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콩후무스
콩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조리법.
후무스 아닐까.
후무스를 처음 먹어 봤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입 속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지는 부드러운 식감, 심심한 듯하면서 느끼하지는 않은 담백한 맛, 싱싱한 올리브향이 그윽하게 밴 그 작은 접시를.
이때만 해도 내가 이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게 될 거라는 상상도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레스토랑이 제주에 난민 자격으로 입도한 어느 예멘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데였으니까.
아랍 음식이라니.
내가 집에서 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서울에도 후무스를 내주는 음식점이 제법 있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맛은 아녔다.
나는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검색해 보니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더 간단해 보였다.
재료는 삶은 병아리콩, 올리브 오일, 마늘, 레몬즙, 깨, 소금 정도에 레시피는? 위 재료를 몽땅 믹서기에다 넣고 갈면 땡이었다.
이렇게까지 쉽다니.
생각해 보면 후무스처럼 오랜 전통을 가진 음식일수록 조리법이 복잡할 리 없었다.
다양한 식재료는커녕 사소한 조리 툴이나 하다 못해 불 조절마저 쉽지 않던, 까마득한 시절의 레시피니까.
아무튼, 후무스.
삶은 병아리콩만 있으면 가볍게 만들어 먹기 너무 좋아서 한 번 만들어 먹은 이후로 참 많이도 만들어 먹었다.
병아리콩이 지겨웠을 무렵부터는 다양한 콩을 시도했는데 사실 어느 콩이든 그 만의 매력이 있었다.
가장 좋았던 거는 여름의 햇 완두콩으로 만든 후무스다.
완두콩 특유의 향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적당한 단맛, 그리고 다른 콩과는 차원이 다른 촉촉함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또한 널찍한 접시 안 푸릇한 후무스를 보자면 내 기분까지도 맑아지는 거 같았다.
시간이 없을 때는 불리지 않아도 되는 작고 납작한 콩, 렌틸이 역시 좋았다.
이 렌틸은 여러 가지 색이 있는데 밝을수록 부드럽기 때문에 후무스를 먹게 된 이후부터는 늘 구비해 두게 되었다.
안 그래도 빵 먹을 때마다 당도 높은 잼이나 가공육을 곁들일 때가 많아서 좀 더 건강하게 아침 빵을 먹을 수 있는 법, 없을까? 고민하던 터라, 이토록 만들기 가벼운 후무스 레시피가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빵뿐 아니라 구운 채소와 싱싱한 생 치즈, 기름진 육류 까지도, 하여튼 올려 먹고 싶은 것이면 어떤 것이든 친히 잘 받아준다.
병아리콩 후무스
병아리콩 100g (삶기 전)
올리브오일 3T
레몬즙 1T
마늘 2개
깨 1T
소금/ 후추 맛봐가며 취향껏
콩 삶은 물로 농도 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