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한 발. 그것으로 충분해요.
안녕하세요.
오늘따라 햇살이 유난히 맑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에요.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의 햇빛이 제법 봄다워서 괜히 마음이 설레는 3월이에요. 저는 봄을 생각하면 괜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 길가에 피어나는 꽃들, 그리고 새로운 시작 같은 것들이 떠올라요. 당신은 이 봄에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당신의 이야기가 꼭 10년 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을 6년이나 해온 당신이 저는 참 성실하다고 느꼈습니다. 옆에 있었다면 기특하다며 엉덩이를 통통 두드려줬을 것 같아요.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편지를 읽으며, 저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지금 잘 하고 있다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서도 한 발 한 발 걷고 있잖아요.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때도 있겠지만, 고민만 하며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뭐라도 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당신이 지금 20대 후반에 하고 있는 고민을, 저는 30대 내내 했어요.
저는 육아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요. 경력이 단절된 거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내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오랫동안 답을 내리지 못했어요. 어쩌면 그때의 저는, 다시 회사를 다닐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열심히 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고, 책 읽기와 글쓰기에도 관심이 생겼죠. 좋은 기회로 작은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독후 활동을 하는 수업을 맡게 됐어요.
좋아하는 일이니까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더라고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어느 순간 그림책도 글쓰기도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다니는 회사를 시작한 것도, 당신처럼 어떤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은 커가고,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느끼면서 어떤 회사든 다녀야 했어요. 그렇게 발을 들인 회사에서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정해진 일을 하면서 안정감을 찾았어요. 매달 정확히 들어오는 월급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그 전까지는 답 없는 문제를 푸는 것 같은 나날이었는데, 출근하는 일은 정확한 답이 있는 수학 문제 같았어요. 지루하고 제 적성은 아니지만, 문제를 풀면 월급이 나오고, 연차를 써가며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지금이 좋아요. 그러면서 일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우리가 살면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잖아요.
당신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이 회사를 다니는 것이라면, 그 일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설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좋고, 취미로 즐기는 것도 꽤 괜찮아요.
얼마전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어요.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어오.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지켜나가는 것도 꿈을 꾸는 것만큼, 아름답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
어쩌다보니 가구를 팝니다 중에서
내가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지 고민하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 하지만 지금처럼 일상을 충실히 채워나가는 것도 그 못지않게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20대 후반에 너무 늦은 방황인 것 같아 두렵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 고민을 30대 중반에 했어요. 그리고 진로 고민을 끝내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사람들도, 또 다른 진로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더라고요. 진로에 대한 고민은 정해진 시기가 없는 것 같아요.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편지를 읽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햇빛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이 봄처럼, 당신의 하루도 조금씩 따뜻하게 물들어 가길 바라요.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당신을 늘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