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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미 Nov 11. 2023

득템에 성공한 날

소비 일기 첫날

  어제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목요일에 입은 외투를 금요일에 입을 수 없었다. 작년에 '이 옷들은 이제 정말 안 입어야지.' 하면서 후줄근한 옷들을 다 버렸다. 그 결과 지금 입을 옷이 없다. 맨투맨이나 후드티 위에 입을 편한 외투가 없다. 돈을 쓰고 싶지 않지만 지금은 옷을 사야 한다. 금요일에 회사 업무 하면서 틈틈이 인터넷으로 원하는 스타일 옷들의 가격을 체크했다.

  

  사야 할 것들은 초겨울에 입을 아우터, 추운 날 아우터 안에 입을 경량 다운 베스트, 따뜻한 목도리 이렇게 세 가지였다. 인터넷 가격을 알아봤을 때 아우터는 20만 원 대 후반, 경량 다운 베스트는 10만 원 대 초반, 목도리는 3만 원 대였다. 목도리를 제외하고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아웃렛 매장의 SPA 브랜드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구입해야겠다. 


  차비 : 왕복 버스비 3천 원

아웃렛에 갈 때 따릉이를 타고 갈까 생각했다. 따릉이를 타면 편도 40분 정도 소요되니 잘하면 천 원에 왔다갈 수 있다. 하지만, 길도 모르고 아웃렛 근처 따릉이 반납소를 몰라 헤맬 것 같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우터 : 39,000원

현대아웃렛 가산점에 도착하니 입구에서부터 스포츠 브랜드 패딩 잠바, 조끼들의 행사가 있었다. 40~60% 할인 행사라고 하지만, 괜찮다 싶은 옷들의 가격은 30만 원에 가까웠다. 가격표를 확인하니 입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른 행사장을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있었다. 왠지 그곳에는 내가 원하는 가격의 옷이 있을 것 같았다. 이 즐거운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내가 사고 싶은 스타일의 옷이 있었고, 내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훨씬 저렴했다. 아웃도어프로덕터의 뽀글이 잠바였다. 나한테 맞는 사이즈가 별로 없어 원하는 색상보다는 사이즈를 보고 골랐다. 그래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달달한 것 : 맥플러리 3,300원

  첫 구매에 성공하고 여러 매장을 돌아다녔지만, 더 이상 나를 설레게 하는 옷은 없었다. 여러 번 옷을 입어보다 보니 머리 정전기가 일어나면서 피로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리와 허리가 아팠다. 어디 앉아서 달달한 게 먹고 싶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참으려고 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지하철 역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에 가서 맥플러니를 먹으며 '오늘 쇼핑은 성공적이었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고 싶은 스타일의 옷을 샀고, 충동구매를 하지 않은 나를 칭찬했다. 이 아이스크림은 그런 나를 위한 보상 같았다.


  오늘은 내 물건을 사는 것 외에도 동네 마트에서 이것저것 샀다. 아침에 냉장고가 텅 비어 계란을 이용한 요리 외에는 해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마트를 가야만 하는 날이었다.  


냉장고 채우기 : 21만 원

2주 만에 마트 가서 그런지 사야 할 식량이 많았다. 얼마 전 치킨을 먹고 두드러기가 난 아들을 위해 가공식품은 줄이고 야채, 과일, 고기등으로 장바구니를 채웠다. 이렇게 사도 며칠 지나면 먹을 게 없으니 참 난감하다.


오늘은 쇼핑을 하며 소비를 한 날이었다. 평소보다 많은 소비가 있었지만, 아끼려는 흔적들이 군데군데 보여 뿌듯하다. 오늘 산 옷을 입고 출근할 생각을 하니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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