀 프렙.
말 그대로 샐러드 밀(salad meal)을 미리 준비(prep)하는 것으로, 한 끼 분량의 용기에 신선한 채소와 콩이나 육류, 곡물 등을 담아 냉장 보관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는 식사 준비 방식을 말한다. 입구가 넓은 유리병 형태의 용기에 드레싱, 무거운 채소 및 육류나 콩 등, 탄수화물, 잎채소 순으로 냉장고에다 넣으면 끝이다. 한 번에 여러 번 먹을 식사를 준비해 두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정신없는 아침 시간 때나 먹을만한 게 없을 때 가볍게, 그러면서도 든든하게 꺼내 먹을 수 있어 유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대체로 대충 때우게 되기 마련이니까.
먼저 샐러드라면 여러 잎채소가 가득한 보울을 떠올리기가 쉬운데 아무래도 샐러드 밀 프렙은 저장성 좋은 채소가 더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양배추라던지 오이, 토마토 등. 그렇다 보니 샐러드를 먹기 위해 따로 채소를 사기보다는 요리하다 애매하게 남은 채소를 주로 쓰게 되었다.
또한 샐러드 밀(meal)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도록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균형 있게 담아내는 게 포인트였다. 닭가슴살이나 참치캔 기름기 뺀 것, 두부 크럼블, 콩, 익힌 보리나 숏파스타 등 수분감이 많지 않은 거라면 어떤 것이든 좋았다. 이러한 재료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샐러드가 더 이상 곁들여 먹는 음식이 아닌, 메인 메뉴로서도 충분해졌다.
마지막으로 드레싱. 위에서 말했듯 보통 샐러드와 다르게 샐러드 밀 프렙은 다양한 채소뿐 아니라 육류며 곡물 등 다양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드레싱이 과하지 않아야 했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배합은 가장 기본인 올리브 오일 1T, 발사믹 식초 1T, 꿀 1t 정도를 넣은 심플한 드레싱. (여기에 홀그레인머스터드 1T를 넣으면 좀 더 풍부하면서 묵직한 맛이 난다) 두부나 콩이 많이 들어갈 때는 들기름과 현미 식초, 간장을 섞어 만든 드레싱이 가장 조화로웠다.
샐러드 밀 프렙을 알게 된 것으로 맛뿐 아니라 영양면까지 고려한 식사를 번거로운 과정 없이 해결할 수 있게 되기도 했지만 샐러드에 대한 여러 선입견을 깨뜨린 계기도 되었다.
샐러드에 어울리는 식재료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과
채소가 중심인 한 끼 메뉴, 쉽고 간단히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드레싱, 가벼울수록 좋다는 것!
샐러드 밀 프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