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서재 독서 기록
유퀴즈온더블럭 제104화 법의 날에 출연했던 판사 김동현의 수필집에선 학생으로, 장애인으로, 인권 옹호자로, 법조인으로서 김동현이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본다. 독자의 관심사에 따라 마음 쓰이고, 눈이 머무는 장면이 다를 텐데 나는 장애를 갖고 매일을 살아가는 작가에게 몰두했다.
비장애인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재판한다는 게 놀라웠다. 단단하게 마음을 갖는 일, 장애를 수용하는 힘, 긴 시간의 인내가 존경스럽다. 반면에 내가 하는 어떤 공감은 상처와 독이 될까 싶어 겁도 난다.
기회가 적었지, 없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것도 분명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어렵게 만들어 준 누군가의 노고일 거다. 작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음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다 서술하지 못했을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가며 자리매김을 하는 데 있어 큰 요소는 긍정적인 태도 이전에 빠르게 현실을 읽고, 호응해서라고 느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건 몹시 어렵다. 그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강한 용기를 느낀 지점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좌절과 원망에도 굳게 다잡았을 마음의 힘이었다.
장애 요인은 대부분 후천적이며 사는 동안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배우고, 가르치지만 불운에 의해 갖게 된 거란 사회 분위기를 지금까지도 느낀다.
자판기에서 콜라를 먹는다는 게 어려운 일인가? 갈증 날 때 생각난 콜라를 골라 마시는 건 쉬운 일이다. 시각장애인은 타인의 도움 없이 먹고 싶은 음료를 어떻게 골라 마실까?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다. 캔 뚜껑 쪽에 점자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탄산인지 커피인지 분류만 하는 정도라 정확히 어떤 음료인지는 모르고 마시는 거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선 무척 놀랐다. 평소 콜라가 마시고 싶다고 느껴도 코카콜라를 먹을까 펩시를 먹을까 골라 마셨으니까. 어쩌면 갑자기 사이다를 먹게 될지도 모르는 거고. 여러모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읽는 도중 쓴 메모는 모두 감사일기 수준이었다.
익숙한 일엔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기 싫은 게 자연스러운 사람 마음이라면 의도적으로라도 달리 생각해보고 싶다. 함께 서기 위해 불편함은 겪어내겠다. 와중에도 놓치는 게 있을 테니까 의식이 중요하다.