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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스텐팬에 구워야 분명히 맛있다.

스테이크

by 해라

스텐팬에

고기 구울 때

반드시 지켜야 할 5가지.






오늘은 근사한 고기 요리를 해볼까? 하고 레시피 뒤적거리다 관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 뿐 아니라 너무 많은 준비 재료며 레스토랑에서나 쓸 법한 전문 용어도 적지 않게 나온다.


마리네이드 한 고기를 시어링한 후 레스팅해야 부드러워진다던지, 하는.


복잡한 거는 질색인지라 도무지 선뜻 시도해 볼 마음이 들지 않는다.


세상에 떠도는 이 많고도 많은 고기 요리 레시피는 분명 질 좋은 고기를 얻기 힘들던 시절에, 그니까 너무 질긴다거나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쉰 내가 나는 고기를 처치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거야, 분명.


내 멋대로 생각해 버린 후 화면은 내리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기는 소금, 후추만으로 충분한 거 같은데.


굽기만 잘 구우면.


그러나 이 고기 잘 굽는 게 생각처럼 쉽지만 않다.


일단 오븐에 굽는 게 가장 편하다.


다만 고기 두께에 따라 시간과 온도 조절을 달리 해야 하는 게 까다롭다.


또 조리 완료 알람을 듣지 못 해 그대로 뒀다가 잔열에 고기가 푹 익어 맛없어지는 불상사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솔직하자면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오븐은 뒤처리가 문제다.


사방에 튄 기름을 닦아내야 하는데 아, 설거지보다 100배 힘들다. (오븐 청소를 게을리 하면 기름때가 검댕이 되어 다른 음식 조리할 때 떨어진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역시 팬에다 고기를 굽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한데 추천하고픈 팬은 두말할 것도 없이 스테인리스 팬이다.


최악의 팬은 코팅팬.


코팅팬에 고기를 올리면 수분이 많이 나오는 주된 이유는 코팅팬의 열전달과 보존율이 낮아 고기 내부의 수분(고기 무게의 60~75%)이 급격히 증발하지 않고 팬에 고여 있기 때문입니다.



열 전달과 보존율이 떨어져 고기를 빠르게 익힐 수 없기 때문에 육즙이 다 흘러나온다.


코팅팬으로 고기 구울 때 물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그니까 굽는다기 보다는 고기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찌는 것과 다름없어지는데 그럴 바에야 수육을 하는 게 낫다.


스텐팬뿐 아니라 철팬이나 무쇠도 고기 굽기에 멋진 팬이기는 하지만 세척과 관리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역시 나처럼 어쩌다 기분 내려고 스테이크를 굽는 사람이라면 스텐팬 쪽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스텐팬은 고기가 금세 타 버린다거나 쩍쩍 들러붙기 때문에 시도해 볼 엄두가 잘 나지 않는 것도 사실.


딱 5가지만 지키면 절대 그럴 일 없다.



1. 고기를 실온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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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굽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자 스텐팬에 고기 굽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고기를 팬에 올리면 안 된다.


고기의 온도가 팬의 온도를 순식간에 떨어뜨려 고기가 익는데 오래 걸리게 된다.


반드시 굽기 한 시간 정도 전에 실온에 둔다.


2. 가장 작은 화구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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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바닥을 덧 댄 스텐팬을 사용한다면 신경 쓰는 게 좋다.


이런 팬의 경우 열 분포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특정 부분만 타기 쉽다.


가장 작은 화구를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예열 시간이 오래 걸려 좀 더 고르게 열을 전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 예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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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불에 예열한다.


예열은 물방울 넣어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팬을 2분 정도 달군후 물방을 넣어보면 증발되지 않고 구슬처럼 편을 굴러다닐 것이다.


그러면 예열 완료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바로 오일이나 식재료를 넣으면 잘 탄다.


일단 불 끄고 1-2분 있다가 불을 아주 약불로 켠 후 조리를 시작하는 게 안전.


4. 약불에 조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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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약불 조리해도 잘 익는다.


팬은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상태라 온도 유지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5. (팬이 허락하기 전에) 절대 뒤집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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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과 마찬가지로 스텐팬 쓰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일단 고기를 올리면 지지직, 하면 익을 것이다.


팬의 표면과 고기가 껌처럼 달라붙어 있는 게 한 눈에 보인다.


상당히 조바심 난다.


제대로 구워지고 있는 게 맞는지 빨리 뒤집어 보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팬에 닿은 면이 완전히 익으면 알아서 똑 떨어진다.


뒤집는 거는 그때, 그니까 팬이 허락할 때 하는 것이다.


어지간한 삼겹살이며 스테이크 등 이렇게 한 번 뒤집는 것만으로 속까지 충분히 익는다.


계속 뒤적거리면 육즙만 빠지니 그저 팬을 믿고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쓰고 보니 다소 복잡해 보인다만, 익숙해지면 별 거 아니다.


물론, 스텐팬의 단점 또한 없지 않다.


한 번 이 맛을 보게 되면 다른 팬에다가는 절대 고기, 못 굽게 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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